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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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성립에 관한 이론이다. 본 문서는 대한민국의 법실정을 기준으로 하며, 이는 대한민국 형법대한민국 형사소송법, 그리고 국내 법학계의 통설을 말하는 것이다.

범죄의 성립시기

크게 <범행 결의> → <예비·음모> → <착수> → <기수> → <결과 발생>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범행을 어느 단계에서 끝났는지에 따라 범행의 평가를 달리하게 된다.

  • 예비·음모
    범행을 준비했으나 아직 착수하지 않은 시점이다. 대부분 처벌되지 않으며, 다만 처벌조항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형법상 범죄들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
내란의 죄: 내란죄
외환의 죄: 외환죄, 사전죄
도주와 범인은닉의 죄: 도주원조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
폭발물에 관한 죄: 폭발물사용죄
방화와 실화의 죄: 방화죄, 폭발성물건파열죄, 가스전기등방류죄, 가스전기등공급방해죄
일수와 수리에 관한 죄: 일수죄
교통방해의 죄: 기차교통방해·기차등 전복죄
먹는 물에 관한 죄: 음용수사용방해죄, 수도음용수사용방해죄, 수도불통죄
통화에 관한 죄: 화폐위조죄
유가증권,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 자격모용 유가증권작성죄, 우표·인지·유가증권 위조죄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
살인의 죄: 살인죄, 존속살해죄,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죄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강간과 추행의 죄: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준강간죄, 준강제추행죄,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절도와 강도의 죄: 강도죄
  • 미수범
    범행에 착수하였으나 기수에 이르지 못한 것이 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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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수범
    범행이 기수에 이르고 결과가 발생한 것이 기수범이다.
  • 결과적 가중범
    행위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추가로 발생한 경우이다.


범죄의 참가형태(공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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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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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성립요건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려면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유책성(책임)을 만족해야 한다. 이 3단계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갖추지 못하면 범죄는 성립하지 못한다.

제13조(범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형법에서는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고의는 구성요건과 함께 따지기도 하고 책임 단계에서 따지기도 한다.

  • 고의가 부정된 행위는 과실범 또는 무죄가 된다.
  • 고의는 실체적 경합(수죄)는 물론 상상적 경합에서도 실현된 개개의 구성요건에 따라 분리될 수 있다.

요건 1: 구성요건 해당성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범했는가를 따진다. 형법에서 규정하는 구성요건은 금지된 행위를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범죄사실이 추상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

구성요건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법관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다소 포괄적인 표현도 자주 사용된다. 규정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만들면 일반인이 법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며, 조문에서 지시하는 사항만을 교묘히 피해 범행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사회적·반도덕적 행위라 할지라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때는 범죄라 할 수 없으며,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만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 한다.

요건 2: 위법성

행위가 법질서를 침해할 악의에 의한 것인지를 따진다. 위법성의 판단기준은 행위자 개인이 아닌 사회 일반인으로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만약 행위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책임무능력자의 공격은 위법할 수 없어 정당방위를 할 수 없고 긴급피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사회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책임무능력자의 공격은 일반인과 똑같이 위법할 수 있고 여기에 정당방위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형법은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만을 규정하고 있다.

위법성의 인식은 책임비난의 핵심이 된다. 자신이 일부러 나쁜 짓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지야말로 이를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 1] 법적으로 어떻게 위법한지까지 알 것은 없고, 대충 위법한 것 같다는 인식 정도로 인정된다. 자신의 행위가 모종의 이유로 정당하다고 확신하더라도(확신범, 양심범) 실정법에는 위반된다는 것을 알고만 있으면 위법성인식은 배제되지 않는다.

고의와 위법성과의 관계
엄격고의설: 위법성의 인식이 없다면 고의가 조각되어 과실범이 된다.
(법적대성이 높은 자를 처벌하기 곤란해지는 결점이 있다)
제한고의설(판례설): 위법성의 인식이 없으면 고의는 조각되어 과실범이 되지만, 위법성을 제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으면 고의가 된다. 위법성의 불인식이 법맹목성 또는 법적대성에 기인한 것은 고의와 같이 취급한다.
(과실적 요소를 고의의 요소로 보면서 위법성의 과실만을 고의와 같이 취급한다는 결점이 있고, 위법성의 인식을 고의의 요소로 보는데 인식을 결하였는데도 고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모순적이다)
책임설(학계설): 위법성의 인식을 고의와 별개의 책임요소로 본다. 위법성의 불인식을 회피할 수 없었다면 고의가 아니라 책임이 조각된다.

위법성조각사유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사유를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정당화사유"라 한다.[주 2] "위법성이 조각되다"와 "정당화되다"는 같은 말이다. 한국에서는 전자의 용어를 선호하는데, 범죄의 3단계 성립요소로서의 '위법성'과의 관계를 드러내기 좋아서인 듯하다.

  • 위법성조각사유의 효과
    • 위법성조각사유의 어느 하나가 인정되면 그 행위는 위법하지 않으므로 범죄가 아니게 된다.
    •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는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는 부정된다.
    •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범의 행위에 관여한 공범이 있다면 공범 역시 처벌되지 않는다.
주관적 정당화요소

주관적 정당화요소란, 행위가 구성요건에 들지만 위법성조각사유가 되는 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사를 말한다. 다시말해 위법성조각의 고의와도 같다. 위법성조각에 이것이 필요하다는 학설도 있고 필요없다는 학설도 있는데, 판례는 필요설을 지지한다.[주 3]

악의에 기한 행동으로 남을 돕거나 구하는 등 주관적 정당화요소를 결한 경우 행위자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주관적 정당화요소 불요설: 정당화의 객관적 요건이 있으므로 결과반가치가 탈락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이다.
기수범설: 위법성조각의 성립에는 모든 객관적, 주관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당초 의도의 기수범이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불능미수범설(판례설): 행위반가치는 인정되지만 결과반가치가 탈락되는 구조가 불능미수[주 4]와 유사하므로 이를 유추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7조에 따르면 임의감면 사유이다.)

과실범에게는 주관적 정당화요소가 불요하다는 입장이 통설이다.

요건 3: 책임

책임주의의 의의 [헌법재판소 2009. 7. 30. 선고 2008헌가10 전원재판부]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

불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책임은 모든 처벌의 전제가 되며, 양형의 기초가 되고, 불법과 상응하여야 한다. 형벌은 책임만큼만 과하여야 하며, 형사책임은 민사책임과 같이 정책적 목적에 의해 그 내용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이 확정된 후에 비로소 제기되는 문제이므로, 책임 없는 불법은 있으나 불법 없는 책임은 없다. 책임이 없다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책임 없는 자에게도 보안처분은 내릴 수 있다.

행위에 대한 판단인 위법성과 달리 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판단이므로, 행위자의 개인적 특수성을 고려한다.

책임이 없어도 공범은 성립하며 책임 없는 행위에도 그것이 위법하다면 정당방위를 할 수 있다.

책임의 근거
  • 도의적 책임론
    행위자는 그의 자유의사에 기하여 위법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도의적, 윤리적 비난을 받게 되며 그것이 곧 책임이라는 견해이다. 범죄능력이 있으면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므로, 책임능력을 묻는 시점은 범행의 순간이다.
    인간행위에 대한 소질이나 환경의 영향을 간과한다는 것이 결점이다.
  • 사회적 책임론
    행위자가 타고난 소질과 자라온 환경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사회적 위험성이 결정되었으므로 책임의 근거는 행위자의 반사회적 성격에 있다는 견해이다. 형벌능력이 있어야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므로, 책임능력을 묻는 시점은 양형의 순간이다.
    인간 본연의 자유의사를 관과한다는 것이 결점이다.
  • 인격적 책임론
    소질과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어느 정도 상대적 자유의사를 가진 인간상을 전제로, 책임의 근거를 행위자의 인격형성과정에서 찾으려는 견해이다.
    행위자의 어쩔 수 없는 인격형성이 책임에 포함되고, 현행 형사소송법으로는 인격형성과정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결점이다.

한국 형사법체계는 도의적 책임론을 바탕으로 하되 사회적 책임론의 요소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

책임조각사유

책임이 없는 것으로 인정될 사유를 "책임조각사유"라 한다. 예를 들어 형사미성년자, 심신상실자의 행위, 강요된 행위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책임무능력자
    • 형사미성년자
      만 14세 미만인 자는 모두 책임무능력자로 규정한다. 형벌은 책임능력을 전제하므로 이들에게 형벌을 과할 수는 없고, 10세 이상이라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가능하다.
    • 심신상실자
      심신(心神)을 상실했다는 것은 정신병, 신경증 등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심신장애의 사실에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의사의 감정을 거쳐 판단할 수 있지만, 대체로는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한다.
    • 강요받은 자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행위를 강요받는 것을 말한다. 그 상태에서는 정당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되며, 이에 따라 형벌의 대상이 아니게 되지만 위법성은 남아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당방위는 가능하다.
  • 한정책임능력자
    • 청각 및 언어 장애인[주 5]
      듣고 말하는 데에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필요적 감경의 대상이다.
      이들은 정신적 발육이 뒤처져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찝찝한 조항이다. 농아교육의 발달에 따라 이를 삭제하자는 주장이 있다.
    • 심신미약자
      심신장애로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정도가 심신상실자보다는 낮은 경우를 말한다. 경계선 지능이나 가벼운 주취 등이 심신미약에 해당할 수 있다.
      임의적 감경의 대상이 된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제10조(심신장애인)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란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기 자신을 심신상실 또는 미약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러한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10조 3항에 따라 이 경우에는 책임조각이 인정되지 않는다.

음주운전 등이 이에 따라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이나 이 조항의 적용으로 책임조각이 부정된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가벌성의 근거를 찾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원인행위와 실행행위의 불가분적 연관이 그 근거가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 책임능력결함상태에서의 실행행위에서 책임의 근거를 구하는 견해
    • 원인행위는 예비행위이며, 가벌성의 근거는 심신장애상태하의 실행행위라는 견해이다.
    • 결점: 심신장애상태에서의 행위를 가벌성 있는 실행행위로 본다면 책임능력이 거의 항상 인정되게 되므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 원인행위를 실행행위로 보는 견해
    • 책임능력이 있었던 원인행위 자체를 이미 불법의 실체를 갖춘 구성요건적 행위로 보고, 그 원인행위에 가벌성의 근거가 있다는 견해이다. 즉, 자신을 도구로 이용하는 간접정범의 실행행위라는 것이다.
    • 결점: 구성요건의 정형성(定型性)을 간과하게 되어 가벌성이 지나치게 커진다. 실행의 착수시기가 앞당겨져 미수범의 처벌범위가 대폭 확장된다.
  • 원인행위와 실행행위의 불가분적 연관에서 찾는 견해
    • 책임능력이 있었던 원인행위와 실행행위의 불가분적 연관에 가벌성의 근거가 있다는 견해이다.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는 '행위와 책임 동시존재의 원칙'의 예외로서 처벌되는 것이다.
    • 책임주의 관점에서 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 구조적 특성을 직시하는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착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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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론(罪數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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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 설명

  1. 대판86도2673
  2. 영어: Justification
  3. 대판96도3376전합
  4. 의도한 결과를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한 행위.
  5. 2021년 12월 9일 개정 전에는 "농아자(聾啞者)"라 하였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