어그로

최근 편집: 2022년 12월 30일 (금) 01:21

어그로는 원래 컴퓨터 MMORPG 게임 용어로, 인터넷 상에서 사용자들이 인터넷 사용자의 특정 행동 양태를 설명하기 위해 빗대어 사용하기 시작한 후 너무나 적절해서 널리 도입된 신조어이다. 게시판이나 채팅방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욕하며 순식간에 그 공간의 사용자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행태를 뜻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욕하는 것 자체만을 기술하는 것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어권 및 영어권 인터넷에서 모두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MMORPG 게임의 요소 중에는 전투가 있는데, 보통 플레이어 팀이 컴퓨터의 인공 지능에 의해 조종되는 여러 잡몹들과 싸우게 되는 다대다 전투가 일반적으로 이루어진다. 아군도 여럿, 적군도 여럿이며, 공격은 한번에 한 대상으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잡몹이 공격할 대상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의 전투에서는 공격 대상은 각자를 기준으로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대상을 우선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기본으로 자리잡아왔다. 위협성의 1순위 요소는 "나를 공격하는 상대방" 및 "나에게 가장 높은 수치의 공격을 가하고 있는 상대방"이며, 그 외에는 상대방이 얼마나 무섭게 생겼는지 등이 고려된다 (송곳니가 얼마나 흉측한지, 얼마나 덩치가 큰지,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는지 등).

유튜버 전기오크가 와우의 어그로 관리 기술을 안내해주는 영상

롤플레잉 게임을 컴퓨터로 할 경우, 위협도를 수치화 한 후 개별 몹 별로 이를 계산해서 가장 위협도가 높은 플레이어에게 달려들도록 했는데 이러한 메카니즘에 대한 인식을 게이머들에게 확고하게 심어준 게임이 MMORPG 장르의 최대 흥행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다.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이지만, 와우에도 딜량에 따른 위협도 수치와, 괴성을 지른다든지 해서 자신의 위협도를 올려주는 스킬, 은신(?)해서 위협도를 줄이는 스킬 등이 존재하고, 이들 스킬의 조합을 통해 탱커, 딜러헌터-시커 개념 역할이 정립되었다. 영어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위협도를 threat, aggressiveness 등으로 표현했는데, 이 중 aggressiveness 를 줄여서 편하게 aggro(어그로) 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다. 적 몹을 공격하는 역할에만 특화된 딜러 역할과, 공격을 방어하는 것과 몹들이 방어력이 부족한 (특히 마법사들) 딜러를 공격하지 않도록 어그로를 최대한 올리는 스킬을 다수 갖춘 탱커 역할이 전문화되었는데, 탱커 플레이어는 각종 스킬을 활용해 어그로를 자유자재로 (주로 늘리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와우가 대중적으로 자리잡던 2000년대 초반에 적 몹에 둘러싸여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관심을 끄는 탱커의 모습을 마찬가지로 발흥하던 인터넷의 게시판 등 공간에서 욕을 하며 뭔가 관심을 받기 위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가까워 보이던 이상한 사용자들의 모습에 빗대 "어그로꾼", "어그로 끌지 마라"라고 말하게 되었고, 이 설명이 적절해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인터넷에서 욕하는 것을 "어그로"라고 부르는 것에는 사실관계의 설명 뿐만 아니라 동기에 대한 분석도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 관심 받으니까 더욱 더 신나서 저딴 짓 하는 불쌍한 놈이다") 이러한 표현이 더욱더 불티나게 팔렸(?)다.

어그로를 끄는 행위를 "도발"이라고 부르며, 주변의 여러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한번에 끌어내는 스킬을 "광역 도발"이라 부른다. 도발, 광역 도발 등의 용어 역시 어그로와 함께 일상적에서 종종 쓰이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게임의 설정집 같은 것을 보면 (드래곤 에이지, 발더스 게이트 등) 도발 스킬 시전시 해당 유닛이 적 유닛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지르거나, 욕을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모습을 흉측하게 변모시켜 관심-어그로를 끈다고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의 어그로/도발과 통하는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