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테이블 폐쇄 사건

최근 편집: 2023년 1월 30일 (월) 02:48

타임테이블 폐쇄 사건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표 사이트 Timetabl[주 1](이하 타임테이블)의 익명 커뮤니티 '놀이터'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여성혐오성희롱 게시물에 대항한 미러링 게시물들이 업로드되자 관리자가 4일 만에 관리의 허술함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한 사건이다.

여성혐오적 게시물이 몇 년간 이어지다 그 미러링이 시작되자마자 사이트를 폐쇄한 데에 대해 비판이 일었지만, 관리자의 통렬한 반성이 담긴 사과문 겸 폐쇄 공지를 읽어 본다면 미러링 전략이 상대방의 기분을 단순히 나쁘게 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거울상의 원본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 개요

(임시: 경위 참고)

타임테이블

타임테이블(Timetabl)은 2006년[주 2]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개설한 신촌 3개 대학교 시간표 사이트이다. 웹 릴레이 포스트잇 형식으로 익명게시물을 작성 가능한 익명 커뮤니티 '놀이터'와, 각자의 시간표를 작성할 수 있는 개인 페이지, 강의평가 페이지 '수업이야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경쟁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 비해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가 빠르고 강의평가가 솔직, 풍부하였기에, 학생들은 주로 에브리타임보다는 타임테이블을 참고하여 시간표를 짠 뒤 인터페이스가 예쁜 에브리타임으로 시간표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두 사이트를 이용하였다.

여성혐오, 성희롱

강의평가 : 수업이야기

여성학 수업

여성학 수업은 소위 분내흡입러나 '꼴페미들을 교화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학기를 바치는 학생[주 3], '어디 논리적인가 한 번 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와 수업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학생 등 수강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학생들의 수강이 많다. 타임테이블의 강의평가들이 이 심리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수가 전략 참 못세우는 듯 이래서야 페미니즘이 퍼지겠어?

페미니즘을 가르치려는 여교수들은 일단 인습적인 의미의 '여성적 감성'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어보여요. 물론 그렇다고 같은 맥락의 '남성적'인 마인드를 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교수의견에 반발하려는 학생 (주로 남학생)을 자근자근 밟으며 마치 '아!내가 계몽시켰다!' 라는 생각에 도취된게 아닌가 싶음. 한줄요약 : 꼴페미 뻐큐머겅 ㅗ 두번머겅 ㅗ

교수 및 학생 성희롱

익명 커뮤니티 : 놀이터

일찍이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들은 신입생 후배들에게 "타임테이블을 이용하여 시간표를 짜되 '놀이터'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로 해당 커뮤니티는 이화여대 학생들 사이에서 기피의 대상이었다[2]. 놀이터가 극단적으로 남초였으며, 여성혐오적 게시물이 일상적으로 올라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이 곳에서 김치녀, 된장녀, 걸레 등의 워딩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성을 "따먹는" 경험에 대해 분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화여대 재학생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성희롱했다.

여성들이 크리스마스를 대비하기 위해 '경구(經口)' 피임약을 질에 넣는다는, 오직 여성혐오를 위해 쓰느라 약의 이름 따위는 무시해 버린 몰상식한 발언도 있다. 전반적으로 자신들은 여자를 '따먹고' 싶지만, 여자가 피임약을 먹으면 걸레라는 식의 성녀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러링과 폐쇄

타임테이블의 여성혐오적 분위기에 분노한 유저들이 여성혐오적 글을 미러링해 남성을 품평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글이 한번 올라오기 시작하자 억압받고 숨어있던 유저들이 가세해 게시판은 온통 미러링 글로 뒤덮였다. 남자의 동정을 따지는 글, 남자 외모를 품평하고 욕하는 글, 된장남, 김치남, 성매수남에 대해서 욕하는 글들이 그 예였다. 이에 타임테이블 운영자는 타임테이블을 폐쇄하겠다고 공지하였다. 또한 '수업 이야기'의 데이터베이스는 대표성을 가진 학내 단체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

다음은 폐쇄 공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타임테이블은 8월 10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서비스를 중지할 예정입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분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그동안 놀이터에서는 수많은 비방과 비난,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여대를 향한 조롱과 음담패설, 맹목적인 공격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정 작용을 기대하며 일부 사용자의 탈퇴처리가 그간 이루어졌지만
이 서비스의 사용자 규모가 상당해졌고 그 만큼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저는 파악하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기대받는 관리자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였고
또 한편 놀이터의 구조 상 수많은 피해자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이 방치되었던 점에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이에 대해 당사자들께 머리 숙여 사죄하며,
그간의 태도에 통렬히 반성하겠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잇는 이 순간에 이렇게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게된 것은 제게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한 이상 방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후 적극적으로 관리할 시간도 인력도 없습니다.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 지금 중단하려합니다.

끝이 좋지 못해 슬픕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는 감사드리고, 쏟아지는 비난에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수업이야기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소중한 자산입니다.
대표성을 가진 학내 단체에게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려하니 연락 부탁드립니다.

비판과 평가

이는 여태까지 타임테이블에 꾸준히 올라왔던 여성혐오적 글을 방관하다시피 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로 인해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관리자는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이 순간에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한 이상 방관할 수 없지만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지금 중단하려 한다"고 밝혔다.

타임테이블 폐쇄 사건미러링 전략이 상대방의 기분을 단순히 나쁘게 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거울상의 원본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때로 "미러링 때문에 폐쇄되었으니 미러링은 잘못된 전략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심각하게 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전략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 폐쇄는 무조건 나쁜 것이다.
  2. 또는 타임테이블이 주는 이익이 손해보다 컸으므로 타임테이블이 폐쇄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3. '놀이터'만 폐쇄하면 되지, 사이트가 폐쇄된 것은 나쁘다.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1. 폐쇄가 무조건 나쁘다는 근거가 없다.
  2. 수년간 높은 수준의 여성혐오가 자행된 플랫폼이 사라진 것에 대해, 피해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손익을 따질 발화권은 없거나 매우 작다고 사료된다. 피해자가 아니기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
  3. 폐쇄의 정도에 대한 불만은 관리자에게 따질 일이지, 미러링 유저들에게 따질 일이 아니다. 또한 '수업이야기'에서도 상당한 강도의 여성혐오가 자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는 '수업이야기'가 '놀이터'와는 달리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보았고, 최소한의 타임테이블의 기능을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관리자로서는 최선이었을 것.

출처

부연 설명

  1. 철자 'Timetabl'은 오타가 아니라 고유명사이다. 검색 시 일반명사인 'timetable'과 데이터가 섞이는 것을 원치 않았거나, 일반명사에서 사용자가 독해 가능한 수준의 경미한 오탈자를 의도해 고유명사를 만드는 흔한 기법을 사용해서일 것으로 보인다.
  2. 구글 검색엔진에 '타임테이블 폐쇄'를 검색하면 이대학보허핑턴포스트의 기사가 상위노출되는데, 이대학보에서는 2005년, 허핑턴포스트에서는 2006년으로 기재하고 있다. 2005년인지 2006년인지 확실치 않으나 중요한 내용은 아니므로 우선 보수적으로 보아 2006년으로 적는다.
  3. 모 학교에서는 학기 내내 잠자코 수업을 듣다가 기말평가 발표 시간에 교수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남성 학생들의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내려온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아시는 분이 있다면 기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