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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서 초판본, 시공사 그리폰북스판(1995), 시공사 어슐러 K. 르귄 걸작선판(2014) 표지
개요
어슐러 K. 르귄이 1969년에 출간한 장편 SF소설. '헤인' 연대기 중 한 편으로 성별이 주기적으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이 사는 얼어붙은 행성 '게센'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
겐리 아이 : 에큐멘의 특사. 지구 출신 흑인 남성.
세렘 하르스 렘 이르 에스트라벤 : 카르히데 왕국의 수상.
아르가벤 : 카르히데 왕국의 국왕.
페메르 하르게 렘 이르 티베 : 왕의 사촌.
슈스기스 : 오르고레인의 친교인.
바나케 슬로세 : 오르고레인의 친교인.
옵슬레 : 오르고레인의 친교인.
예게이 : 오르고레인의 친교인.
이세펜 : 오르고레인의 친교인.
줄거리
지구인 남성 겐리 아이는 헤인 우주의 행성 연합 에큐멘의 특사로서 게센이 에큐멘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기 위해 게센의 두 강대국 중 하나인 카르히데 왕국에 파견된다. 에큐멘의 원칙에 따라 혼자 파견된 겐리 아이는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국왕과의 단독 면담에 이르나, 카르히데의 내부 권력 투쟁에 휘말려 에스트라벤은 추방령에 처해지고 겐리 아이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다른 강대국 오르고레인으로 떠난다. 그러나 오르고레인은 권력욕에 미친 왕이 지배하는 카르히데 왕국에 비해 국민에 대한 억압과 사상 통제가 훨씬 더 철저한 사회였고, 망명한 에스트라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오르고레인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안심하던 겐리 아이는 오르고레인 친교인들의 권력 투쟁과 사상 경찰 사르프의 음모에 의해 집단 노역을 위한 수용소로 이송된다. 겨울 행성 게센 특유의 예의차리기 관습인 시프그레소로 인해 에스트라벤의 진의를 끊임없이 의심했던 겐리 아이가 수용소에서 끊임 없는 노역과 약물을 이용한 심문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을 때 에스트라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나타나고, 겐리 아이와 에스트라벤은 겐리 아이의 임무ㅡ게센의 에큐멘 가입과 에스트라벤의 소망ㅡ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카르히데와 오르고레인이 상호 파멸에 이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자유와 평화, 공존으로 탈출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걸고 빙원을 가로질러 800마일을 걸어 카르히데에 가서 궤도 상에서 대기 중이던 에큐멘 우주선을 부르기로 한다. 빙원에서의 여정 속에서 겐리 아이와 에스트라벤은 서로를 낯선 타자-고착된 남성과 변화하는 양성인-이질적인 문화에 속한 존재-외계인으로 보는 것을 멈추고 서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카르히데에 도착해서 마침내 겐리 아이가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고나자 에스트라벤은 애국심과 추방령 속에서 갈등하던 끝에 오르고레인 국경 수비대를 향해 뛰어들어 죽음을 택하고, 겐리 아이는 우주선의 도착을 통해 카르히데와 오르고레인의 정치적 변화ㅡ행성 게센의 에큐멘 가입을 이끌어낸다.
특징
인류학에 대한 르귄의 지식과 취향이 잘 살아난 작품으로 각 장마다 서술자가 바뀌며 내적 독백이나 일기, 민속학적 보고서, 전설이나 민담의 기록 등의 형식을 통해 행성 게센의 정치와 사회, 문화, 종교, 예술을 다면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냉전 시기 사회주의 국가의 가장 부정적인 캐리커처라 할 오르고레인의 사회상이라든지 우주 연합 에큐멘과의 수교를 앞두고 자국의 이익이나 소속 정파의 이해만 따지는 양국의 모습 등은 60년대 미소 대립과 경쟁에 대한 SF적 비전의 통렬한 비판[1] 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본작이 가장 주목받는 지점인 게센인의 성적 특성은 위의 테마를 타자와 타자 사이의 불신과 오해, 이해와 소통으로 다시 초점 맞추어 서술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면 도대체 다른 어떤 것이 중요하단 말인가'라는 르귄의 유명한 질문을 상기하면 오히려 냉전 시대에 대한 두려움은 한 존재와 다른 한 존재 사이의 오해와 이해를 말하기 위한 소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평가
성별이 사회와 문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작품으로 어슐러 K. 르귄의 대표작이자 <a href="/dok/페미니즘%20SF">페미니즘 SF</a>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발표 이듬해인 1970년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인용
내가 이 소설을 썼던 1968년에 '젠더 구성'이라는 용어가 이미 나와 있었다 할지라도 나는 그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페미니즘은 다시 태어나고 있었지만,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시작한 내 자신의 페미니스트 교육은 여전히 전위에 뒤쳐져 있었다. 나는 언제나 페미니스트였지만, 언제나 배우는 게 느렸다.
동시에, 남자와 여자의 상대적 지위에 대한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질문들은 점차 흥미로워졌다. '노동 분담'이 진정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오직 일부 노동자만 급료를 받는가? 왜 종교, 정부, 군대, 대학과 같은 커다란 기관들은 남성에 의해 세워지고 지배되는가? 우리 성에 따른 결과라고 여겨지는 행동들 가운데 사실은 우리 사회가 우리 성에 기대하는 결과로 인한 것은 얼마나 되는가? 등등. 흥미로운 질문들이었다. 나는 흥미가 일었다. 나는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내 정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생각의 형태, 즉 이야기를 통해 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가 성이 없거나 또는 양성을 가진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사고 실험을 쓴다면 어떨까?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009년, 40주년 기념판 서문 중.
- ↑ 다른 예로는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도입부 혹은 영화 <지구가 멈춘 날>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