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7일 (화) 01:38
2013년 개정증보판의 모습.

페미니즘의 도전은 대한민국의 여성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인 정희진페미니즘 도서이다. 2005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2013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상호교차성,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입장론 등 학문적 주제들을 한국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인용

서문

  • 젠더계급(class)처럼 사회인간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재료 중 하나며, 사회 문제를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가장 힘 있는 조물주다. 기존 사회는 이런 인식에 무지하고, 인식한다고 해도 최대한 그 영향력을 외면하려고 한다. 이는 마르크스주의를 ... '노동자의 불만' 정도로 폄하하는 것과 같다. --p12~13
  •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 때문에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한다. ... 여성주의는 기존의 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한다. --p22~23
  • 여성주의는 성별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타자들과의 소통, 그리고 다른 사회적 모순과 성차별의 관계에 주목한다. 때문에 여성주의는 그 어느 정치학보다도 다른 사회적 차별에 매우 민감하며, 다양한 피억압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연대와 제휴의 정치이다. --p31
  • 인간은 누구나 소수자이며,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진골'일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과 계급뿐만 아니라 지역, 학벌, 학력, 외모, 장애,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차별과 타자성을 경험한다. --p32

제1부

  • 사회운동 중에 여성운동만큼 편견에 시달리는 운동도 없을 것이다. ... 평화운동을 '먹고 사는 게 해결된 한가한 사람들의 운동', 장애인운동을 '중산층 지식인들의 운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노동운동가들은 노동 의식만 있지 사회 의식은 없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성운동가에게 사회 의식이 없다는 말은, 여성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지 사회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여성 의식은 사회 의식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p48
  •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 된다. --p59
  •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합법적 아버지가 있어야 어머니와 자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남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여성은 존재의 근거도 의미도 없다. 그러므로 미혼모는 자기 존재를 숨겨야 하며 그들이 낳은 아이는 사회적 존재가 아니다. --p63
  • 고부 갈등은 여성과 여성의 갈등이 아니다. 시어머니/며느리는 여성의 관점에서 비롯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맺고 있는 힘의 관계를 설명할 뿐이다. 어머니의 권력은 결국 출세한 아들의 권력에서 나온다. 어머니의 행복한 삶은 잘난 아들을 통해서(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아내의 노동을 통해서) 보장된다. 그런 어머니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찬성할 리 없다. --p70
  • ‘탈특권화된’ 아줌마와 ‘특권화된’ 어머니의 차이는 무엇일까. 결혼한 여성이 자신의 성역할에 충실하며 집에만 머무를 때, 어머니가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을 때 그녀는 나의 어머니다. 하지만 그녀가 욕망을 드러내며 집 밖으로 나올 때, 남의 어머니일 때 그녀는 아줌마다. 그녀가 집에서 내게 밥을 해줄 대는 어머니지만, 그녀 자신이 음식점에서 남이 해준 밥을 먹을 때는 아줌마다. 여성은 평생토록 서비스를 하는 주체이지 받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71
  • 페미니즘은 그렇게나 거창하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잘 들리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는 혼란이 아니라 다양성과 창조력의 원천이다. --p78
  • 여성에게 (기존) 언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처럼 인식론적 특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경험과 지배 언어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모든 인식, 특히 새로운 언어는 현실에 의문을 품을 때에만 생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p89
  • 한국 사회는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없으며, 성폭력과 성관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가장 섹시한 성관계는 성폭력이라고 믿고 있다. --p91
  • 여성은 아무리 공적 영역에서 노동하고 있어도 사적인 존재로 간주되기 쉽다. .. 여성은 '애인'이거나 '어머니'이지, 남성의 동료일 수 없다는 것이다. --p106
  •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 싸움 후 섹스로 화해'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 후 강간'당했다고 생각한다. --p109
  • 남성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이중적 메시지인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들되 먹지 말라, 말라깽이가 되되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라,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 식욕‧성욕‧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 --p113

제2부

  • 여성주의는 '일차적인'(우선적인) 사회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성별 억압을 전제하지 않은 계급 억압은 없으며, 계급 차별 없는 성차별도 있을 수 없다. --p134
  • 최근 어느 시사 잡지는 소말리아 내전에 자원한 여성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녀는 전쟁 상태가 훨씬 살 만하다고 말한다. 군인으로 음식을 배급받고 남편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이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언어는 누구의 경험인가? --p135
  • 마르크시스트든 파시스트든 집에서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남성 중심 논리가 관통한다. --p136
  • 남편이 아내를 때리다가 죽이는 것은 '과실치사'지만, 아내가 정당방위로 남편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다. --p137
  • 폭력으로 평화로운 가정이 깨져서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으로도 (남성 중심적) 가정이 깨지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p139
  •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이들은 불개입 논리를 말하지만) 호주제, 상속세, 가족계획의 예처럼 국가가 가족/사생활에 침투하는 논리는 남성 국가의 이해에 따라 선택적이다. --p140
  • 남편에게 당하는 고문과 국가로부터 당하는 고문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 있긴 하다. 국가 기관에서 고문당한 사람은 고문 가해자에게 밥을 차려주지는 않아도 되며, 평생 맞는 것도 아니다. --p140
  • 사회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폭력 상황에서도 남편의 권력(버릇)을 고치고 가정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전쟁, 조직폭력, 학교폭력의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감동시켜 폭력을 멈추게 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주 1] --p140
  • 남성과 남성의 갈등은 당연히 정치이고 역사라고 여겨진다. .. 그러나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개인적 문제이거나 집안일, 혹은 기껏해야 '격렬한 로맨스'로 간주된다. 여성은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p141
  • 인간의 고통 경험은 평등하지 않다. 어떤 고통의 경험자들은 존경받지만, 어떤 고통의 경험자들은 '더럽다'고 추방되고 낙인 찍힌다. --p142
  •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이혼하려는 여성들이 법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제까지 잘 참았는데, 왜 갑자기 이혼하려고 하는가(남자가 생겼나)?"이다. 하지만 남편의 초기 폭력을 문제 삼아도, "참을성이 없다"고 비난받기는 마찬가지다. --p145
  • 남성 언어 안에서는, 여성의 저항과 순종 모두 남성 폭력과 성차별의 ‘원인’이 된다. 경찰서나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의 분노나 강한 감정 표현은 과장으로 의심받고, 침착하고자 애쓰면 피해자답지 못한 인상으로 해석된다. --p145
  • 인간의 범위는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 차별주의, 인종주의, 서구 중심주의, 가부장제, 비장애인 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권력 관계의 역동 속에서 결정된다. ... 흔히 흑인은 인간과 동물의 중간으로, 여성은 인간과 자연의 중간 존재로 '다루어진다'. --p153
  • 후기구조주의 여성주의와 탈식민 여성주의에서는, 차별뿐만 아니라 여성/남성, 장애인/비장애인, 동성애자/이성애자의 구분, 즉, 차이 자체를 임의적인 제도의 산물로 본다. --p155
  • 모든 사람은 한 가지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다중적 주체인데, 인간을 성별이나 피부색을 기준으로 ‘여성’, ‘흑인’으로 환원하여 규정하는 것이 바로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이다. --p155
  • 성폭력은 절도나 사기 등 다른 범죄와는 달리, 언제나 "강간이냐, 화간이냐?"라는 식으로, 피해 사실을 둘러싼 객관성 논쟁에 휩싸인다. --p156
  • 한국의 성폭력 신고율이 2~6%에 불과한 것은, 신고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여성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는 성폭력 가해자로 하여금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p157
  • 물론,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은 있다. (하지만 이는) 사법권을 가진 국가를 상대로 용의자와 재소자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합되거나 주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p158-159
  • 일터와 집은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실제로 두 영역은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에서 두 영역은 상호 배타적, 위계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p161
  • 인권 이론에 대한 여성주의의 가장 큰 공헌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했던 근대적 인권 개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까지 비정치적인 공간으로 간주되었던 '사적인 영역'에 인권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인권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p165
  •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여 성차별이라고 하듯이, 성폭력은 강간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 전반을 가리킨다. 1993년 유엔이 채택한 ‘여성폭력철폐선언’ 제 1조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적, 심리적 해약과 여성에게 고통을 주거나 위협하는 강제와 자유의 일방적 박탈 등 성별 제도에 기초한 모든 폭력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p166
  • 현행 성폭력 특별법, 가정폭력 방지법은 여성운동의 성과물이긴 하지만,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여성 자신의 것이라는 인권의 시각에서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가족주의의 규범과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서 강간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가 삽입되었을 경우에 한정된다. 성폭력을 피해자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임신 가능한 부녀자 보호’라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대에서 남성 간 성폭력,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 여성 성기에 이물질 삽입 등은 강간이 아니라 추행죄가 적용되어 강간보다 형량이 낮다.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 환자든, 성기 삽입이든 이물질 삽입이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인권 침해이고 성폭력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임신 가능한 부녀자’만을 ‘여성’으로 볼 때, 성폭력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니라 남성 각자가 소유한 ‘임신 가능한 부녀’에 대한 침해죄-‘사유재산권’ 침해-가 된다. 이러한 문화적 규범 때문에 성폭력 특별법이 있어도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강간은 처벌하기 어렵다. 자기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다른 남성의 ‘가임 가능한 부녀자’가 아니므로 남성 연대의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p172
  • 이제까지 양성 평등은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여성은 ‘공적 영역’으로 진출했지만, 남성은 그만큼 ‘사적 영역’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남성 중심의 같음을 의미하는 ‘양성 평등’이념은, 여성들에게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의 두 영역에서 이중 노동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p179
  • 남성들은 ‘양성 평등’을 위해 여성과 같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가사 노동, 자녀 양육 등 주로 여성이 해 왔던 재생산 노동은 경시되고 비하된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적인 노동’을 하는 것은 수치와 무능력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인권 개념에도, 보살핌과 돌봄, 배려의 가치 같은 ‘여성적 경험’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우리 사회에서 ‘평등’은,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회적 강자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지, 평등이라고 볼 수 없다. --p179
  • 남성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개념은 대단히 협소하다. 정숙하고 젊고 예쁜 여성만이 여성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흡연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지만 모든 여성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다. '술집 여자'나 할머니 혹은 여성 지식인의 흡연은 자연스럽다. 한국 사회는 젊은 미혼 여성의 흡연만 처벌한다. --p189
  • 남성에게는 나이 듦이 곧 늙음을 의미하지 않지만, 여성에게 나이 듦과 늙음은 같은 말이다. 대개 중산층 이상의 남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권력과 자원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성은 그 반대다. --p190
  • 여성들이 종사하는 직업은 대개 성애화(sexualized)되어 있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부분에서도 성적 서비스를 강요받는다. --p191
  • 노인이나 장애인, 특히 여성 노인이나 여성 장애인은 탈성화(desexualized)된 존재이다. .. 장애인 공중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는 것, 여성 노인은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모든 여성 노인을 할머니로 간주하는 것 등이 그 사례다. --p193

제3부

  • 나를 비롯한 많은 여성주의자들은, 성이란 곧 성매매라고 생각하는 남성 인식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여성주의 실천이 혹시라도 '가장 억압받는 민중 여성'인 성판매 여성의 목소리를 빼앗는 데 일조할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인 침묵으로 일관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성운동'이 '여성'을 억압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p204
  • '근절 대 허용'이라는 이분법은 애초부터 어느 여성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래서 빠질 수 밖에 없는 크레바스였다. 왜냐하면 이 논쟁 구도 자체가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p204
  • 그들(성판매 여성들)이 타자라면 주체는 누구인가? 그들을 타자로 호명할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하는가? --p206
  • 어떤 의미에서는 성판매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차이보다, 성판매 여성 내부의 차이가 큰 경우가 더 많다. --p206
  • 성판매 여성이 고정된 경계라는 전제가 문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매매 방지법은 성매매 유형만을 바꾸었을 뿐이다. 이 문제는 남성과 남성의 차이(계급)와 만났다. 가시적 집결지(집창촌) 단속 중심의 성매매 방지법으로 집결지를 주로 이용해 왔던 가난한 남성들은 '타격을 입었지만', 덕분에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은 더욱 '저가'로 '공급'되고, 이 '혜택'은 룸살롱 등지에서 은밀히 성 구매가 가능한 돈 많은 남성들에게 돌아갔다. --p208
  • 이제까지 남성들이 쓴 것은 여성에 대한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가와 관련된 남성들의 관념을 웅변하고 있다. .. 남성을 여성주의자로, 여성을 성판매 여성으로 바꾸어본다면 무리일까? --p213
  • 성매매는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성적 실천에 의해 유지되는 가족, 국가, 자본주의 제도의 매트릭스다. 성매매는 성 정치학의 핵이자 성 정치학에 의존한 한국 사회 정치경제학의 주요 요소인 것이다. --p219
  • 한국 사회는 일상적으로 '여성으로서'의 규범을 요구한다. 커피를 끓인다든가, 성적 폭언에 '여유 있게' 대응하라고 주문한다든가, '애교'와 같은 성애화된 의사 소통을 요구한다. --p222
  • 여성이 남성의 성을 사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해 온 역사와 규모에 비할 수는 없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은, 가정폭력, 배우자폭력, 부부폭력이란 용어가 아내폭력의 성별 권력 관계를 은폐하는 중립적 용어이듯이, 성매매의 명백한 남성 권력을 보이지 않게 한다. --p225

같이 보기

부연 설명

  1. 참고로 이 서술도 정확하지 않은 게 전쟁,조직폭력에서는 가해자를 감동시켜 폭력을 멈추게 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반면, 학교폭력에서는 왕왕 일어난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다음으로 증오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렇게 말하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