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최근 편집: 2023년 1월 6일 (금) 19:14
점자 예시 이미지.

점자(한문: 點字, 영어: braille)는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만져 읽을 수 있도록 도드라진 점이 모인 형태의 부호 글자이다.[1] 모두 6개의 점으로 구성돼 있다.[2]


점자 해독 가능 인구

2014년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서 만든 점자 일람표.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에서 만든 점자 일람표.

2014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각장애인 중 5.1%만이 점자 해독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같은 해 국립국어원이 1~4급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1.6%가 점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모집단의 차이로, 보건복지부가 전체 시각장애인을 설문 대상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2] 시각장애 5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2이하인 사람과 두 눈의 시야각도의 합계가 정상시야의 50% 이상 감소한 사람을 포함하며, 6급의 경우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을 뜻한다.[3] 즉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는 저시력자나 한쪽 눈만 실명한 경우 등 애초에 점자를 해독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응답을 했던 것이다.

2017년

2017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등급 1~4급을 가진 시각장애인 중 점자해독이 가능한 비율은 12.4%이고, 현재 점자해독을 배우는 중에 있는 비율 1.6%를 합쳐도 15%를 밑도는 수준이었다.[4] 이는 열악한 점자교육 실태와, 점자를 공부해도 점자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에서는 쓸모가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터치스크린의 보급으로 스마트기기에서 점자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애플의 보이스오버 기능이나 안드로이드의 시각장애인 모드, HTML의 대체 텍스트 등, 점자 지원보다는 음성 지원이 당장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남자는 19.5%, 여자는 4.7%로 남자가 여자보다 점자해독 가능 비율이 훨씬 높았다.[4]

점자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의 위험성과 불편, 실태

장소 접근성 저하

(다음 정보는 2019년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함)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의 일반 안내판에는 출구 번호를 비롯해 네 종류의 운행 노선이 모두 표시돼 있으나 점자 안내는 ‘5ㆍ6호선 공덕역’으로만 읽힐 뿐이었다. 해당 점자 안내판은 6호선이 개통된 2001년 설치됐고 그 사이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가 연결됐지만 적어도 2019년까지 한차례도 정비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사 내부에 설치된 출구 안내 점자 표지도 업데이트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인데, 점자 안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방면’이라고 되어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한 지 오래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4호선 역에 설치된 점자 표지판은 정비를 마쳤고 5~8호선은 점검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직원들이 상시 점검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5]

화장실이나 계단 등 점자의 설치 위치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바람과 새소리로 출구를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5]

제품 구매시의 불편

시중에 유통되는 식음료 제품 대부분이 점자 표기가 아예 없거나 미흡하다.[6] 겉모양을 만져보고 과자인지 라면인지, 음료수인지는 구분할 수 있고, 일부 캔음료는 ‘맥주’, ‘음료’, ‘탄산’ 등이 점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해당 제품이 정확히 어떤 브랜드, 어떤 맛, 어떤 재료의 제품인지,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등, 비장애인들은 당연하게 수집하는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다.[6] 그나마 '탄산'은 롯데칠성이 2017년에 들어서나 추가한 것이다.[5]

또한 캔 음료에 점자가 있더라도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 읽기 어려운데, 비유하자면 사전의 작은 글씨처럼 점자를 굉장히 작게 축소해놔 어디서부터 점자가 시작되는지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6]

현행법상 식음료 제품 및 의약품 포장지의 점자 표기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6] 식음료업계는 점자 표기를 하려면 음료 별로 생산 라인을 교체해야 하고 유통기한 등을 점자로 표기하려면 생산할 때마다 점자 틀을 계속 바꿔줘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라면이나 과자의 경우 포장 재질이 플라스틱 재질이라 점자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6]

일부 업체는 점자 표기를 시행하고 있는데 롯데칠성음료는 서울시각장애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점자의 높이나 간격 등에 대한 감수를 거치고 생수 아이시스 8.0, 아이시스 에코, 칠성사이다 페트병 제품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음료 브랜드에 점자 표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도 테라 캔맥주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한다.[6]

GS25는 시각장애인 시설 인근에 있는 100여개 점포에서 커피·생수·맥주·소주·과즙음료·탄산음료·이온음료 등이 적힌 점자 스티커를 상품에 추가로 부착했다.[6]

의약품 및 화장품 오용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음성 코드가 표기되지 않아 의약품과 화장품을 혼동하거나 적응증과 상이한 약을 오류복용할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점자표기 없는 타이레놀이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를 보여주는 가상의 이미지다. 왼쪽에는 붉은색 타이레놀 상자의 흰색 옆에 유통기한 등이 쓰여 있지만 오른쪽에는 흰 상자 뿐이다.
점자표기 없는 타이레놀이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를 보여주는 가상의 이미지.[5]

속이 불편해서 소화제인 줄 알고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설사 유도제였다거나,[2] 여러 종류의 안약을 넣을 때 구분을 할 수 없어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2]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시럽을 구분할 수 없어 어린 자녀에게 약을 바꾸어 먹이거나,[7] 설사·통증이 심한데도 약을 찾지 못해 가족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7] 다양하고 위험한 상황들이 보고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무좀약을 안약으로, 위장약 겔포스를 샴푸로, 피부질환 연고를 안약으로, 알레르기 약을 감기약으로, 바르는 약을 다른 연고제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7]

점자표기 병기 의약품 현황(2021년 7월 보도자료)[7]
업체명 일반약 안전상비약 전문약 총합
광동제약(주) 1 0 1
동화약품(주) 8 8
명인제약(주) 1 1
부광약품(주) 42 42
비엘엔에이치(주) 2 2
삼진제약 1 1
종근당 2 1 3
(주)대웅제약 9 2 1 12
(주)한국유니팜 1 1
(주)한독 2 2
태준제약 5 5
한국BMS제약 4 4
한국다케다제약 1 1
한국룬드벡(주) 3 3
한국애보트 2 2
한국애자이 5 5
한미약품 1 1
총합계 64 4 26 94

엉터리 점자로 인한 혼동

점자는 가로 2칸, 세로 3칸의 공간에 점을 배치해 자음과 모음을 만드는데 그 간격이나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다른 의미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점자규정이 엄연히 있지만, 공공장소에 설치된 점자 안내 중 상당수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서강대학교 김대건관 3층에 설치된 촉지도의 경우 ‘여학생 휴게실’을 나타낸 점자 중 ‘여’ 부분의 좌우 점 간격이 너무 멀어 ‘ㄱ’ ‘ㅊ’으로 읽혔고, ‘교수실’이 나열된 부분은 간격이 제각각이어서 다른 글씨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5]

또한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각에 맞춘 '모양 점자'도 문제다. 일례로 화살표 모양으로 배열된 점자는 비장애인의 눈에는 화살표로 보일지 몰라도 시각장애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엉터리다.[5]

관련 법제화 현황

의약품

2021년, 안전상비의약품 점자·음성코드 표기 의무화 법안이 최혜영 의원과 김예지 의원 대표발의로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록 안전상비약에 한정된 법제화이지만 향후 시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등으로 표기 법제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7] 식약처는 의약품 점자표시 방법·기준 개발 예산이 2022년도 요구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확보 작업에 착수했다.[7]

점자표기 의무화 법안은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 심재철 의원 대표발의로 처음 발의된 이후 20년만에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된 것으로, 첫 발의 이후에도 제18대 국회 윤석용 의원, 제19대 국회 정문헌 의원·박명재 의원, 제20대 국회 윤소하 의원이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7]

점자 번역

개인이 만든 온라인 점자 번역기들이 있다.

점자책 관련 봉사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은 점자책 봉사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받고 있는데 일반도서를 워드 입력 작업을 통해 전자도서로 제작하거나, 점자 출력물을 추리는 업무로 봉사를 할 수 있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도 점역, 학습자료 스캔 및 입력, 점자도서 관리 등 다양한 직무에서 봉사자를 구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봉사시간 인정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여러 점자도서관이나 시각장애인복지관, 전자도서관 등에서 관련 봉사자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

같이 보기

출처

  1. 양희성 기자 (2019년 11월 4일). “[청계천 옆 사진관]오늘은 ‘점자의 날’, 시각장애인에 날개”. 《동아일보》. 2019년 11월 4일에 확인함. 
  2. 2.0 2.1 2.2 2.3 박성은 (2017년 11월 22일). “[디지털스토리] "온수 트는데만 30분 걸려요"…시각장애인 눈물”. 《연합뉴스. 2021년 9월 25일에 확인함. 
  3. “시각장애인의 이해 > 시각장애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2021년 9월 25일에 확인함. 
  4. 4.0 4.1 김성희 외.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PDF). 《정책보고서》 (보건복지부). 
  5. 5.0 5.1 5.2 5.3 5.4 5.5 5.6 5.7 김주영 기자 (2019년 6월 13일). “시각장애인에겐 요만큼만… 점자 정보 인색한 사회”. 《한국일보》. 2021년 9월 25일에 확인함. 
  6. 6.0 6.1 6.2 6.3 6.4 6.5 6.6 이병준 기자 (2021년 4월 22일). “시각장애인들, "점자 미흡해 콜라랑 사이다 구분하기도 어렵다". 《중앙일보》. 2021년 9월 25일에 확인함. 
  7. 7.0 7.1 7.2 7.3 7.4 7.5 7.6 이정환 기자. “의약품 점자표기, 4전5기 끝 법제화…기업 동참이 뒷심”. 《데일리팜》. 2021년 9월 25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