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핍인치사

최근 편집: 2023년 11월 6일 (월) 19:04

위핍인치사는 조선시대 법률에 적용된 명나라의 법전 대명률(大明律)』의 제19권 ‘형률(刑律)’에 나오는 용어로, 타인을 위세로 핍박하여 자살하게 하는 행위를 살인죄와 같이 다루는 법률 조항이다.[1]

  • 第322條 威逼人致死
    凡因事威逼人致死者 杖一百, 若官吏公使人等 非因公務 而威逼平民致死者 罪同, 並追埋葬銀一十兩. 若威逼期親尊長致死者 絞, 大功以下 遞減一等.
    (어떤 일로 인하여 타인을 위세로 핍박하여 죽게 하면 장 100대에 처한다. 공무원이 공무가 아닌 일로 평민을 위세로 핍박하여 죽게 하면 죄가 같으며 장례비에 보탤 은 10냥의 벌금을 병과한다. 만약 기친(期親)・존장(尊長)을 위세로 핍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면 교형에 처한다. 대공 이하이면 차례대로 1등급씩 줄인다.)
    若因姦盜而威逼人致死者 斬.
    (만약 간음이나 도둑질로 인해 사람을 위세로 핍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면 참형에 처한다.)

쉽게 말해, 자살한 사람이 생겼을 경우 그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물을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가해자를 심판대에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이다. 이는 자살의 원인이 사회적인 요인에 있음을 명시한 법률로, 당시 유럽에서는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거나 죄악시했던 것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자살을 이미 사회적 타살로 보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관련한 논문을 쓴 오승관은 "위핍자살威逼自殺"이라고도 칭했다.

조선시대 자살 담론

위핍인치사는 살인의 한 유형인 겁살(劫殺)을 명문화한 것이다. 여기서 겁살은 가해자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피해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위력으로 겁박하여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이는 곧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게 만든 어떤 행위 자체를 살인으로 본 것이다.[2]

위 법률로 인해 당시 사람들은 자살의 책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피해자가 왜 죽었는지 피해 당사자에게 묻는 방식이 아닌,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졌고, 가해자가 누구인지 짐작하거나 지목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검안(檢案) 자료를 통해 1885년부터 1906년까지 위핍자살로 목숨을 잃은 88명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위핍자살로 인한 사망자 88명 중 54%가 여성, 46%가 남성이었다. 여기서 특기할만 한 점은 20대 이하 자살자 19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여성 자살자 중에서도 20대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3]

기존에 자살을 다룬 대표적인 연구 분야가 여성사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사는 여성들은 성리학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면서 조선 전기에는 수절로 충분했던 것이 조선 후기에는 남편을 따라 죽는 등의 형태로 변화했다. 이는 여성 자살의 대부분이 사회구조적인 문제, 통치이념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여성사 연구를 통해 주목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여성의 위핍자살

한편, 조선시대 자살 통계와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 중 하나가 『심리록(審理錄)』이다. 심리록은 정조 때 중죄수 관련 판례를 모은 책자인데, 심리록에 기록된 자살건수는 38건 중 남성은 7명에 불과하고 여성은 31명에 달한다. 이는 남성에 비해 자살을 해야할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내몰린 여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4]

또, 여성들의 자살 원인으로는 여성의 상당수가 간통, 강간, 소문 등으로, 남성의 경우 빚 문제 등 생활고 혹은 우발적인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와는 그 배경에 차이가 크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우에는 주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문화와 성리학적 이데올로기로 인한 낙인 효과가 자살에 이르게 한 사회적 죽음임을 알 수 있다.

출처

  1. 《大明律直解》 卷19, 刑律 人命 第322條 威逼人致死쪽 
  2. 오, 승관 (2021년 6월). “19세기 말~20세기 초 ‘위핍자살(威逼自殺)’의 실태와 행위 양식 -규장각 소장 검안 자료를 중심으로-”. 《역사와현실》 (제120호): 192 - 193. 
  3. 박상현 (2021년 8월 29일). "조선시대 자살론, 서양과 달라…살인 결과로 인식하기도". 2023년 4월 13일에 확인함. 
  4. “한국학자료센터”. 2023년 4월 13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