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날

최근 편집: 2022년 11월 9일 (수) 03:16

attwn park유니 악곡. 2022년 9월 8일에 유튜브에 투고되었다.

유니(Uni) - 축제의 날 / attwn park

설명

3+2/8박자 곡으로, 흔하지 않은 5박자가 사용되어서 화려하고도 불안불안한 느낌이 든다. attwn park 악곡 특유의 섬세하게 꾸며진 선율과 숨겨진 요소들-각양각색의 효과음이라든가, MV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글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또 특히 이 곡에서는 선악과바리새파등, 기독교 모티브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MV에 삽입된 글 전체 읽기

MV를 보면, 중간중간에 한 프레임씩 짤막한 글이 비추어 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좌우반전되어있고, 채도값이 배경과 가깝게 조정되어 있어 읽어내기 쉽지 않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인용한 부분이 있다.

어찌 됐든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내가 내 인생에 대해 느껴온 공허감(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이 감정을 공복감과 혼동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땅에서는 행복과 충성심, 그리고 경외심 이외의 감정을 지칭하는 단어를 교육하지 않았는걸. 즉 그 시절에게는 '쓸쓸하다'는 개념에 대한 지식 자체가 없었고, 당연히 내 기분에 알맞은 이름을 붙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인간이 외로움을 느낄 때 자극되는 뇌의 영역은 배고픔을 느낄 때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 기분을 공복감으로 정의한 것은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 내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의 정체와 그 해소법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고, 그것은 그저 덤에 가까운 결과였지만, 뭐 어떠하리. 힘든 생활 중 일부러라도 사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비결이다. 그래. 아무튼 나는

요컨대 나는 삶의 목적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알고 있지만, 알 수 없었다. 의심하지 않고 이미 주어진 환경을 누리며 멍청하고 귀엽게 수명을 허비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의무였지만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인간은 무언가 고귀한 목적을 가지고 이 땅에 났을 것이다. 그야 그렇잖아. 내게는 배꼽이 있다. 배꼽이란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었던 적의 흔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교육한 역사에 따르면 우리는 낳음이 아닌 지음을 받은 존재였다. 앞뒤가 맞질 않는다.

다른 모두가 그 사실에 조금의 위화감도 품지 않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사실 현명한 것은 그들이었고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나만이 불량품이었을 뿐이었던 것을

나는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이제 나는 그것을 안다

괜찮아. 하고 묻기에 괜찮아. 하고 답한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으면서. 피차 다정함을 가장하지만 괴롭힘이나 다름없다. 관성적인 이 문답. 물론 정보값따위 담겨있지 않다.

우리는 괜찮지 않다. 서로의 상처를 손톱으로 지그시 눌러 확인해 본다. 아픈 건 싫지만 통증조차 기능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이젠 정말 무엇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는데. 대충 잘 먹고 사는 대신 항상 목줄에 묶여 주인에게 아양 떨어야 하는 개를 보고 늑대가 굶주려도 좋으니 자유롭게 야생에서 사는 삶을 살기로 한 뭐 그런 내용이었거든. 읽을 땐 별 생각 없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생각나네. 아니, 그렇잖아. 이야기 속 늑대는 덜 굶어 봐서 그런 소리가 나온 걸 거야. 그 어떤 고귀한 정신적 가치와 문명도 공복감을 이길 수 없는 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걸 걷어차다니 정말 멍청한 짓이야...... 춥다, 외롭다, 그리고 배고프다 이 셋은 실질적으로 같은 감각이지.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들이기도 해. 맞아. 나는 후회하고 있어. 내가 선택했거나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웃어도 괜찮아. 나 스스로도 어이없으니까. 한 대상의 특성 중 이유 없이 싫은 면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면모 중 가장 싫어하는 면모를 거울 비추듯 보게 돼서라더니 정말 코미디네. 보고 싶지 않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도망쳐버리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그 땅을 기억하는 사람이 모두 죽는 것. 물론 나도 포함해서. 기록과 구전까지 모두 끊기면, 그 탑은 진정한 의미로 무너지게 되겠지. 그것이 우리가 언젠가 올 그 날을 대비해 지은 죄를 사함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렷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후주)

그 후로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났다. 내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수고하여야 했다. 바쁘니 괴로운 생각은 들지 않아 좋았지만 그것도 한 동안이었다. 나를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의 사유였다. 안 좋은 기억은 곱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네. 나는 오히려 이것을 위해 그 땅을 벗어난 것이었지

늙고 추악해지고 성불구가 되는 권리는 말할 것도 없이, 매독과 암에 걸리는 권리를, 기아의 권리를, 이투성이가 될 권리를, 내일은 어떻게 될까 하고 끊임없이 걱정하는 권리를, 티푸스에 걸리는 권리를,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고통으로 괴로움을 받는 권리를 (주:올더스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인용)

문은 열려있었다. 둘은 문을 밀치고 커튼이 걸린 어두침침한 방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방 건너 구석의 활처럼 굽은 통로에는 위층으로 통하는 제일 밑 계단이 보였다. 굽은 통로의 꼭대기 바로 밑에 다리 두 개가 축 늘어져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재촉하지 않는 나침반의 두 개의 바늘처럼 다리가 오른쪽으로 향했다. 북으로, 북동으로, 동으로, 남동으로, 남으로, 남남동으로.

그리고 몇 초 후에는 다시 서서히 왼쪽으로 되돌아왔다. 남남서로, 남으로, 남동으로, 동으로......

수 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냈던 곳이 지금은 유황의 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단 십인의 의인도 찾아볼 수 없이 도시는 멸망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무엇이 자비란 말인가? 무지를 깨닫고 뉘우칠 유예를 주었다면 저들 중에서도 한둘정도는 의의 길로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 행동을 선택해 볼 기회도 없었던 갓난아이들은? 늦게 태어난 것도 죄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알 길도 필요도 없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그냥 웃었다

우리는 이유 없이 발생해 현상처럼 지내다 어느 날 죽어 다른 형태로 다시 만날 거라고. 그러므로 죽는 것은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라고...... 이교의 사제가 말했다. 끝을 무서워 하지 않는 문화권의 장례는 마치 축제의 양상을 띤다. 마을 사람들은 꽃으로 꾸민 관을 둘러싸고 술과 과자를 나누며 노래하고 춤을 췄다. 장례의 마지막 날 밤에는 죽은이가 아끼던 물건들, 그리고 남은 축제 음식들을 모두 모아 모닥불에 던졌다. 불씨는 자연히 꺼지게 냅두고, 재도 구태여 지우는 일 없이 바람에 흩날리도록 두었다. 그 날 밤, 사자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꿈에 나온 것이 사자가 다음 생에 취할 모습으로 간주되었다. 사람으로도, 짐승으로도, 벌레로도, 들풀로도, 바위로도, 시냇물로도- 그들은 영혼을 가진 것이라면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그들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웠다

-- 손에 손을 잡고 뺨에 입맞추고 너만이 유일하다 말하고

가사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이 사실은 다 몰가치 했었다나. 입고 있던 예복을 벗어내곤 나는 길을 달렸어, 달려 나갔어.

초대장! 초대장, 맞아, 인장이 찍힌 초대장 없이는 회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 배신자! 개자식, 너는 달콤한 말로 나에게 독이 될 마음을 심었어.

이제부터는 영원하고 아름다운 축제의 날이 계속돼, 언제까지나, 단둘이서 손을 얽고 발을 옮기며 춤을 추네, 우리들. 바라 마지않았던 모든 게 이 손에 들어왔으니 어떻게 웃지 않고 견딜 수 있겠어, 우리들, 죽지 않고 살아가리라.

영영 밤이 오지 않을 것처럼, 결코 밤이 오지 않을 것처럼.

생과자! 생과자, 그래, 모두와 나눌 과자를 넉넉히 준비해두도록 하지. 배신자, 바리새파, 배로 기는 것. 개자식, 너는 달콤한 술에 너라는 독을 타 나에게 권했어.

이제부터는 영원하고 아름다운 존재의 삶이 계속돼, 언제까지나, 다 같이서 숨을 섞고 살을 맞대며 축복하네, 서로를.

바라지도 않았던 모든 걸 이 품에 떠안겼으나 어떻게 사랑 않고 배길 수 있겠어, 우리들 하나 되어 살아가, 여기에서. 영영 끝이 오지 않을 것처럼, 결코 끝을 맞지 않을 것처럼.

나 영원히 살아가노라. (출처: MV 설명)

줄거리

가사와 글귀를 종합해볼 때, 화자는 너를 만나고 배타적인 기독교신앙(멋진 신세계의 그것과 같은 기만적인 유토피아)에서, 믿고 있던 세계관 자체를 부정하는 진실을 맞닥뜨린다. 천국은 없고, 지금과 같은 상태는 평화나 자유가 아니고, 우리는 서로 사랑을 하게 되었고, 뭐 이런 이야기들... 이런 관점을 진실로 받아들이면 더 이상 이 안온함은 제 것이 될 수가 없게 된다. 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이미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진실은 안온하고 아늑한 고향을 부정하고 위험하고 아무 것도 확실치않은 곳을 향하도록 만드는 독이고, 하와를 배신한 이다. 화자는 도망쳐서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이 몰가치한' 세계로 너와 함께 떠나게 되고, 죽음을 단절이 아닌 순리의 일부이며 우리는 다른 존재로 변화하면서도 영원할 것이라 믿기에 죽음을 축하할 수 있는 이교도 신앙을 접한다. 그리고 영영 함께 기쁨과 사랑을 나누며 춤을 춘다...

원작자 트윗

@attwn_park2022년 9월 8일 트윗, "https://youtu.be/qf4rAkRVY3U 분명 설명란을 곧바로 수정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적용이 안 됐었을까요 ? 최초 공개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attwn_park2022년 9월 8일 트윗, "5박자(정확히는 8분의 3+2박자)를 쓰고 싶어서 쓴 곡이었어요... 5/8, 6/8, 4/4 박자가 사용되었답니다 느낌이 잘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곡 자체는 꽤 전에 써졌었는데 수정할 부분이 계속계속 눈에 띄어서 만지다 보니 이제야 올렸네요... 피아노와 화음만 남기면 이런 느낌이에요..." @attwn_park2022년 9월 9일 트윗, "화성은 혼합박자인데 화성까지 복잡하면 듣기 어려울 것 같아 V도진행..을 살짝 변형하고 전조만 시켜서 계속 썼고 중간중간 나온 글은 총 열두 개가 있었는데 있었어요.. 일부는 성경과 멋진 신세계에서 인용 부끄러워지기전에끊을게요.."(사진: 11 우리는 이유 없이 발생해 현상처럼 지내다 어느 날 죽어 다른 형태로 다시 만날 거라고. 그러므로 죽는 것은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라고...... 이교의 사제가 말했다. 끝을 무서워 하지 않는 문화권의 장례는 마치 축제의 양상을 띤다. 마을 사람들은 꽃으로 꾸민 관을 둘러싸고 술과 과자를 나누며 노래하고 춤을 췄다. 장례의 마지막 날 밤에는 죽은이가 아끼던 물건들, 그리고 남은 축제 음식들을 모두 모아 모닥불에 던졌다. 불씨는 자연히 꺼지게 냅두고, 재도 구태여 지우는 일 없이 바람에 흩날리도록 두었다. 그 날 밤, 사자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꿈에 나온 것이 사자가 다음 생에 취할 모습으로 간주되었다. 사람으로도, 짐승으로도, 벌레로도, 들풀로도, 바위로도, 시냇물로도- 그들은 영혼을 가진 것이라면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그들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