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내부성과 외부성

최근 편집: 2023년 8월 1일 (화) 21:57

장소의 본질은 장소를 공간상에서 서로 분리하고, 물리적 환경/인간 활동/의미로 이루어진 독특한 체제를 규정하는 거다. 즉, 어떠한 장소의 안에 있다는 건 그곳에 소속/동일시되는 것이다. 더욱 깊숙한 내부에 있게 될수록 장소와의 동일시(장소에 대한 정체성)는 더 강해진다.

장소의 내부-외부 구분은 가장 기초적인 이원성으로, 우리의 생활 공간 경험에 기초가 되며 장소의 본질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분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1]

  • 실존적 외부성 : 이는 자각적이고 깊은 생각 끝에 내린 무관심, 사람과 장소로부터의 소외, 돌아갈 집의 상실, 세계에 대한 비현실감과 소속감의 상실을 포괄한다. 실존적 외부성에서는 모든 장소가 똑같이 의미 없는 정체성을 가지는 걸로 간주하며, 피상적인 특성에 의해서 구분될 수 있다.
  • 부수적 외부성 : 장소는 활동을 위한 배경이나 무대에 지나지 않는 걸로 경험되며, 인간의 활동에 대하여도 굉장히 부수적인 존재이다. 부수적 외부성은 우리가 방문자로 있는 장소나, 장소에 대한 우리의 의도가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 대리적 내부성 : 간접적/대리적 방식으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다. 즉,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깊이 마음에 남는 관계 맺음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대리적 내부성은 특정 장소에 관한 묘사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장소의 경험과 일치할 때, 가장 명확해진다.
  • 행동적 내부성 : 이는 한 장소에 있으면서, 그 장소가 특정 방식으로 정렬되고 관찰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사물/관점/활동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인식하는 거다. 한 장소가 사건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경험되는 부수적 외부성과는 대비되게 행동적 내부성은 신중하게 그 장소의 모습을 주목한다. (형태, 구조, 내용 등)
  • 감정 이입적 내부성 : 이는 장소에 관한 관심이 외관상의 특성에 관한 것에서 점차 감성적/감정 이입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거다. 감정 이입적 내부성은 기꺼이 장소의 의미에 마음을 열고, 느끼고, 장소의 상징을 알고 존중하려는 흔쾌한 마음을 요구한다. 이는 장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한 장소의 내부에 감정 이입적으로 들어간다는 건 그 장소를 의미가 풍부한 곳으로 이해하며, 그곳과 자기를 동일하게 여기는 거다.
  • 실존적 내부성 : 가장 근본적인 형태의 내부성은 적극적이고 자각적인 형태의 깊은 생각 없이 장소를 경험하지만, 여전히 그 장소가 의미로 가득 차 있을 때 생기는 거다. 실존적 내부성의 특징은 장소 개념의 토대가 되는 그 장소에의 소속인 동시에 깊고 완전한 동일시이다. 그리하여 실존적 내부성은 어떠한 장소가 바로 자기가 속한 곳이라는 사실이 암묵적으로 인지될 때 생겨난다. 실존적 내부성의 자세로 장소를 경험하는 사람은 그 장소의 일부가 되며, 장소 역시 사람의 일부가 된다.
  1. 에드워드 렐프 (역자 : 김덕현, 김현주, 심승희) (2005년 4월 10일). 《장소와 장소상실》. 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