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

최근 편집: 2024년 1월 18일 (목) 12:16

문화학에서 전유(專有, Appropriation)는 ‘어떤 형태의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을 소유해 그 문화자본의 원(元) 소유자에게 적대적으로 만드는 행동’을 말한다.

특히 소수자 집단을 향할 때 폭력적이다.

언어 전유

언어를 빼앗긴 소수자 집단이 특정 소수자혐오 사건이나 맥락에 대한 규탄 및 소수자 연대와 위로의 의미로 사용하는 말을 또다시 기득권의 것으로 빼앗고 훔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언어 전유는 '너의 것만 소중한 게 아니라 모두의 것이 소중해'라며 소수자혐오의 역사와 맥락을 지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적이다.

특히 초연결사회가 된 이후 정보를 검색하고 습득하며 소통하는 데에 해시태그와 검색키워드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언어 전유는 '정보 오염'을 일으키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주 1]

원래 소수자 맥락이 없었지만 기득권과 혐오집단이 의미를 바꿔 버린 말들도 일종의 전유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한국 구글에서 '길거리'를 검색하면 길 사진 대신 길을 걷는 여성들을 촬영한 불법촬영물 및 촬영물이 등장한다. 또한 '도끼 자국'은 도끼를 나무에 내려친 자국을 뜻하는 말이지만 여성의 성기 실루엣이 옷 밖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조개'와 '골뱅이', '백마' 등도 마찬가지이다.

반발과 반박

그 말에 소수자가 전세 냈느냐?

이해가 어렵다면, 제2차 세계 대전의 한일 상황을 대입해보면 된다.

다음은 가상의 상황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 일본인이 일본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던 한국인 부부를 때려 죽이고 "조센징은 번식하면 안 된다"라고 말해 한국인 사회가 슬픔과 분노에 잠겼다고 해 보자. 이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집단에서 "누구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 구호를 사용하여 몇 년간 한국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어구로 굳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몇 년 후 한 일본인이 전사하는 일본군과 사별하는 일본 가정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누구도 우리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라는 소설을 써 그 구호의 맥락인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전쟁범죄 및 혐오범죄 규탄'과 '죽은 한국인 부부에 대한 위로'를 삭제하고 한국인이 아닌 모든 집단으로 범위를 확대했다면, 이것은 그 맥락을 지우고 기만하는 전유이다. 그 일본인이 살면서 단 한 번도 한국인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사례

Black Lives Matter / All Lives Matter

BLM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널리 퍼진 구호로, 미국의 흑인 시민이 백인 경찰에게 부당하게 과잉진압당해 사망하는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백인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며 흑인인권운동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삭제하고 나섰고, 한국인들도 동참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도 본사 트윗의 BLM 구호를 '우리 모두의 목숨은 소중합니다'로 번역해 전유했다가 뭇매를 맞았다.[1]

과잉진압은 다른 소수자 인종이 겪지 않는, 흑인만의 맥락이기 때문에 다른 소수자 집단조차 이 구호를 존중했다. 코로나 시국 동양인혐오를 규탄하는 메시지는 Asian Lives Matter가 아니라 Stop Asian Hates였다.

커밍아웃 / O밍아웃

다른 문서로 이동 이 내용은 임밍아웃 문서로 이동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Me Too / O투

미투 운동은 직장 내 위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구호였는데, 한국에서 빚투, 약투 등으로 전유당했다. 특히 약투는 자신이 부끄러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을 고백하는 맥락이기에 원래 의미에 대한 훼손이 심했다.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코로나19로 2020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무기한 연기되자 온라인 행진 캠페인으로 행진길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2] 인스타그램 등지에서 이성애자들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전유당했다.

Love Wins

문화 전유

드림캐처

부연 설명

  1. 혐오적 전유 사례는 아니지만 정보 오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햄스터'가 있다. 햄스터 주인들이 트위터에 햄스터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햄스터'를 검색하면 아이돌이니 연예인을 햄스터에 비유하는 트윗이 더 많이 떠서 검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햄서터'로 바꾸어 사용했다. 그런데 '햄서터'도 아이돌을 귀엽게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해 이제 햄스터만을 트위터에서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햄스터라는 말에는 다른 소수자 맥락이 없고 햄스터를 비유하는 행위도 혐오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지만, 이러한 정보 오염이 전유로 작용했을 때에는 맥락이 아주 달라진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