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베르스의 역설

최근 편집: 2023년 1월 21일 (토) 00:35

밤하늘은 왜 검은가?

우주가 무한히 크고 항성이 무한히 많다면 밤하늘이 빛으로 가득해야 함을 보여주는 그림.

올베르스의 역설(독일어: Olberssches Paradoxon) 또는 어두운 밤하늘 역설은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균일하다면 왜 밤하늘은 빛으로 가득차 있지 않고 검은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역설이다.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균일할 경우, 관찰자의 눈에서 어떤 직선을 긋더라도 그 경로에는 무한히 많은 항성이 빛을 내뿜고 있기 때문에 밤하늘이 어두울 수 없으며 오히려 빛으로 가득차야 한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 역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어두운 밤하늘이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라는 점이 모순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주가 정적이지 않다는 빅뱅 이론과 같은 우주론을 지지하는 증거 중 하나이다.

1823년 독일천문학자하인리히 올베르스에 의해 주장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17세기의 천문학자들도 정적인 우주 가설의 이 모순점을 간파하고 있었다.[1]

가정

올베르스의 역설의 원리를 표현하는 그림.

만약에 우주가 무한한 수의 균일한 빛을 가진 을 가지고 있다면,

  1. 지구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별 무리들로부터 받는 빛의 합은 거리와 무관하다.
  2. 모든 빛은 결국 별의 표면에서부터 출발한다.
  3. 따라서 하늘은 별의 표면처럼 밝아야 한다.

하늘의 별빛은 태양과의 거리인 1AU에 비해 r배 멀리있다고 생각하면, 그 빛의 세기는 별의 빛에 비해 이다. 그러나, 거리 r의 우주 단면적은 배 증가하므로 결국 별 표면과 동일한 정도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우주가 균일한 빛을 가진 별을 가진다고 가정했으므로, 별의 빛과 태양의 빛의 세기는 동일하고 따라서 하늘은 늘 정오의 태양처럼 밝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설

가스층 흡수설

멀리 있는 천체에서 방출된 빛이 먼지와 가스층에 흡수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가설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할 수 없다. 빛이 무한할 경우 가스층 역시도 무한한 빛을 받는 관측자이기 때문에 빛들이 가스층에 흡수되는 것을 넘어 가스층 자체가 빛을 발해야 하기 때문이다.[1]

먼 거리 희미한 별빛 설

멀리 있는 별일수록 빛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물론 먼 거리일수록 빛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베르스의 역설이 무한한 우주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설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먼 거리의 빛이 희미해지지만 그 지점에서 빛을 발하는 천체의 수가 무한하기 때문에 결국 빛의 총량은 무한해진다.

가스층 흡수설이나 먼 거리 희미한 별빛 설 모두 유한한 우주를 상정해야만 말이 되는 가설들이다.

우주 유한설

케플러는 올베르스의 역설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우주가 유한하다는 속 편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1] 우주가 유한하다면 별의 개수나 빛의 양도 유한하고, 밤하늘이 빛으로 가득찰 일이 없다.

사실 이는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한다기보다는 올베르스의 역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올베르스의 역설 자체가 무한한 우주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주는 유한하며 팽창 중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케플러의 결론은 본질에서 먼 결론인데, 이는 올베르스의 역설이 우주의 크기가 유한함을 증명한다기보다는 우주가 정적이지 못하다는 것, '관측 가능한 우주'가 유한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설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크기가 유한한 것은 사실이긴 하나, 올베르스의 가설은 우주의 크기가 유한한 것 그 자체와는 별 관련이 없고 빛의 속도나 우주의 팽창, 우주의 유한한 나이 등과 더 연관이 있다. 설령 우주가 무한하다 하더라도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관측 가능한 우주가 유한하다면 올베르스의 역설은 해결된다.

해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눈에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 속한 항성들만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에 있는 항성, 즉 발산한 빛이 아직 우리에게 와닿지 않은 항성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주는 무한히 늙은 우주가 아니므로 유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멀리 있는 별에서 방출된 빛은 아직 지구까지의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 상태이다.[1] 게다가 우주는 현재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이고 멀리에 있는 천체일수록 우리에게서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밤하늘이 빛으로 가득찰 일은 요원하다.

이 역설은 매우 난해하기 때문에 1987년 조사된 바에 의하면 천문학 관련 서적의 70%가 잘못된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1]

에드거 앨런 포

Were the succession of stars endless, then the background of the sky would present us a uniform luminosity, like that displayed by the Galaxy –since there could be absolutely no point, in all that background, at which would not exist a star. The only mode, therefore, in which, under such a state of affairs, we could comprehend the voids which our telescopes find in innumerable directions, would be by supposing the distance of the invisible background so immense that no ray from it has yet been able to reach us at all.

놀랍게도 올베르스의 역설을 처음으로 해결한 사람은 취미로 별을 관측했던 고딕 소설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이다. 포는 《유레카》라는 산문시집에서 "우주공간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멀리 있는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아직 우리 눈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적으면서, 이 아이디어가 "너무도 아름답기에, 틀렸을 리가 없다"라고 결론지었다.[1]

포의 아이디어는 천문학자들에게 큰 실마리가 되었는데, 천문학자인 에드워드 해리슨은 포의 산문시를 처음 보았을 때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1]

켈빈 경

1901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켈빈 경은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천체에서 방출된 빛이 관측자의 눈에 도달하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따라서 우리가 별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다는 논리로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밤하늘이 밝게 빛나려면 우주는 적어도 수백조 광년 이상 뻗어 있을 정도로 늙어야 하는데 우리의 우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밤하늘은 검게 보인다.[1]

출처

  1. 1.0 1.1 1.2 1.3 1.4 1.5 1.6 1.7 미치오 카쿠. 《평행우주》. 박병철 옮김. 김영사. 56-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