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

최근 편집: 2021년 9월 15일 (수) 05:03
(잠재적 가해자에서 넘어옴)

잠재적 범죄자21세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자주 쓰게 된 말로, 호모소셜의 강간문화와 페미사이드를 조장하는 경향 등을 지칭하기 위해 쓰여왔다. 잠재적으로 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단어의 출현과 배경

잠재적 범죄자란 단어는 남성 전반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에서 생겨났다. 이러한 공포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남자의 범죄 대상이 될지를 항상 경계해야 하는 현실에서 온다. 일례로 성범죄의 80%가 가족, 직장 및 대학 동료, 선후배등 아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며, 많은 경우 가해자들의 주변 평판이 좋았고 피해자에게도 친절하게 대했다고 한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남친, 남편에 의한 데이트폭력 사망자가 나오기도 한다. 즉, 누가 범죄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사전에 예측할 수가 없다. 또한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여성 대상 폭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할 만큼 이러한 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따라서 여성들은 항상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가장 가까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도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즉 대부분의 여성들은 ‘잠재적 피해자’로서 살아가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일부 남성들은 이 말이 본인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느끼나, 사실 남성들도 성범죄 및 여성 대상 범죄를 일으키는 구조의 조장과 방관을 정확히 알고 있다. 여성들이 언제 어디서 피해를 당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호신용품을 사주고, 정신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면 무슨 일 생길까 걱정하고, 옷 짧게 입지 못하게 하고(물론 옷차림을 단속하는 것은 잘못된 예방책이다), 밤 늦게 택시 태우면 불안해한다. 본인을 제외한 남성집단이 가해를 저지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남자는 나 빼고 다 늑대야" 같은 말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로서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 여성들을 생각해보자. 공공장소에서 편히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여성들, 택배나 배달음식을 집 앞에 두고 가라고 하며 문 밖을 나오면서 두리번거리는 여성들, 내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고 있는 배달원에게 온 '커피 한 잔 하자'는 문자를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즉,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마라”라는 말은 문제의 본질인 ‘여성의 공포’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발언은 수많은 성범죄자들을 방관하기 위한 발언이다. 옆에 있는 여성 대신 수많은 가해자들을 보호하는 발언이다. 정말로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여성들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하기보다 주변의 공고한 호모소셜과 강간문화를 희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옳다.

게다가 잠재적 가해자라는 저 말도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저 말이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아주 예외적인 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 말에 담긴 논리는, 차라리 일반적입니다. 가령 야간에 자동차를 몰면 음주단속이 실시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찰들은 운전자를 잠재적 음주운전자로 간주해서 단속을 하고, 또한 그것에 응하는 운전자도 그렇게 느낍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운전자들 중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는 나쁜 놈이 있으니까, 그놈을 걸러내기 위해서 경찰업무에 협조해주자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공항검색대에서도 테러리스트를 붙잡아야하니까 검문에 응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이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네들의 일상은 이처럼 잠재적 가해자를 붙잡기 위해, 기꺼이 일련의 행정조치와 생각들에 응해주는 시민정신으로 구성된 거 아닙니까? 저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가는 폭력이란 발상을 떠올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고, 설사 표현적으로 그렇게 보인다 치더라도 그 진의(眞意)가 진짜 대다수 남자들을 범죄자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님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회가 공익적으로 더 좋다. 모든 구성원이 혹여나 나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조심하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잠재적 피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잠재적 피해자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교차적으로 사유하여 스스로를 잠재적 가해자라고 생각하며 지낼 가능성이 높다.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다른 운동에 연대하는 경우가 많은 현상도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나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지 마라”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여성 대상의 범죄 사례에서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이어서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있고, 남성사회 일반에서 그것을 남성에 대한 일반화이며 정상적인 남성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정상성을 가정하며 반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여성 대상 범죄 이슈가 쟁점화되어, 이를 조장하는 구조(호모소셜)에 대해 비판할 경우 한국 남성들이 “나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또는 주변 여성이 남성에게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공포를 표현하면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라고 이야기한다. 이 경우 형제품으로는 “낫올맨”이 있다.

정상성의 허위에 대해서는 관련 문서 참고.

잠재적 가해자 개념의 무제한적인 확장이 갖는 파시즘적인 위험성

남성에 대한 여성의 공포는 주변의 사례로 시작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공고화된다면, 사회적 약자를 잠재적 "ㅇㅇ"라고 부르는 경우, 미디어, 바이럴, 확증편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

반면 이러한 경계는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도 흔히 나타난다.

1.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피해자가 된다.

2. 따라서 여성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것, 그 여성들이 잠재적 범죄자에 느끼는 공포는 사실적인 근거가 있다.

3.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범죄자로 묘사해서는 안 되는데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은 차별받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범죄 피해의 공포와 그러한 여성의 불안정한 사회적 조건을 비일상적인 특수한 예외로 접근하는 대립구도를 다루고 있다.

해당 도식이 무제한적으로 확장되는 경우 이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포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식의 정당화로 나아간다. 그것은 이 사회에 정상성이 존재하며 그 정상성은 안전하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바로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라는 서술을 하며 '현존하는 사회가 여성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지만 일부 범죄를 저지르는 비정상적 남성만이 문제다.' 라는 주장을 하며 현재의 남성 중심의 사회를 정당화시키려 시도하는 이들의 논리와 완벽하게 동일하다.

따라서 이 항목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본 항목의 개념이 이 사회의 정상성이 허구라는 점을 문제제기할 때 그것은 이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이들이 허위의식의 형태를 파악하게 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본 항목의 개념이 맥락을 상실한 채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경우 그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정당화시키는 바로 그 논리 자체를 긍정하게 된다.

덧붙여, 사회적 강자는 실제 범죄율이 높은 반면 사회적 약자는 그 위치성으로 인해 실제 범죄율이 더 낮기도 해 상대적인 강자가 약자에게 잠재적 범죄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도 하다.

기타

  • 간혹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라며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권력을 가진 다수자를 겨냥한 저항의 맥락임이 다분하므로,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