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최근 편집: 2017년 8월 15일 (화) 13:01

평등(equality)이란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을 뜻한다.[1]

개념

평등성이란 서로 다른 사물, 인간, 과정, 상황 등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상응하는 성질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평등성은 모든 측면에서의 상응을 뜻하는 동일성(identity)과 구분되며, 정확한 상응이 아닌 대략적인 상응을 의미하는 유사성(similarity)과 통하는 면이 있다.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표현은 모든 인간이 모든 면에서 똑같다거나 모든 인간이 특정한 측면에서 정확히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기 보다는, 모든 인간이 특정한 측면에서 유사하게(similarly) 취급되어야 함을 뜻한다.[2] 정의(justice)로서 평등한 인권은 같아짐(same)이라기보다는 공정함(fairness)을 추구하는 것이다.[3]

멋진 신세계, 1984, 이퀼리브리엄 등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사회는 대체로 평등성, 동일성, 유사성의 관계를 뒤섞어 왜곡, 과장하는 방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역사

평등이라는 관념 자체는 모든 문화권에서 모든 시기에 걸쳐 나타나며, 원숭이침팬지 등 인간의 근연종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인간 보편적 심리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신분제의 불합리함에 대한 인식, 인종 간의 평등, 동물권 등의 개념은 문명의 산물이다.

생물학적 기원

불평등 회피(inequality aversion)에 대한 심리 메커니즘은 인간 뿐 아니라 인간의 근연종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카푸친 원숭이 실험.

원숭이(capuchin monkey)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한 원숭이에게 다른 원숭이에 비해 안좋은 보상을 주면 보상을 아예 거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4] 피험자인 원숭이들이 자신을 평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실험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음식을 던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SNS 등을 전파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 실험은 카푸친 원숭이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호혜성(reciprocity), 공정성(fairness) 등 평등성(equality)의 유관 개념들이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조상에서 유래하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해석된다. 따라서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이러한 관념들은 약 2천5백만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5]

일반 침팬지(common chipanzee; Pan troglodytes)를 대상으로 한 유사 연구들(이 연구에서는 침팬지들이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하도록 하였다)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6][7] 논문의 저자들은 공정성 관념에 있어서는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일반 침팬지는 현존하는 영장류 중 보노보 다음으로 인간과 가깝다.

유의할 점은 평등에 대한 관념과 사회적 계급에 대한 관념이 상호배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본능적인 평등 관념은 동일 계급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침팬지는 물론이고 조류, 포유류, 일부 사회성 곤충 등 동물계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종들에 사회적 계급 관념이 존재하는데, 집단 내 우두머리의 위계가 확고한 경우 우두머리가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여도 다른 개체들이 위 실험에서와 같은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즉 '누가 누구와 평등해야 하는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급에 대한 관념이 영향을 주는 것이다.

또한 타인종에 대한 혐오감정도 어느 정도 본능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명의 역사는 본능에 내제된 평등 관념을 점진적으로 더 많은 대상들(계급, 인종, 생물종)로 확대해 적용해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8]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는 조화와 균형을 대단히 중요히 여겼으며 이는 성역할에 있어서의 평등으로 나타났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은 직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남성들과 동등한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집트의 여러 신화도 수천년간 유지되었던 여성의 지위를 잘 드러낸다. 태초에 남성 신인 오시리스(Osiris)와 그의 누이이자 아내인 이시스(Isis)가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롭게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시스는 인류에게 여러 선물을 가져다주었으며 이 선물 중 하나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성이었다.[9]

한편 이집트는 신분제 사회였으며, 기원전 1550년 경부터는 노예제도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성평등이라는 면에서는 고대는 물론 현대의 몇몇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진보적이었다는 점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동일 계급 내의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였으나, 신분 사이에서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정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플라톤은 두 종류의 평등 개념을 구분하였다. 수치적 평등(numerical equality)은 상황에 관련 없는 기계적 평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와 어른에게 똑같이 동일한 양의 음식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수치적 평등은 항상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수치적 평등과 달리 상황을 고려한 평등 개념을 비례적 평등(proportional equality) 또는 상대적 평등(relative equality)이라 부른다.[10]

플라톤은 또한 이상적 국가(ideal state)에서는 물리적 힘을 요하는 일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후대에 프로토페미니즘(protofeminism)으로 평가받고 있다.[11]

헬레니즘 시기

헬레니즘 시기의 스토아 학파(stoicism)는 모든 인간이 자연적으로 동등하다고 보았다. 이들의 윤리학(stoic ethics)에 의하면 덕(virtue)이란 자연에 최대한 부합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의 평등을 강조하였으며, 스토아 학파의 이러한 관점은 후대의 정치철학자들 사이에서 이갈리타리아니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몽주의 시기

평등 관념은 계몽주의 시기의 시대정신 중 하나였다. 장 자크 루소인간불평등기원론(Discourse on Inequality)은 인간 불평등의 기원이 소유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였다. 토마스 홉스리바이어던(Leviathan)은 자연권으로써의 평등 개념, 조세의 평등 등을 다루고 있다.

계몽주의 시기에 전개된 평등에 대한 이론들은 이후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며 현대 국가들의 여러 헌법에서 기본 이념 중 하나로 채택되기에 이른다.

프랑스 혁명기

프랑스 혁명의 핵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선언문인 "인간(l'homme; 남성)과 시민의 권리 선언 (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 또한 핵심 가치 중 하나로 평등 내세우고 있다. 혁명 초기부터 "자유, 평등, 박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으며, 이를 계기로 이갈리타리안(egalitarian), 이갈리타리아니즘 등의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의 평등이란 사실 남성들 사이에서의 계급 타파를 뜻하는 것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극작가이자 활동가였던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a femme et de la citoyenne)"라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함께 읽기

출처

  1. “평등”. 《네이버 국어사전》. 
  2. “Equality”. 《스탠포드 철학 백과》. 
  3. p179, 페미니즘의 도전
  4. Brosnan, S.F.; de Waal, F.B.M. (2003). “Monkeys reject unequal pay”. 《Nature425 (6955): 297–9. doi:10.1038/nature01963. PMID 13679918. 
  5. “Timeline of human evolution”. 《위키백과》. 
  6. Brosnan, S. F.; Schiff, H. C.; de Waal, F. B. M. (2005). “Tolerance for inequity may increase with social closeness in chimpanzees” (PDF).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272 (1560): 253–8. doi:10.1098/rspb.2004.2947. PMC 1634968. PMID 15705549. 
  7. Proctor, D.; 외. (2013). “Chimpanzees play the ultimatum gam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110: 2070–2075. doi:10.1073/pnas.1220806110. 
  8. The Expanding Circle, Peter Singer
  9. “Women in Ancient Egypt”. 《Ancient History Encyclopedia》. 
  10.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11. “Protofeminism”. 《영어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