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택시기사의 하루(1993)

최근 편집: 2019년 6월 9일 (일) 01:20

유선모

아파트 방세 마련과 먼 훗날 어렬 때부터 동경했던 중앙아시아의 어떤 형화스러운 마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여유있는 생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태시운전사인 냐는 오늘도 쏟살같이 달려 나간다. 회사에서 알려준 주소로 보아 어떤 노인일 거라는 짐작은 간다- 거기는 우리 동포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였기에 .....

‘오늘도 병원이나 마켓좀 가는 노인이시겠지 " 생각하며 다가간다. 그런데 오늘 이 할머니는 밤새 고민을 했는지 뭔가 착잡한 모습이다. 수심 가득한 얼굴에 불현듯 조국의 훌로 계신 어머니 모습이 겹쳐 보인다. 어느 아과트로 가자는 말씀에 그 곳에 도착하나 이번엔 분노와 절망으로 뒤덮인 얼굴에 화장기도 전혀 없는 행한 모습의 30대 여인이 아파트 계단에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다. 나는 보통때처럼 시집간 딸이 부부싸움을 한 것 아니면 장가 간 아들이 부부싸움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는 투를 보니 며느리인 듯싶다. 나는 그 며느리까지 함께 태워 할머니가 이르는 다음 목적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 라는 도박장! 지난 일들이 생각난다.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들이 아들과 딸을 찾아 도박장 안팎을 드나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심정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던 경우를 ..... 오늘도 비슷한 경우가 된 것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몇해 동안 그런 일을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파했으며 속상해했던가?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고작 차를 안전하게 빨리 몰아서 그곳에서나마 남편과 아들을 찾기 바라는 것뿐이다.

뒷거울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모습을 볼까 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해질 것 같아 끝까지 참기로 했다. 도착하니 며느리가 말문을 연다. 주차장부터 뒤져보자고. 차가 없으면 안에도 없을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혜나 큰 주차장인데 아침부터 만원이다. 차를 찾으려는 두 사람의 눈길은 무쇠라도 뚫을 것 같다. 한 바퀴를 돌았다. 두 바퀴까지 돌고 나자 두 사람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다른 “나” 도박장으로 가는 동안에 며느리는 분노를 토혜내고, 할머니는 그래도 그 녀석이 섬성은 착하다며 아들을 두둔한다. “나” 도박장도 두바퀴를 돌았다. 그곳에서도 아들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또 다른 도박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곳애서도 아들을 찾지 못하고 두 사람은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사연인즉,그토록 착하게 외아들로 자라온 사람이(할머니 말에 의하면) 4-5년전 부터 도박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는 울며 불며 호소도 했고, 위협도 했고,하다 못해 빚을 내서 해볼 때까지 해보라고 대주기도 했단다. 아들도 나름대로 맹세도 하고. 교회를 다녀 보기도 하면서 노력을 한 모양이다. 도박 때문에 직장에서도 쫓겨났는데 어제가 모처럼만에 참은 아들 직장의 첫 월급날이었다. 이 사실을 안 며느리가 남편의 도박을 막기 위해 태시를 타고 직장 문에 도착한 것은 그가 어디론가 사라진 지 10분 후였다.

차는 할 수없이 한인타운으로 향한다. 이유고 몸까지 아픈데 뜬눈으로 밤을 새운 며느리가 원망을 터트련다. 결혼할 때 친정에서 어렵게 가져온 돈도 다 써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친정돈까지 빌려 오게 해 도박에 써버린데다 남편은 직장도 없이 아내가 봉제공장을 다녀 벌어옹 돈까지 탕진하기에 이르렀단다. 아내는 생계가 어려워 무리하게 일을 하다보니 이제 옴까지 망쳐 일을 못 나간단다. 그 아내의 업에서 급기야 ‘이렇게 애를 태우는 인간이라면, 누군가를 시켜서 살인이라도 해야겠다’는 극언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그래도 아들을 두둔하던 활머니는 말을 앓었다.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조국에서 생각하던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인가? 분명 동포사회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고,우리는 그것을 풀어낼 과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집에 도착하자 며느리는 남편이 들어오면 칼이라도 들어 찍을 것 같으니 자기와 함께 었자고 시어머니한테 사정하듯 말한다. 시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하고 용어리가 터져나오는지, 옹몸이 아과오는지,북받쳐 오른 한숨만 쉬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