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랭쇼 오스틴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6일 (월) 09:25

존 랭쇼 오스틴(John Langshaw Austin, 1911~1960)은 영국의 언어철학자이다. 현대적 화용론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주된 업적으로는 언어사용행위의 이론적 해명이 있으며}[주 1], 그의 주저 『말과 행위(How to Do Things with Words)』는 캐서린 맥키넌, 주디스 버틀러 등 현대의 사회 사상가 전반에게 영향을 끼쳤다.

수행적 발화(Performative utterance)의 개념

오스틴이 제안한 개념 중 수행문(Performative) 또는 수행발화(Performative utternace)의 개념은 그 명료함과 특수성으로 인해 하버마스에서 버틀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좌파 이론가에게 어마어마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왜인가? 우선 수행문의 개념을 살펴보자.

오스틴에 따르면, 우리는 흔히 모든 언어적 표현이 어떤 사실을 기술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예컨대, "장미는 빨갛다"라는 언어적 표현은 말 그대로 장미가 빨갛다는 인 사실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언어로 표현되었는데도 사실이 아닌 심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즉, "유니콘의 뿔은 분홍색이다"와 같은 언어적 표현은 현실에 대응하는 사실이 없다. 기초적인 논리학을 배운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러한 언어적 표현(유니콘이나 키메라에 대한 진술)은 거짓인 진술이다. 즉, 언어적 표현이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는 이해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그런데 오스틴은 모든 언어적 표현이 참이거나 거짓으로 나뉠 수 있거나 그런 문장(constative)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리다고 단언한다.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사기꾼: (사기 계약을 하면서)"나는 S에게 만 원을 받고 물건 A를 증여한다.〔증여하겠다.〕"

사기꾼이 S에게 물건 A를 주지 않고, 돈만 받아 챙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그런 사기가 실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계약문은 참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예를 들어, 위 문장이 계약하는 사기꾼의 심리적 상태를 진술하는 문장이라면, 사기꾼이 계약 시점에는 물건 A를 증여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진술하였으나, 몇 시간이 지난 후 그런 생각이 사라져서 증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면, 그를 사기꾼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즉 오스틴에 따르면, 이러한 문장을 참이나 거짓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문장은 의미 진술과는 상관 없이 어떤 관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말해지기 때문이다. 계약, 조언, 동의, 강요 등의 발화 형태는 어떤 심상이나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약, 조언, 동의, 강요라는 행위를 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회적 관습을 수행하는 문장 형태가 실제로 있다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오스틴은 이를 수행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연 설명

  1. 사용 이론(use theory)의 창시자로 주목되는 사람은 흔히 후기 비트겐슈타인이지만, 언어 일반의 관점에서 사용을 떼어내어 독자적으로 공식화한 사람은 오스틴으로 평가받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