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통문

최근 편집: 2023년 11월 14일 (화) 10:06
국립여성사전시관[1]

여권통문(女權通文)은 1898년 9월 1일에 여성단체 찬양회의 주도로 서울 북촌의 양반여성들 300여명이 모여 '이소사'와 '김소사'의 명의로 선언된, 한국 최초의 여권선언서이다. 여학교 설시통문(女學校設施通文)이라고도 한다. 독립신문황성신문(9월 8일)에 실리기도 하였다.[2]

여권통문은 여성존재 그 자체에 대한 성찰과 여성의 주체적 자각의지를 담고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여성, 여성해방의식, 여성의 사회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3]

이 선언문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제정된 양성평등 기본법은 매년 9월 1일여권통문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전문[4]

북촌의 어느 여성 군자 세 분이 개명(開明)에 뜻을 가지고 여학교를 설립하려는 통문이 있기에 놀랍고 신기하여 우리 논설을 빼고 아래에 기재하노라.

대개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하고, 법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고치는 것은 고금에 당연한 이치라. 우리 동방 삼천리 강토와 열성조(列聖朝) 500여 년의 사업으로 태평성대한 세월에 취해 무사히 지내더니, 우리 황제 폐하가 높고도 넓은 덕으로 왕위에 오르신 후에 국운이 더욱 왕성하여 이미 대황제의 지위에 오르셨도다. 그리하여 문명 개화할 정치로 만기(萬機)를 모두 살피시니, 이제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가 성스러운 뜻을 본받아 과거 나태하던 습관은 영구히 버리고 각각 개명한 새로운 방식을 따라 행할 때, 시작하는 일마다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함을 사람마다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한결 같이 귀먹고 눈먼 병신처럼 옛 관습에만 빠져 있는가.

이것은 한심한 일이로다. 혹 이목구비와 사지 오관(四肢五官)의 육체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처럼 사나이가 벌어 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깊은 집에 있으면서 남의 제어만 받으리오. 이왕에 우리보다 먼저 문명 개화한 나라들을 보면 남녀 평등권이 있는지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종 학문을 다 배워 이목을 넓히고,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의 의를 맺어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에게 조금도 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처럼 후대를 받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학문과 지식이 사나이 못지않은 까닭에 그 권리도 일반과 같으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中略)……

슬프도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사나이가 힘으로 여편네를 압제하려고, 한갓 옛말을 빙자하여 “여자는 안에서 있어 바깥 일을 말하지 말며, 오로지 술과 밥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居內而不言外, 唯酒食施衣). ”고 하는지라. 어찌하여 사지 육체가 사나이와 같거늘, 이 같은 억압을 받아 세상 형편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모양이 되리오.

이제는 옛 풍속을 모두 폐지하고 개명 진보하여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기 여자 아이들을 보내어 각종 재주를 배워 이후에 여성 군자들이 되게 할 목적으로 지금 여학교를 창설하오니, 뜻을 가진 우리 동포 형제, 여러 여성 영웅 호걸님들은 각기 분발하는 마음으로 귀한 여자 아이들을 우리 여학교에 들여 보내시려 하시거든, 바로 이름을 적어내시기 바라나이다.

9월 1일 여학교 통문 발기인

이소사(李召史)[5] 김소사(金召史)

같이 보기

출처

  1. “여권통문, 한국 여성운동의 시작 알렸다””. 《여성신문》. 
  2. (사)한국여성연구소. 《개정판 새 여성학강의》. 동녘. 74-75쪽. ISBN 9788972974826. 
  3. 심옥주 (31 December 2014). 《한국 여성 독립 운동 과 국가 보훈》. 정언. ISBN 979-11-85622-00-2. 
  4. 현대어 해석버젼. “여학교 설치 통문”. 《우리역사넷》. 
  5. 소사(召史). 남편을 사별한 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