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

최근 편집: 2023년 8월 23일 (수) 22:30

투구게(Horseshoe crab)절지동물의 일종으로, 약 4억5천만년 동안 유지된 생물과이다.

생태

절지동물이어서 헤모글로빈 대신 헤모시아닌(구리 이온이 산소와 결합한다)이 산소를 운반하므로 가 파란색을 띤다. 바다에 서식하며, 해저를 기어다니며 생활하다 산란기에 뭍으로 잠시 올라온다.

아가미에 수분을 유지해주면 육상에서 4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혈액 착취

투구게는 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이다.

투구게의 피에는 항체가 없고, 감염원이 들어오면 혈액 속 라이세이트(LAL, Limulus amebocyte lysate) 단백질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바로 응고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특히 엔도톡신(독소)에 대한 감도가 매우 높고 정확하다. 따라서 의약품 생산 시 엔도톡신 검출 시험에 투구게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구 세포를 정제한 라이세이트 시약이 주로 사용된다. 참고로 엔도톡신은 극히 미량이어도 발열성이 강하며, 혈액에 들어가면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를 자극하여 발열 반응을 일으킨다. 패혈증이나 치사성 쇼크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1]

라이세이트 시약을 만들기 위해 매년 약 40-50만 마리의 투구게가 포획된다.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약 30%의 혈액을 추출하고 1~3일 간의 회복기를 거쳐 바다에 방생한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3~15%의 투구게가 죽고, 암컷의 경우 생식능력을 잃거나 알을 적게 낳게 될 수 있다. 어떤 회사들은 투구게를 방생하지 않고 혈액을 전부 채취하여 죽인 뒤 낚시 미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도 한다. 이처럼 투구게 혈액으로 시약을 제조하는 방법은 동물 윤리에도 어긋나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엔도톡신 검사에 처음 이용된 동물은 토끼였다. 체중 1.5kg 이상의 토끼의 귀정맥에 검사 대상 용액을 1kg 당 10ml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발, 열이 나는지 관찰해 엔도톡신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1]이었다. 체온계를 직장 내에 6-9cm 깊이로 삽입해 3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체온을 확인했다. 그러다 1963년, 투구게의 혈구 속 성분이 엔도톡신에 특이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라이세이트 시약이 발명되었다. 라이세이트 시약 검사법은 토끼 발열성 시험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더 정확해 널리 사용된다.

2023년 5월 15일 기준, 대한민국약전에서 제시하는 엔도톡신 검사법도 라이세이트 시약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는 투구게의 죽음이 불가피하다.

대체를 위한 노력

  • 2023년 3월 20일 식약처에서 대한민국약전 개정안을 행정예고했으며, 이 개정안에는 '투구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재조합한 C인자를 써서 엔도톡신 검출 또는 정량하는 방법'이 추가되었다. 따라서 생물 유래 성분이 없는 시약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희생되는 투구게의 수를 줄일 수도 있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022년 말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동물대체시험법' 도입을 촉구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재조합한 C인자 사용을 강제하지 않으며, C인자 검사법을 도입한 제약회사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취지는 좋지만 재조합C인자 검사법이 실질적으로 기존의 라이세이트 시약 검사법을 대체하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 유한양행은 2023년 7월 31일 자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동물 윤리를 지킨다는 취지에서, 충북 오창 공장에서 투구게 혈액을 대체하기 위한 재조합 C인자 이용 독소시험법을 도입하고 일부 해외 파트너사의 수탁시험에 적용했다고 밝혔다.[2]
  • 2023년 8월 프랑스은행그룹 BNP파리바 자산운용본부는 최근 세계 최대 제약회사 14곳에 서한을 보내 "의약품 실험에 투구게 혈액 대신 '재조합 C인자'(rFC)라는 대체 물질을 사용해 달라"고 촉구했다.[3]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