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소설)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7일 (화) 02:11

채식주의자소설가 한강연작소설이다. 2007년 창비에서 출판되었다. 1997년 한강의 단편 「내 여자의 열매(The Fruit of My Woman)」의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전개했다. <채식주의자>, <그대의 차가운 손> 등을 통해 작가는 자본의 탐욕에서 벗어나 거식의 윤리성을 찾는다. 은유적인 거식을 통해 인간사회의 폭력성과 자본의 식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한국인 최초로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  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책은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 반점」, 3부 「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었다. 2009년엔 동명의 소설을 베이스로 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개요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한강, 「채식주의자」중

2007년에 출간된 소설가 한강의 연작소설이다. 최근 맨부커상을 수상해서 주목받고 있다.

작가 소개

1970년 광주에서 출생.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 다음해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구성

『채식주의자』는 동명의 단편소설 포함해 총 3부로 구성 된 연작 소설집이다. 1부「채식주의자」, 2부「몽고반점」,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며 이 중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때 심사위원 7인 전원일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줄거리

주인공 영혜는 어릴 적 개에게 물려 서서히 육식을 피한다.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영혜를 둘러싼 주변인이 번갈아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에서는 아내 영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2부에서는 처제를 탐하는 형부가, 3부에서는 여동생과 형부의 관계를 알지만 여전히 동생을 돌보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발췌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 (...) 한편에선 고기를 굽고, 노랫소리, 즐거운 웃음소리가 쟁쟁했어. (...)  하지만 난 무서웠어.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19p

"저는 안 먹을게요."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좌중의 움직임이 멈췄다. 의아해하는 시선들을 한몸에 받은 그녀는 이번엔 좀더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그러니까, 채식주의자시군요?"

사장이 호탕한 어조로 물었다.

"외국에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이 더러 있죠. 우리나라에선 이제 좀 형성돼가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엔 언론에서 하도 육식을 공격해대니……오래 살라면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도 무리가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고기를 아주 안 먹고 살 수 있나요?"

(...)

"얼마 전 오십만년 전 인간의 미라가 발견됐죠? 거기에도 수렵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육식은 본능이에요. 채식이란 본능을 거스르는 거죠.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31p

장모는 쇠고기볶음과 탕수육, 닭찜, 낙지소면 접시들을 들어 아내 앞에 펼쳐놓으며 말했다.

"뭐 하고 있는 거냐? 어서 먹어."

장인이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로 채근했다.

"영혜야, 먹어. 먹으면 힘이 날 거야. 사람이 사는 날까진 힘차게 살아야지. 절에 들어간 스님들은 그만큼 수도를 하고 독신생활을 하니까 살 수 있는 거야."

"두 사람이 영혜 팔을 잡아라."

"한 번만 먹기 시작하면 다시 먹을 거다. 세상천지에, 요즘 고기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장인은 탕수육을 아내의 입에 갖다댔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내는 신음소리를 냈다. 뭔가 말하기 위해 입을 벌리면 그것이 들어올까봐 말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50p

인터뷰·분석글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아내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 여자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어요. 여기서 남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아내로 사회적인 단면에 대해 많은 알고리즘과 상징적인 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의견을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그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녀를 바꿔보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비디오아티스트인 여자 주인공의 형부와 주인공을 무척 아끼는 친언니가 여기서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왜 주인공이 채식주의자가 됐는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미친 건지 등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이 그녀를 향해 쏟아내는 반응들, 어떤 두려움이나 선입견 등이 정확하게 묘사된 작품이에요. 『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인터뷰

김창완: <채식주의자>에서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다 갖다 버리잖아요. 이 영혜가 계속 꿈을 꾸면서 꿈 이야기가 어쩌면 내가 진짜 그런 꿈을 꾸는 것 같은지. 그리고 그 질근거리는 고기가 씹히는 그 기분 나쁜 촉감 같은 것들이 폭력으로 나와 있잖아요. 저는 이 비건을 한 8개월 해봤어요. 이 책 보기 전에 그런데 죽다 살았어요. 보통 일이 아니에요. 채식 해보셨어요?

한강: 네, 한 4년 정도? 지금은 하고 있지 않고요. 의사가 이제 조금씩은 먹어야 건강할거라고 해서 조금씩 이제는 먹고 있어요.

김창완: <채식주의자> 쓸 때도 베지테리안 했어요?

한강: 이거 쓸 때는 건강이 조금 안 좋아서 의사가 조금씩은 먹으라고 해서 먹기 시작하던 시기에요.

인간을 거부하고 식물이 되고픈 여자 이야기

에코페미니즘을 녹여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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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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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기


참고

‘反채식 폭력’ 일상화 굶거나, 왕따 되거나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임옥희, 여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