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리치

최근 편집: 2023년 7월 27일 (목) 03:40

에이드리언 리치(Adrienne Cecile Rich, 1929년 5월 16일 ~ 2012년3월 27일)은 미국의 시인, 비평가,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운동가이다.

시인이면서 동시에 ‘사고하는 운동가’로서 여성 작가들의 문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기’했으며, 여성의 자기 인식 필요성, 모성 신화 해체를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종교, 백인 우월주의, 이성애 중심주의에 맞섰다. 특히 역사적, 학문적으로 가려졌던 레즈비언 존재를 드러내는 데 주목했으며, 그들의 저항과 성적 유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즈비언 페미니즘 사상을 펼쳤다.

생애

  • 1929년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 1951년 하버드대학교 래드클리프대학 졸업과 함께 첫 시집 <세상 바꾸기>로 ‘예일 젊은 시인 상’을 받았다.
  • 1953년, 밝은 미래가 예견되는 작가로 주목받았지만, 돌연 결혼을 택했다. 이후 세 명의 아들을 낳아 키우며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잃는 고통을 경험했다.
  • 1960년대 여성운동을 통해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 탐구에 몰두하면서 그녀의 삶과 문학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 2012년 3월, 82세에 타계했다

주요 개념

강제적 이성애

리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내재적인 욕망을 자연적인 것으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거나 의문시하지 않는 데에 문제를 제기했다. 리치는 이성애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자 제도이며, 여성 억압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리치는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해방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지 남성과 동등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성애라는 제도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즈비언 연속체 (Lesbian continnum)

강제적 이성애라는 제도 내에서는 레즈비언이라는 존재가 비가시화되고 삭제된다. 이런 가운데에서 레즈비언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리치는 레즈비어니즘(레즈비언주의)라는 용어 보다는 ‘레즈비언 존재’와 ‘레즈비언 연속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레즈비언 존재라는 말을 통해 리치는 레즈비언이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다는 것과 더불어 레즈비언 존재의 의미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레즈비언 연속체라는 말을 통해 리치는 단지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 것뿐만 아니라 한 여성의 인생이나 역사 속에서 여성들과 동일시해왔던 경험까지로 레즈비언의 의미를 확장시키고자 했다. 이처럼 확장된 의미에서 레즈비언 연속체는 여성들이 우애와 즐거움을 나누는 일상적인 관계의 영역까지 확대된다. 여성들이 스스로를 레즈비언으로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성들은 가부장제 속에서는 비가시화되고 삭제되고는 하는 레즈비언 연속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레즈비언 연속체의 발견을 통해 여성들은 여성들을 서로서로 북돋아줄 힘을 발견하고 해방의 가능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리치는 기존의 언어인 ‘레즈비언의 존재’ 대신 ‘레즈비언 연속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레즈비언’이라는 표현이 ‘여성’과 이항대립을 이루며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의미화의 과정을 보수하려고 했다.

레즈비언 연속체란, 남자들을 배제하는 새로운 여성중시적 공동체를 전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간 남성중심적 학계와 비평계에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침묵되었던 보통 여자들의 초라하고 불안정한 삶의 측면들 혹은 타인을 위한 희생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서로에게 우선이 되는” 삶에 대한 욕망을 발굴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당대 이론가들이 제시한 ‘레즈비어니즘’은 ‘여성’에 대한 본질주의적인 믿음을 근거로 하는 가운데, 이성애와 동성애를 모두 수용하고 ‘여성 연대’를 강조하는 경계가 모호한 전망이거나, 여자들 사이의 사랑만 강조하는 분리주의적 전망이었다. 그러나 리치는 ‘레즈비언 연속체’의 관념의 의의를 설명하는 가운데 동성애자 여성들 사이의 애정과 관심이 이성애 여성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각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이성애적 사랑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을 통해 보통 여자들이 실제 경험했던 폭력적 상황들과 감정들이 ‘낭만적 사랑’의 이름으로 남성중심적 관점에 의해 축소, 왜곡, 침묵되었는지에 관련된 모든 측면을 조망하는 비평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1]

평가

리치의 주장은 레즈비언의 의미를 여성과 여성들 사이의 일상적 관계 형성, 그리고 심지어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로까지 확장시키는 바람에 레즈비언의 고유한 정치적 의미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낳았다. 또한 리치의 주장은 레즈비언과 페미니스트를 공통의 젠더 이슈로 연결시키면서 남성 게이와 레즈비언의 동맹 또한 상대적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리치의 글은 여전히 현재적이다. 가부장제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금지하는 것을 통해 기능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저서

  • 시집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문턱 너머 저편》 《변화에의 의지》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등 20여 권을 남겼다
  • 산문집 《거짓말, 비밀, 그리고 침묵》 《여성으로 태어남에 대하여: 경험과 제도로서 모성》 《가능성의 예술》 등 6권을 남겼다.

한국에 번역된 저서

  •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이주혜 옮김, 바다출판사, 2020)
  • <공통 언어를 향한 꿈>(허현숙 옮김, 민음사, 2020)
  •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 : 모성의 신화에 대한 반성> (김인성 옮김, 평민사, 2018)
  • <문턱 너머 저편> (한지희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1년)
  • <레즈비언 페미니즘 선언>(공저, 나영 엮음, 2019년)
  • <분노와 애정> (공저, 김하현 옮김, 2018년)
  1. 한지희 (2015). 《레즈비언 여성주의 비평가 아드리안 리치 : 보통 여자 쥬디 그란의 특별한 재능 구해내기》. <젠더와 문화> 제8권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