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승낙

최근 편집: 2023년 10월 25일 (수) 17:53

피해자의 승낙(被害者의 承諾)위법성조각사유의 하나이다. 피해자의 승낙이 있던 것으로 인정된 행위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다.

조문

대한민국 형법

  • 제24조(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해설

형법 제24조에 피해자의 승낙의 성립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일 것
    피해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만이 법익의 훼손을 승낙할 수 있다.
  •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일 것
    개인적 법익만을 처분할 수 있다.
  •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을 것
    촉탁승낙살인죄, 피구금자간음죄, 미성년자 의제강간은 피해자의 승낙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는 조항이다.

승낙의 요건

  • 승낙은 언제든 취소 가능하며 그 방법에 제한이 없다.[1]
  • 승낙은 명시적이어도 되고 묵시적이어도 된다.[2]
  •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있다.[3]
  • 승낙이 윤리적, 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4]

위법성조각이 되지 않는 경우

  • 살인에 대한 승낙의 경우, 대한민국 형법상 피해자의 승낙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촉탁,승낙살인죄'가 존재하는데 이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이므로, 위법성조각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요건의 문제가 된다.
  • 가정폭력처벌법임시보호명령은 피해자의 양해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자에게 접근금지, 문언송신금지 등을 명하므로, 이를 위반하는 것을 피해자가 양해 또는 승낙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어 범죄가 그대로 성립한다.

승낙이 인정된 사례

밍크 45마리 사건 [대판90도1211]
피고인 甲이 피해자 乙에게 이 사건 밍크 45마리는 甲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져갔고, 乙은 이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는데, 나중에 그 권원이 허위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법원은 밍크를 가져간 때에 乙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으므로 절도죄의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승낙이 부정된 사례

퇴마 폭행치사 [대판85도1892]
❝ 사회상규에 반하는 내용의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
1984년 부산에서 피고인 8명이서 피해자에게 씌인 잡귀를 쫓는다며 뺨 등을 때리고 팔다리를 붙잡고 배와 가슴을 손과 무릎으로 힘껏 누르고 밟는 등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데, 피해자가 이를 용인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는 내용의 승낙이라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고 하였다.
판례에서는 사회상규를 적시했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효한 포기이므로 위법성조각이 부정된다는 논리로도 설명 가능하다.
장난권투 사건 [대판89도201]
❝ 피할만한 여유도 없는 좁은 장소에서, 상급자이며 더 건장한 몸의 피고인이 하급자인 피해자로부터 아프게 반격을 받을 정도의 상황에서 피해자의 가슴과 배를 약 1분 이상 때렸다면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며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폭행은 피해자의 유효한 승낙을 받은 장난이라고 볼 수 없다.
자궁적출수술 사건 [대판92도2345]
❝ 부정확 또는 불충분한 설명을 근거로 한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는다.
산부인과 전문의 수련과정 2년차인 의사가 피해자의 병명을 자궁근종으로 오진하고 이에 근거하여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피해자에게 자궁적출술의 불가피성만을 강조하여 피해자로부터 수술승낙을 받은 것은 수술의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피해자의 승낙이라고 볼 수 없다. 또 난소의 제거로 이미 임신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자궁을 적출했다 하더라도 그 경우 자궁을 제거한 것이 신체의 완전성을 해한 것이 아니라거나 생활기능에 아무런 장애를 주는 것이 아니라거나 건강상태를 불량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이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아동의 승낙

아동은 자신이 승낙한 법익침해의 의미를 이해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대체로 승낙능력이 부정된다.

아동 성희롱 [대판2013도7787]
피해 아동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경우라면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행위자의 요구에 피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거나 행위자의 행위로 인해 피해 아동이 현실적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행위자의 피해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행위가 구 아동복지법 제29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아동 음란물 [대판2014도11501]
제작한 영상물이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에 해당하는 경우,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의 동의하에 촬영하거나 사적인 소지·보관을 1차적 목적으로 제작하더라도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것에 해당한다.
아동 인신매매 [대판2015도6480]
아동은 아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자신을 보호할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보호자 없이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으므로, 이러한 처지에 있는 아동을 마치 물건처럼 대가를 받고 신체를 인계·인수함으로써 아동매매죄가 성립하고, 설령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더 나아가 동의·승낙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아동매매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출처

  1. 대판2010도9962
  2. 대판97도183
  3. 대판92도310
  4. 대판85도1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