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

최근 편집: 2019년 2월 13일 (수) 13:50

Epistemology/Erkenntnistheorie

개요

인식론은 지식의 확실성을 다루는 이론철학의 하위 분과이며, 전통적 인식론과 현대적 인식론으로 나눌 수 있다.[1]

전통적 인식론은 지식 자체와 지식의 진리성 자체를 다루는 인식론적 경향으로, 흔히 존재론적 인식론이라고 불린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한데, 서양 고중세 2000년 철학사를 휩쓴 전통적인 철학적 경향은 논의대상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존재론/형이상학이고[2], 이러한 경향 하에서 지식이라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인식론적 경향은 당연히 존재론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전통적 인식론을 대표하는 책으로는 플라톤의 대화편 『테아이테토스』가 있는데, 이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어린 수학자 테아이테토스와 이야기하며 진리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인 "정당화된 참인 믿음"이라는 주장에 준하는 설명을 최초로 이끌어낸다. 오늘날의 플라톤 연구자들은 더이상 『테아이테토스』를 그러한 방식으로 일면적으로 독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하라.

현대적 인식론은 독일어로 의식철학(Bewusstseinsphilosophie, Erkenntnistheorie)라고 불리는 현대의 철학적 경향으로, 주관주의적 인식론이라는 명칭 하에 분류되는 인식론적 경향이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되었고, 로크와 흄을 거쳐 칸트에서 완성되었다. 주관주의적 인식론은 지식 자체 뿐만 아니라, 지식을 의식하는 인식주관이 지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룬다. 근현대 500년 전반의 인식론은 주관주의적 인식론의 영향 하에 있다. 왜인가? 과거 철학자들이 2000년동안 궁극적 지식 자체를 다루려고 시도하였으나, 현대적 인식론자들에게 이 시도는 실패한 시도였다. 현대적 인식론자들에 따르면, 궁극적 지식이 무엇인지를 따지기 전에, 그 궁극적 지식의 바탕이 되고 궁극적 지식을 구성하는 조건이 어떠한지를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현대적 인식론자들은 이 궁극적 지식의 조건을 한 사람의 의식이라고 파악했고, 이 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규명하려 한 연구태도가 1800년 이전까지의 현대적 인식론의 흐름이다. 현대적 인식론의 주저는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적 인식론의 흐름은, 과학의 분과 전문화와 철학의 총체성 지향으로 인한 존재론의 부활(헤겔)이라는 양극적인 상황 안에서 1900년대 들어 언어구조를 탐구하는 경향으로 나아간다. 분과적이고 전문적인 학문으로서 철학을 정립하려 한 영미 철학자들(분석철학자들, 예컨대 러셀)은 언어 일반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경향은 적어도 노엄 촘스키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반면 한 사람의 의식으로부터 궁극적 지식을 얻어낼 수 없다고 본 독일과 프랑스의 철학자들(현상학자들, 예컨대 후설)은 여러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서로의 진술이 만들어내는 의미의 기반이 되는 상호주관적 구조를 밝혀내려 시도한다. 이와 같은 서구권 인식론의 거대한 흐름 변화를 언어적 전회라고 칭한다.

  1. 전통적 인식론이나 현대적 인식론이라는 용어를 학계에서 쓰지는 않는다.
  2. 물론 현대 존재론은 더이상 대상이 '무엇인지'만 다루지 않는다! 설명하자면 복잡해지니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