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위임입법의 한계

최근 편집: 2023년 1월 5일 (목) 21:14

'위임입법의 한계'(委任立法의 限界)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한다.

형사처벌에 관련된 모든 법규를 예외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제에 적합하지도 않기 때문에, 위임입법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된다.[1]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률의 하위법규에 범죄와 그 형벌을 규정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라도 수권법률(위임받는 하위법)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고, 형종과 형량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2] 그렇지 않으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위임입법이 된다. 특히, 하위법이 모법보다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거나 형벌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3]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한 경우

특가법 제4조 제1항 [헌재결93헌바50]
특가법 제4조 제1항의 "정부관리기업체"라는 용어는 너무 불명확하게 규정되여 구성요건의 명확성을 결여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그 법률 자체가 불명확함으로 인하여 그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다.
총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대판98도2816전합]
총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총포법 제2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총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면서, 제3호에서 총의 부품까지 총포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였다.
총포법 제2조 제1항에서는 총을 '뭔가 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총의 부품에 불과하여 금속성 탄알 등을 발사할 성능을 가지지 못한 것까지 시행령에서 총포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약사법 제77조 제1호 중 '제19조 제4항' 부분 위헌제청 [헌재결99헌가15]
약사법이 제19조 제4항에서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의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이 규정 위반자를 동법 제77조 제1호에서 처벌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하였다.
이 조항은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부분에 관한 기본사항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함이 없이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약사로 하여금 광범위한 개념인 '약국관리'와 관련하여 준수하여야 할 사항의 내용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헌법이 예방하고자 하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을 초래할 여지가 있으므로,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대판2015도16014전합]
의료법 제41조가 "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 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 등 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료법제90조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한 것이므로, 당 시행령 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하였다.문제의 의료법 제41조는 당직의료인을 두라고만 하고 있을 뿐, 각종 병원에 두어야 하는 당직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하지 않은 경우

식품위생법 제11조 제2항 [대판2002도2998]
식품위생법 제11조 제2항이 과대광고 등의 범위 및 기타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과대광고 등으로 인한 형사처벌에 관련된 법규의 내용을 빠짐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한 동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식품위생법 제11조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의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3호 가목 등 위헌제청 [헌재결99헌가16]
행정기관인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으로 하여금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결정하도록 하고, 그 결정된 매체물을 청소년에게 판매 등을 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법 제10조 제1항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결정기준으로서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것,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등을 규정하여 어떤 매체물이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확인될지 그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 제21조 등과 법시행규칙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결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주기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목록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처벌의 대상행위가 무엇인지는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보다 명확해지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법규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8호 [대판2005도7474]
구법 제20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중의 하나인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을 같은 법에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동법 제13조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정립할 것을 위임한 것은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회계처리기준'은 입법자의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고, 위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또한 이를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 대판2003도3600
  2. 대판2000도1007
  3. 대판98도2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