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최근 편집: 2023년 12월 26일 (화) 12:44
(조울증에서 넘어옴)

양극성장애(영어: bipolar disorder)는 조증 또는 우울증의 양 극단의 기분 변화를 보이는 기간과 정상적인 기분을 보이는 기간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의학과적 질환이다.[1] 이전에는 명칭이 조울병, 조울증(영어: depressive illness)이었으나 병증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낙인 효과를 덜기 위해 명칭이 바뀌었다. 의사들은 간단하게 '바이폴라'라고 말한다.

짧은 시간 안에 기분이 양극단을 오가는 것을 조울증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것이다. 조울증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의 기간을 두고 정동 변화가 나타나며, 가장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는 급속순환형 양극성 장애의 진단 기준도 조증과 우울 삽화가 연 4회 이상 나타나는 것이다.[2]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이 휙휙 변하는 것은 조울증보다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경계성 성격장애와 양극성장애를 함께 앓는 환자도 많이 있다.

분류

양극성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의 반복양상, 그 형태와 종류에 따라 1형, 2형, 세분양상으로 분류된다.

조증삽화를 경험한 경우 1형 양극성장애, 경조증삽화를 경험한 경우 2형 양극성장애로 구분한다.

양극성장애 1형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일컫는다. 간혹 우울증은 없이 조증만 반복되는 경우에도 1형으로 분류된다.

1형 양극성장애는 1번 이상의 조증삽화를 경험할 때 진단할 수 있다. 1형 양극성장애는 먼저 우울삽화를 1번 이상 경험하고 수개월에서 수년이 경과한 후 조증삽화를 경험한 뒤 양극성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3]

양극성장애 2형

양극성장애 1형과는 달리 조증은 나타나지 않고 경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이다. 조증삽화가 너무 미약해서 몇 년간 난치성 주요우울장애(우울증)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세분 양상

  • 혼재성 양상
  • 불안증 양상
  • 정신병형 양상
  • 급속순환형 양상
  • 계절성 양상

치료

리튬, 발프로산, 디발프로엑스, 라믹탈 등 기분조절제를 주로 처방하고, 인지행동치료 등 상담치료를 병행한다. 우울 삽화가 심각할 경우 항우울제를 병용 처방한다. SSRI 계열의 약물은 양극성 장애 1형에서 위약보다 뛰어나지 않고, 조증 삽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처방하지 않는다.[4] 환자가 살이 찌는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이 관찰될 경우 삭센다를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증상

조증 삽화

  • 자신감, 과대평가
    •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여 능력에 넘치는 일을 시도한다. 이러한 일 때문에 우울 삽화기에 자살, 자해, 도피성 약물 자해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
    • 목표 지향적 활동이 증가하고 과도한 계획을 수립한다. 위험을 고려하지 않으며, 기존에 하던 일을 다 종결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기도 한다.
    • 과대망상이 흔해서 스스로가 신과 특별한 관계이거나 유명 인물과 특수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또는, 스스로가 구원자, 메시아, 예언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 과소비
    • 판단력이 낮아지고 금전 감각이 마비되어 과소비, 무분별한 쇼핑, 돈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에 아주 너그러워지고 씀씀이가 커진다. 이것 역시 금전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 욕구의 변화
    • 성욕의 증가나 성적 환상 및 성적 행위의 증가가 나타난다. 조증 삽화가 가라앉는 시기에 이런 행위를 후회하는 일도 잦다.
    • 수면에 대한 욕구가 감소하여 평소보다 몇 시간 더 일찍 깬다. 며칠씩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 수면 박탈이 조증 삽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 식사에 대한 욕구가 거의 감소하거나, 반대로 과하게 많이 먹는 경우가 있다.
  • 대화 양상의 변화
    •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수다스럽고 목소리가 크고 빨라진다. 말을 자르거나 중단시키기 어려워 몇 시간 동안 계속하여 말을 하기도 한다.
  • 사고의 비약
    • 생각이 빠른 속도로 흐른다. 사고의 비약 또한 빈번하다. 조증 삽화가 아닐 때의 사고가 강을 가로지르는 견고한 돌다리라면, 조증 삽화기의 사고는 강에 놓인 징검다리와 같다. 조증 삽화기의 기록물을 조증 삽화가 아닐 때 읽어 보면, 비약이 심해 사고의 흐름을 되짚기가 힘들다.
    • 한 화제에서 다른 화제로 갑자기 바뀌며, 말이 무질서해져 대화가 어려워진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연관이 없는 자극에 금방 주의가 산만해진다.

세간의 통념과는 다르게, 조증 삽화 때의 기분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증 삽화의 성격적 특성은 행복이나 즐거움보다는 흥분과 각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조증 삽화를 겪는 이들은 보통 흥분되고 들뜬 상태지만, 동시에 굉장히 예민하고, 까칠하고, 주변인을 가차없이 비난하기도 한다. 공격성이 증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조증 삽화 시기에 강화되는 목표 지향성과 결부되어, 인간 관계의 악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들은 조증기에 저지른 일들을 두고 '사고를 쳤다'라고 표현한다. 인간관계의 악화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조울증 환자들을 큰 어려움에 처하게 하는 것은 많은 경우 금전적인 부분이다. 조증기의 과소비나 사업실패 등으로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지출이 발생하면 가족과 자신이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경제적 어려움과 빈곤함은 조울증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고, 인간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 울증기에는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인해 임금노동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고통이 더하다.

극조증은 양상이 훨씬 심하여 동네를 돌아다니며 시비를 걸고 다니고 괴성을 지르며 춤을 춘다거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탕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울증기에 접어들었을 때 극도의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며, 자신의 치료과정을 지지해 줄 주변 사람들도 많이 잃은 뒤라 재발 위험도 커진다.

우울 삽화

자살 위험성

우울 장애조울증(양극성 정동 장애)을 포함하는 기분장애는 자살로 인한 사망의 위험성을 20배 이상 높인다. 특히, 조울증 범주 안에서 우울삽화를 겪은 환자는 단극성 장애(우울증 등) 범주 안에서 우울삽화를 겪은 환자보다 자살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울증 진단과 함게 발생한 절망, 공황 발작, 심한 불안, 심한 무쾌감증, 정신증상 등의 특정한 증상은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킨다.[5]

조울증에서의 우울 삽화가 더 위험한 이유는 각성 상태에서 급격히 생긴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조증 삽화에서 각성 상태로 저지른 일들을 우울 삽화 시기에 수습해야 하므로 자책과 자괴감, 수치심이 유발된다. 이러한 이유로 조울증 환자들은 울증기보다는 차라리 조증기가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관련 질환

양극성 정동장애와 함께 발병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불안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들은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불안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들은 고조된 상태에서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 ADHD: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들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와 함께 발병하기 쉽다.
  • 인격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인격이나 관계에 대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는 인격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주의사항

우울증과의 감별

대부분의 양극성장애 환자는 우울증상, 우울 삽화로 발병하며, 조증 삽화로 시작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우울증상으로 시작해 주요우울증 치료를 받는데, 이 경우 경조증이나 조증 삽화에 대한 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특히 조증기에 접어들면 우울 삽화에서 벗어나고 자신감이 극도로 높아지기 때문에 스스로 완치판단을 내리고 병원치료를 중단하게 되는데, 병원은 환자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다시 연락하지도 않고 연락한다 해도 환자를 오게 강제할 수 없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친다.

결국 첫 발병 때 제대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 조증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발생하게 되면 그때서야 다시 진단받고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과 주변인이 더욱 힘들어진다.

조울증 제2형은 항우울제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라믹탈을 처방 후 빠른 호전을 보여 조울증임을 진단하기도 한다.

단약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단약이 금기시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조증이 오면 자신감이 생겨 환자가 임의단약하는 경우가 많아 재발률이 높다. 조울증은 재발할 때마다 신경손상을 일으켜 다음 재발률이 급속히 상승하므로 평생 약물로 관리하며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정신과 의사들은 조울증 환자들에게 "약을 끊고 싶으면 약을 끊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라고 단단히 당부한다.

치료법은 아니지만 재발을 막기 위하여 감정일기가 권장된다. 감정일기를 작성하면 자신의 기분을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할 수 있으며, 변화가 감지되었을 때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고 조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조증이 찾아왔을 때 응급실을 찾는 것도 매우 모범적인 대처이다.

살이 찌는 부작용으로 인한 임의 단약도 매우 자주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 의사에게 살이 찌는 것은 단약을 마음먹게 할 정도로 환자 본인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라는 점을 알리고, 약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삭센다를 함께 처방하여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은 단약 시 재발의 위험 때문에 임신을 권하지 않는다. 임신이 어렵다는 사실은 여성 조울증 환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많은 여성 조울증 환자들은 자신에게 원래 임신 생각이 없었더라도, 자신이 임신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임신에 대한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실존 인물

출처

  1. 국립건강정신센터 기분장애클리닉. “양극성장애의 이해 리플렛”. 《국립정신건강센터》. 
  2. “조울증에 대하여 - 좋은마음정신과”. 2023년 12월 19일에 확인함. 
  3. 블루터치. “1형 양극성장애”. 
  4. “SSRI Antidepressants for Bipolar Disorder” (영어). 2022년 4월 23일에 확인함. 
  5. 자살위기자 관리 메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