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란 신호등

최근 편집: 2023년 1월 6일 (금) 19:06

초란 신호등은 재미한인 양 모씨가 형용사로 활용 가능한 한국어기본색을 확대시키자고 제안한 글이다. 초록을 초란색(초랑)으로 하여 초랗다라는 표현을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원문

미국에서 온 편지 = 1990년
  
 우리 활동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미국에 게신분과 일본 교포들로부터 편지가 왔다. 조총련으로보이는 일본인으로부터 편지도 왔었다. 미국에 게신 보낸 편지 옮긴다. 


리대로 으뜸빛 
한글문화원 206호 
서울 종로구 와룡동 95 

리 대로 으뜸빛 귀하 

한글 발전을 위한 말직이 모임의 활동을 전해 듣고 매우 반가웠으며 
격려와 창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두 아들의 이름을 한자 없 
이 순 우리말로 지었고(양 한라,양 아람) 이곳 미국 땅이지만 주말 한 
글학교를 세워 우리 2세들의 한글 교육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마는 특히 자연과학을 다룰 때에는 우리말 단어의 부족 때문 
에 많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서 청색과 녹색을 모 
두 "푸르다"라는 꾸밈말로 사용하고 있는데(푸른 하늘,푸른 잔디 등), 
한글 사전에는 '푸르다'라는 말은 청색을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 
니다. 그렇다면 초록색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하나 쯤 있어야 될 것 같 
은데 다음번 이야기 마당에서 이에 대한 현명한 토론과 좋은 결론이 있 
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일보 시카고 판에 실렸던 저의 
짧은 글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소식 다시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0년 11월 10일 
양 모 드림 

주소: 
Dr.Mo Young 
Campus View Apt. 504 
Bloomington. IN 47406 
USA 


"초란 신호등" 

양 모(실험물리학 박사) 
언젠가 신호등 앞에서 잠시 한눈을 팔며 기다리고 있을 때 한글학교 
에 다니는 큰아이가 차 뒷자리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초란분이다.GOb" 
"뭐? 초란불? 초란불이 아니고 파란불이라고 그러는거야." 
"아니야, 아빠. 저건 blue가 아니고 green 이야!" 
"으음, 네 말이 맞다.green 이니까 초록불이라고 그래야 되겠지." 
"초록불 ?..." 

나도 몇번 초록불이라고 중얼거려 보았지만 발음도 부자연스럽거니와 
실제 신호등에 초록불이라고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g 
reen 을 묘사하는 말로서 '푸른 들', '푸른 잔디'란 말은 있어도 '초록 
들', '초록 잔디'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가을의 맑은 하늘 
도 역시 '푸른 하늘'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푸르다'라는 말의 모 
호성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는 한글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있는 집이 
면 모두 한번쯤 겪는 흔한 일이 될 것이다. 

'푸르다'라는 형용사는 한자로 쓰는 청색(靑色)의 순 우리말이다. 그 
빛깔의 분위기에 따라서 '푸르다','파랗다','퍼렇다', '푸르스름하다'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으나 녹색(綠色)에 해당하는 우리말의 형용사는 
없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녹색도 청색도 모두 '푸르다'라는 말로 표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녹색과 청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같은 빛깔로 간주하기 때문인지 의아스럽다. 국 
민학교 동화책에 나오는 청개구리의 빛깔이 실제 녹색임에도 불구하고 
'녹개구리'가 아닌 '청'색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아마도 녹색과 청색을 
구별하지 못하였다는 이유가 더 타당할 것 같다. 

녹색과 청색은 빛깔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 
한 색깔들이다. 광(光)의 물질반사에서 생기는 즉 물질의 색(色)을 이 
루는 기본 요소는 빨강,노랑,파랑(靑)으로 되어있고 이 세가지 색을 모 
두 합치면 검은 색이 된다. 그러나 광 자체의 세가지 기본 요소는 빨강, 
노랑,그리고 초록으로 되어 있고 이 세가지 빛의 혼합은 흰빛을 만든다. 
그리고 컬러 텔레비젼의 경우는 빨강,초록,파랑(靑) 세가지 빛깔의 주사 
선을 적당히 배합하여 가시광의 모든 빛깔들을 화면에 재현 시키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녹색과 청색을 한글에서는 별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 
은 사물을 사실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무척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는 한글을 이 
렇게 비과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갈고 닦는 만큼 빛이 난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리고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고 또 필요하면 새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과학문명이 하루가 다느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한 
글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와 행동이 있어야 될 것 같다.필 
요한 단어들을 만들고 확실한 표현방법을 개발해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다른 뜻으로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될 것이다. 
간단한 예로서 "푸른 한늘 아래,푸른 잔디 위에,푸른 제복을 입고 서 있 
는 사람"의 옷 빔깔이 green 인지 blue인지 이러한 표현으로는 도저히 
구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green을 묘사하는 우리말 형용사가 하나쯤 만들어 
져야 되지 않을까? 해방후 군복의 빛깔을 묘사하는 말로서 '국방색'이 
라는 새 단어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green을 표사하는 형용사로서 다른 더 좋은 말이 없다면 
'초랗다' 라는 새 단어도 괜찮을 것 같다. 당분간은 그 표현이 어색할지 
모르지만 자꾸 사용하면 곧 익숙해 질 것이다. 그래서 '빨강', '노랑', 
'초랑','파랑' 그리고 '푸른 하늘,초란 잔디'라고 하는 것이 '푸른 하늘, 
푸른 잔디'하는 색맹같은 표현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말이 될 것 같다. 

[1]

관련 문서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