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주의적 관점
1.1 FPOV
여성위키 내 모든 백과사전 내용은 여성주의적 관점(FPOV; the Female Point of View) 또는, 여성중심주의(Gynocentrism)적 관점에 의해 작성되어야 합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이란
- 여성으로 태어나 경험하는 모든 구체화된 생각의 집합을
- 여성의 입장에서
- 여성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FPOV는 여성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FPOV는 인류 보편을 남성으로 간주하며 남성만을 기준으로 인간에 대해 기술해 온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즉,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서술이란 그동안 잃어버린 여성과 그의 역사를 주목하는 과정입니다.
- 여성의 업적은 남성의 일보다 가볍게 취급되어 왔다.
- 여성의 업적은 남성에게 빼앗기거나 가려져 주목받지 못 하여 왔다.
- 여성의 일은 때로 없었던 것처럼 무시되었고, 세상에 알려지지 못 하여 왔다.
- 여성의 업적은 남성의 일보다 쉽게 잊히어 왔다.
여성의 일에서 그의 생각과 경험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것은, 남성의 일에 있어 남성의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처럼 당연시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일을 남성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하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배제되고 차별의 피해를 입어 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절반적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평등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주의적으로 서술이란, 곧 인간주의적 서술입니다.
여성 스스로가 살아가며 경험해 온 모든 것은 여성위키에 기록될 가치가 있습니다. 여성의 수많은 경험들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지워지거나 무시당해왔습니다. 여성에 대해서는 여성이 전문가이며, 남성은 배우는 입장이어야만 합니다. 그동안 여성들만의 문제마저 남성들의 시각으로 바라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여성위키는 그동안 백색소음으로,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여성들이 스스로 기록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1.2 Herstory
남성중심적 역사 History 는,
- 여성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게 합니다.
- 여성이 스스로 주체적인 존재가 되기 힘들도록 합니다.
- 여성이 스스로를 남성의 주변적 존재, 희생물 등으로 대상화하도록 합니다.
지금의 여성을 위해, 그리고 후대의 여성이 지금의 역사를 딛고 나아가기 위해 여성에게는 여성의 역사가 필요하다. 여성의 투쟁과 성취에 대한 기록이 박탈당하고 폄하된 것은 여성을 종속상태에 묶어 두는 남성중심사회의 주요 방법 중 하나였다. 여성주의자를 일탈적인 사람으로 손가락질하는 것은 여성의 성장을 방해하는 방법이었다.
“19세기의 여성작가들은 18세기 여성소설가들의 작품을 마구 읽었다. 그들은 여왕들, 여자수도원장들, 시인들, 학식 높은 여성들의 ‘생애’를 읽고 또 읽었다. 초기의 ‘편집자들’은 여성영웅들로 가득찬 무거운 책을 창조하기 위해, 자신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성서와 모든 역사적 자료들을 탐색하였다.”[1]
2 기계적 중립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강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성위키는 흔히 도덕적, 객관적, 이성적으로 여기어지던 기계적인 중립이 아닌, 약자에게 기울어진 입장으로 문서를 서술합니다.
2.1 예시
1) 범죄의 피해자에게 합리적 이성적 인간을 기준으로 한 과도한 입증책임 또는 완전무결한 피해자성을 요구하는 경우
-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살해한 경우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가', 또는 '왜 그 집에서 나오지 않았는가'를 묻는 것
- 성폭력 생존자에게 '왜 일찍 신고하지 않았는가', '왜 모텔에 따라 들어갔는가', '왜 피해를 당한 이후에도 가해자에게 상냥하게 대했는가'를 묻는 것
2) 피해사실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않는 경우
- 여성이 성폭력 피해 / 폭행 등 고발할 때 '양측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가해자 입장이 나올 때 까지 우선 가만히 있겠다'고 이야기하거나 침묵하는 것
- 피해 사실보다 '혹시라도 피해자가 무고할 확률'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강조하는 것
2.2 문제
기계적 중립은 특히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많이 발생하며, 여성에게 완전무결한 피해자성을 강요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가해자에게 변명할 기회가 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놓인 저울에서 기계적으로 중립을 외치는 것은 약자에 대한 외면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중립은 불평등한 현실을 유지하는데 기여합니다. 중립은 모두에게 공정할 수 없습니다.
“저널리즘에서의 객관성이란 본래 관점의 부재(the absence of a point of view)가 아니라 절차와 방법의 객관성을 뜻한다. 객관적인 글이란 글을 읽는 사람들이 누구나 글에 담긴 주장의 근거와 출처를 알 수 있도록 밝히고 있는 글, 따라서 누구나 그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글을 뜻한다. 절차와 방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동기와 편향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2]
3 중립적 시각
위키백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위키가 채택하는 중립적 시각(NPOV; Neutral Point of View)은 실질적으로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기능한다.
기존의 학문적 사상은 다음과 같이 구축되어 있다.
- 남자라는 용어가 여자를 포함하는 대표성을 가진다고 사칭하고 있다.
- 남자의 경험을 인류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 과거의 기록을 남성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남성의 업적, 활동, 의도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 따라서 여성이 학문적으로 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남성처럼 생각할 것인가”를 먼저 학습해야 했다.
- 여성의 경험이 일반칭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개념을 사고하기 어렵게 된다.
현재 위키백과 편집자의 90%가 남성이며, 위키백과에 수록된 남성에 대한 정보는 여성보다 4배가 더 많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8만 7142개의 인물 전기 중 여성 인물에 대한 글은 2만 808개로 전체의 23.9%에 불과하다.[3]
“위키피디아에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명인 Donna Strickland의 소개 페이지가 독일 시간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발표한 오늘 오전(현재 시간은 독일 시간 오후 1시 14분)까지 없었다고 한다. 지난 5월에 Donna Strickland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위키피디아 에디터가 Strickland의 연구 성과가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 거절했다. 노벨 물리학상 발표가 난 후, 위키피디아에서는 부랴부랴 페이지를 생성하고 내용을 채워넣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과학자라고 잘못된 정보를 적기도 하였다.”[1]
“우리는 여성의 성과가 주기적으로 무시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는 학계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 남성들은 학계에서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발언할 기회를 갖고 있다. 여성 학자들은 남성 학자들에 비해 크레딧을 훨씬 적게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편향이 우리의 크라우드소스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위키피디아의 여성 contributor는 9 - 16% 이다."[2] [3]
위키피디아는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네티즌들의 기여로 집단지성을 이루는 것처럼 간주되지만, 사실은 남성주의적 시각만이 모여 기록된 남성집단지성에 불과하다. 여성 교육의 역사는 아주 짧지만, 여성은 그동안 남성들의 학문에서 연구되어 온 여성에 대한 많은 의문을 제기해왔다. 여성과 남성이 갖는 체내 수분비율이 다르지만, 그동안 과학은 남성을 기준으로 ‘사람의 체내 수분’을 가르쳐왔다. 남성들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여성은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투표에 대한 권리조차 없는 ‘모자란 인간’이었다.
“서구문명의 모든 정신적 구성물 속에 형성되어 있는 남성중심적 오류(androcentric fallacy)는 단순히 '여성을 추가함'으로써 교정되지는 않는다. 교정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인간성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평등한 부분들 속에 존재하며 인간존재에 대해 내려지는 모든 일반화 속에 양성의 경험, 사고, 통찰력이 반드시 재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받아들이도록 사고와 분석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다.”[4]
4 여성위키의 정책
여성위키는 이러한 예시들에 대하여 ‘남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중립적인 시각만 가지고 여성들이 겪어 온 차별을 서술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다음과 같은 여성주의적 시각에 입각하여 위키를 운영할 것을 아래와 같이 명시한다.
4.1 여성주의적 시각
“혁명적 사고는 항상 억압받는 사람들의 경험을 격상시킴으로써 가능하였다. (…) 새롭게 의식화된 개인 혹은 집단으로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해방적(liberating)이다. (…) 우리는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woman-centered)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5]
여성들은 그동안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형성된 정보를 옳은, 중립적인, 그리고 객관적인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 '중립적인' 정보가 사실 남성중심적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여성은 체제에서 배우지 못했다. 그러므로 여성은 여성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무의식 속의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위키에서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준거집단을 여성으로 둘 것을 권고한다. 가부장적 사고를 탈피한다는 것은 기존의 사고 체계를 타파하는 것이며, 기존 사회에서 서열화된 가치와 정의를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위대한 남성들을 없애고, 그 남성들을 우리 자신으로, 우리의 자매들로, 익명의 선대여성들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6]
4.2 여성의 경험 중시
여성은 여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주류의 보편적 관념에 따라 스스로의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고 학습되어 왔다. 여성의 경험과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여성은 여성의 경험을 신뢰해야 한다. 여성의 경험은 항상 중요하지 않거나, 틀린 것으로 무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불신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배웠다. 월경 속에 무슨 지혜가 있을 수 있는가? 모유로 가득 찬 젖가슴 속에 무슨 지식의 원천이 있는가? 일상적인 수유와 청소 속에 추상성을 위한 무슨 재료가 있는가? 가부장적 사고는 그와 같은 성별 정의된 경험들을 비초월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영역에 소속시켰다. 여성의 지식은 ‘직관(intuition)’이 되었고, 여성들의 이야기는 ‘수다(gossip)’가 되었다.”[7]
여성이 직접 경험한 것을 여성 스스로의 손으로 작성할 때, 그 경험은 집단적 지성이 되어 남성주의 시각을 무너뜨릴 수 있다.
4.3 여성주의적 오만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여성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사고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안전과 승인을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그 모든 것 중에 가장 ‘비여성적인’ 자질─세계를 다시 질서짓는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최상의 자기과신인 지적 오만─로 옮겨가려는 도전이다. 신을 만드는 자의 자기과신, 남성 체계건설자들의 과신으로.”[8]
4.4 피해자 우선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남성의 구도는 피억압자-억압자가 된다. 여성이 피억압자 즉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서 남성주의적 시각은 억압자 남성의 가해를 축소시키며,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으킨다. 예컨대 남성들은 사회에서 남성 개개인이 “미투 당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남성의 가해를 축소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으킨다. 이미 권력차가 존재하는 지형은 피해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한다. 그러므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서술하는 것은 구조적 피해자인 여성을 우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스스로가 피해자성에만 갇히는 것은 지양한다.
4.5 타당한 근거 제시
여성 개인의 경험이 ‘구조적’인 ‘여성’이라는 계급의 경험임을 주지하고자 할 때, 독자를 설득하는 것은 이를 증명할 자료들이다. 여성주의 시각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 역시 적절한 근거와 예시를 통해서이다. 따라서 여성위키에서는 가능한 한 통계 자료, 논문, 과학적 근거 등을 적극적으로 인용한다.
5 각주
- 거다 러너, 강세영, 『가부장제의 창조』(당대, 2004), p.392.
- Bill Kovach; Tom Rosenstiel (2014). The Elements of Journalism: What Newspeople Should Know and the Public Should Expect. THREE RIVERS Press. ISBN 978-0-8041-3678-5., p.127.
- 박다해 기자, “위키백과에 여성 인물정보는 왜 부족하죠?”, 2019-03-11, 한겨레
- 거다 러너, op. cit, pp.384-385.
- ibid., pp.395-396.
- ibid., p.395.
- ibid., p.390.
- ibid., p.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