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금지의 착오

최근 편집: 2023년 7월 23일 (일) 14:34

이 문서에서는 '금지의 착오'에 관한 판례를 모아본다.

'금지의 착오'란 범죄를 행할 때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은 있었으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책임비난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조문

대한민국 형법

  •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판례

법률의 부지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범행한 것을 '법률의 부지'(法律의 不知)라고 한다. 학계의 통설은 법률의 부지를 금지의 착오로 인정하지만, 판례는 이를 일관적으로 제16조의 적용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16조의 해석 [대판2000도3051]
❝ 형법 제16조에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잔존목의 벌채 [대판86도810]
❝ 허가를 얻어 벌채하고 남아 있던 잔존목을 벌채하는 것이 위법인 줄 몰랐다는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며 형법 제16조에 해당하는 법률의 착오라 볼 수 없다.

정당한 이유 있는 오인

정당한 이유의 기준 [대판2005도3717]
형법 제16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국민학교 양귀비 사건 [대판72도64]
국민학교 교장이 도 교육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교과내용으로 되어 있는 꽂양귀비를 교과식물로 비치하기 위하여 양귀비 종자를 사서 교무실 앞 화단에 심은 것이라면 이는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미숫가루 사건 [대판81도2763]
방앗간 주인이 서울특별시 공문, 식품제조허가지침, 제분업소허가권 일원화에 대한 지침 및 질의회신 등의 공문을 확인한 바, 곡물을 볶기만 하여 판매하거나 가공위탁자로부터 제공받은 고추, 참깨, 들깨, 콩 등을 가공할 경우 양곡관리법 및 식품위생법상의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여서, 사람들이 물에 씻어 오거나 볶아온 쌀 등을 빻아서 미숫가루를 제조하는 행위에는 별도의 허가를 얻을 필요가 없다고 믿고서 미숫가루를 만들었다면, 피고인은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고 또 그렇게 오인함에 어떠한 과실이 있음을 가려낼 수 없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비디오방 사건 [대판2001도4077]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과에서 비디오방 업주들을 상대로 실시한 교육과정에서 '만 18세 미만의 연소자' 출입금지표시를 업소 출입구에 부착하라는 행정지도를 받은 비디오방 업주가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출입시킨 행위는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당시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19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고, 해당 법은 청소년유해환경의 규제에 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비디오방 업자가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출입시킨 것은 청소년보호법위반죄가 성립되는 행위였다.
십전대보탕 사건 [대판95도717]
한의사·약사·한약업사 면허나 의약품판매업 허가가 없는 자가 십전대보탕 재료를 소분 포장하여 판매한 것은 의약품을 제조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받은 바 있었는데, 똑같은 제품에 상세한 제조법을 적은 문서를 첨부하여 판매한 것이 약사법의 규제대상에 해당되어 기소되었다. 이 판매자는 종전에 비슷한 행위로 기소되었다가 무혐의 결정을 받은 바 있었기에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오인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하였다.
공무원이 잘못 알려줌 1 [대판94도1814]
행정청의 허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처벌대상의 행위를 하였는데, 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허가를 요하지 않는다고 잘못 알려 주어 이를 믿었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라면 착오를 일으킨데 대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공무원이 잘못 알려줌 2 [대판2005도835]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이 사하구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조현진으로부터 '지지지수 조사결과'를 의정보고서에 게재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취지의 자문을 받았고, 이어서 지지지수 조사결과가 게재된 의정보고서 초안을 작성하여 같은 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공기춘에게 보여준 후 공기춘으로부터 제목 부분과 피고인의 이름 및 지지지수가 기재된 칸의 크기 및 글자의 크기를 다른 2명과 같은 정도로 하면 무방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듣고 그대로 수정한 의정보고서를 선거구민들에게 배부하여 선거법을 위반하였다. 이 위반행위가 사하구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지도에 맞추어 행한 것이니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오인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정당하지 않은 오인

체신부장관의 회신 [대판87도160]
피고인이 그 자신의 유선비디오 방송업 경영을 위하여 사무실을 차려 무허가로 여러 가지 유선방송설비를 설치하고 방송을 송출했으며, 영업 도중에 "유선방송설비는 전기통신기본법[주 1]상의 자가전기통신설비로는 볼 수 없으므로, 해당 법 제15조 제1항의 규율대상이 아니라"는 체신부장관의 회신을 받아 이를 믿고 영업했다.
대법원은 체신부장관의 회신이 법령의 해석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으며, 체신부장관의 질의응답이 있기 약 5개월 전부터 행위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범의가 있었다고 판정했다.
체신부장관의 견해 [대판87도1860]
피고인과 같은 사업자들이 유선비디오 방송시설을 허가대상이 되는 자가전기통신설비가 아닌 것으로 알고 그 사업을 계속하였는데도 당국이 이를 단속하기 위한 행정지도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 사건 행위가 범죄가 안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이렇게 오인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경력23년 경찰공무원 [대판95도2088]
형사계 강력1반장으로 23년 경력의 경찰공무원이 검사의 수사지휘만 받으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한 것은 그러한 그릇된 인식을 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부동산중개업협회의 자문 [대판2000도2943]
부동산중개업자가 부동산중개업협회의 자문을 통하여 인원수의 제한 없이 중개보조원을 채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으로 믿고서 제한인원을 초과하여 중개보조원을 채용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법 위반행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인터넷 성인만화방 사건 [대판2003도4128]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 성인만화 채널의 작품들을 심의하고 특정 만화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시정요구나 형사처벌이 아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하기만 한 것을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고 계속 게재한 것은 착오의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 판례는 또한 "방조범은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되는 것", "법적인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으며, 따라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내 오락채널 총괄팀장과 위 오락채널 내 만화사업의 운영 직원인 피고인들에게, 콘텐츠제공업체들이 게재하는 음란만화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해당 사건에서의 음란물의 판단은 현재는 폐지된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를 따르는 것이었다.
지자체 조례를 잘못 해석 [대판2004도62]
부동산중개업자가 아파트 분양권의 매매를 중개하면서 중개수수료 산정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잘못 해석하여 법에서 허용하는 금액을 초과한 중개수수료를 수수한 경우가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탐정 [대판94도780]
피고인이 경제기획원 발행의 서비스업통계조사지침서와 통계청 발행의 총사업체통계조사보고서에 '탐정업'이 적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민원사무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하여 탐정업이 인·허가 또는 등록사항이 아니라는 대답을 얻었으며 세무서에 탐정업 및 심부름 대행업에 관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그리고 금지된 사생활조사 등을 하여 신용조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대법원은 탐정업이 정부기관에 의하여 하나의 업종으로 취급되고 있다거나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받아 주었다고 하여 그것이 위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까지를 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님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피고인이 특정인 소재탐지, 사생활조사 등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부연설명

  1. 현재는 폐지되었다(2008헌바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