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9일 (목) 01:13

<핑거스미스>(영어: Fingersmith)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장편 소설이다.

초판은 비라고(Virago) 출판사에서 2002년 출간, 한국어판은 2006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1]

퀴어문학 목록에 늘 꼽히는 대표 작품이다.

1. 개요

2002년에 발표된 세라 워터스의 세번째 장편소설.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소매치기 수전 트린더와 젠틀먼, 부유한 상속녀 모드 릴리의 삼인 사기극과 그 속에서 싹트는 사랑을 묘사했다.

번역가 최용준, 출판사 열린책들

2. 내용

  작 중 스포일러 주의: 중요한 내용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1. 1부

그 시절 내 이름은 수전 트린더였다. 사람들은 날 <수>라고 불렀다. 나는 태어난 해는 알지만 태어난 날짜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기에 크리스마스를 생일로 삼았다.

이 이야기는 수전 트린더의 자기독백과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수전은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를 잃고 석스비 부인의 딸로 자라난 고아였다. 석스비 부인은 겉으로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장물아비 노릇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인물로, 수전은 석스비 부인의 밑에서 장물을 처리하는 법이나 사기를 치는 법, 도둑질 따위를 배우며 성장한다. 그리고 수전이 17살이 된 어느 겨울밤 그녀에게 젠틀먼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부유한 상속녀 모드와의 사기 결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수전이 해야 할 일은 모드가 젠틀먼을 사랑하게끔 만드는 것. 이를 승낙한 수전은 젠틀먼과 함께 모드의 저택으로 향한다.

나는 젠틀먼이 해준 설명을 듣고 모드가 뛰어나게 아름다우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살펴보던 당시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저택에는 모드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백과사전을 저술하는 모드의 삼촌 릴리 씨와 저택에 소속된 하인들, 그 누구도 모드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저택은 시계처럼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느리고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그 안에 갇힌 모드와 그녀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수전은 그 규칙을 깨고 모드의 하녀로서 친구로서 그녀를 성심성의껏 보필한다.  

모드는 머리를 내 가슴에 기대고 떨었다. 나는 모드의 머리털을 뺨에서 떼어 정돈해 주었고, 모드가 침착해질 때까지 안아 주었다. 마침내 내가 말했다. "자, 이제 다시 주무시겠어요? 담요를 덮어 드릴게요."

"날 두고 가지 마, 수!" 모드가 속삭였다. "무서워. 꿈꾸는게 무서워!"

모드의 숨은 달콤했다. 손과 팔은 따뜻했다. 얼굴은 상아나 설화석고처럼 매끄러웠다. '우리 계획이 성공하면 몇 주 뒤 모드는 정신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거야. 그대는 누가 모드에게 상냥하게 대해 줄까?' 나는 생각했다.

나는 모드를 떼어 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나는 침대로 올라간 뒤 담요 안으로 들어가 모드 곁에 누웠다. 팔로 모드를 껴안자 모드는 그 즉시 내게 안겼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보였다. 나는 모드를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모드는 무척이나 가냘팠다. 석스비 부인과 달랐다. 석스비 부인과는 전혀 달랐다. 모드는 어린애에 가까웠다. 여전히 약간 떨고 있었고, 눈을 깜빡이자 속눈썹이 깃털처럼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떨림이 멈추자, 속눈썹이 다시 한 번 내 목을 스쳤고 그리고 잠잠해 졌다. 모드는 무거워지고 따뜻해졌다.

"착하기도 해라." 모드가 깨지 않도록 부드럽게 내가 말했다.

수전은 자신도 모르는 채 점점 모드에게 이끌리고 갈등하지만, 결국 모드가 젠틀먼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을 돕게 된다. 계획대로 모드를 야반 도주시켜 젠틀먼과 결혼시키고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두기 위해 정신병원 의사를 부르는 수. 하지만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 것은 모드가 아닌 수전이였다. 알고 보니 젠틀먼이 상속재산을 얻기 위해 함께 계략을 꾸민 상대는 수전이 아닌 모드였고, 수전은 처음부터 모드 대신 정신병원에 같히기로 약속된, 자신이 하녀인 줄 아는 정신나간 귀부인 역할이였던 것이다. 자신이 그들에게 완전히 속은 것을 깨달은 수전은 비명을 지르고 복수를 다짐하며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2.2. 2부

모드는 자신의 어머니가 정신병원 침대에 묶여 피를 흘리며 자신을 낳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정신병원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11살이 되자 모드는 그녀의 삼촌 릴리를 따라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릴리는 모드의 목소리, 말씨, 외모, 표정, 몸매, 자세, 걸음거리, 태도, 예절 기타 눈에 보이는 그녀의 모든 것을 '숙녀'로 만들기 위해 모드를 굶기고 때리고 학대한다. 릴리의 직업은 신사들이 좋아하는 음란소설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모드는 그의 비서가 되어 신사들 앞에서 음란소설을 낭독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17세가 되던 해에 젠틀먼이 브라이어로 온다. 그는 모드에게 자유와 돈을 약속하고, 결혼과 모드의 운명을 대신 가져갈 여자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드는 그의 계획에 찬성하고, 드디어 수전과 만난다.

문이 열린다. 스타일스 부인이 먼저 들어오고, 잠시 망설이다 아이도 내 앞에 와 선다. 수전, 수전 스미스, 수키 토드리, 속이기 쉬운 아이, 내 인생을 가져가고 자유를 가져다줄 아이...... 아이는 나를 바보라 생각한다. 그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난다. 나는 생각한다. '넌 나를 파멸시키려 브라이어에 온 거야.' 나는 앞으로 한 발 나가 아이의 손을 잡는다. '얼굴을 붉히지 않아? 떨거나 눈을 내리깔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아이는 내 시선을 되받고 아이의 손가락, 손톱을 물어뜯은 차고 단단한 손가락은 너무나 차분하게 내 손에 머물러 있다.

"착하기도 해라"

"고마워 수." 내가 말한다.

나는 그 뒤론 낮이고 밤이고 자주 고맙다고 말한다. 아그네스에게는 한 번도 그렇게 말해 본 적이 없다.

......친밀감에 대한 수의 생각은 아그네스와 다르다. 바버라와도 다르다. 그 어떤 숙녀의 하녀와도 다르다. 수는 너무나 솔직하고, 너무나 풀어져 있고, 너무나 자유롭다. 수는 하품하고, 기댄다. 여기저기에 스치고, 까인다...... 그러나 수는 바늘을 돌려줄 때면 바늘 끝이 내 부드러운 손가락을 찌르지 않도록 끝을 돌려서 조심스럽게 준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수는 그렇게 말하곤 한다. 너무나 간단하고도 너무나 친절해서 나는 수가 이러는 게 단지 리처드를 위해 날 안전하게 지키려는 것일 뿐임을 완전히 잊는다. 나는 수도 그 점을 잊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같이 산책을 하는데 수가 내 팔을 잡는다. 수에겐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내겐 따귀를 맞는 듯한 충격이다. 또 한번은, 앉아 있다가 내가 발이 차다고 불평을 하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슬리퍼 끈을 푼 뒤 손으로 내 발을 잡고 비벼 따뜻하게 해 준다. 마지막엔 고개를 숙이고 내 발 위로 별 생각 없이 입김을 분다.


모드는 수전과 함께 하는 순간 순간 그녀에게 더 이끌리고 결국 수전을 침대로 이끌지만, 다음날 그녀의 달라진 태도에 충격을 받고 젠틀먼의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수전을 정신병원에 넣고 젠틀먼과 런던으로 떠난 모드. 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곳은 자유로운 타지가 아닌 석스비 부인의 집이였다. 그리고 사실 모드가 수전이며, 수전이 모드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모드의 어머니는 정신병원에서 자신을 낳은 미친 여자가 아니였다. 그녀는 아버지 없는 아이를 가진 여자였고, 브라이어에서 탈출해 석스비 부인의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곧 릴리 씨에게 추격당하자 자신의 아이가 브라이어에서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며 석스비 부인이 키우던 아이 중 하나(어린 모드)를 자신의 아이(수전)과 바꿔치기했던 것이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이 아이들에게 반씩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그리고 그녀는 모드와 함께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던 것이다. 모드는 충격을 받고 자신을 내보내 달라고 하지만, 젠틀먼과 석스비 부인은 이를 거절한다. 모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해 겨우 그곳을 탈출하지만, 댓가 없이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결국 모드는 석스비 부인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석스비 부인이라는 진실을 듣게 된다.

2.3. 3부

정신병원에 같힌 수는 자신이 모드가 아니라 수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광증의 증상으로 본 의사들에게 강제로 치료받고 감금당한다. 그렇게 대여섯 주가 흘렀을 때, 브라이어의 하인이였던 찰스가 그녀를 찾아온다. 찰스는 단박에 그녀가 모드가 아닌 수전임을 알아보고, 그녀가 런던으로 탈출하는 것을 돕는다. 석스비 부인을 찾아간 그들은 그곳에서 젠틀먼과 모드를 발견한다. 수전은 분노에 불타 찰스에게 석스비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쥐여주고 그를 전령으로 보내지만, 찰스를 알아본 모드가 편지를 뺏어 읽고 하트2 카드를 답장 대신 돌려 보낸다. 이를 선전포고의 의미로 받아들인 수전은 칼을 들고 석스비 부인의 집으로 가는데...

3. 특징

  • 작품의 배경이 된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역사에 유래없는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가 일어나던 시대였다. 올리버 트위스트, 자본론에서 묘사된 비참한 영국 하층 국민들의 생활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산업혁명의 수혜를 누리는 상류층 자본가의 호화로운 삶이 벽 하나를 두고 같은 공간, 같은 도시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어린 아이들이 성인과 같은 수준의 노동을 하는 게 당연시되고,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고, 갓난아이를 파는 모습은 작가가 꾸며 낸 모습이 아니라 그 당시 런던의 실제 풍경이였으며 모드가 브라이어에서 강요당하던 상류층 숙녀로서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작품 내에서 모드는 '신사'의 시각적 정신적 만족감을 위해 '숙녀'로서의 외형과 내면을 철저히 갖출것을 강요받는다. '숙녀'로서의 요소를 거절하면 '신사'는 그녀를 굶기고 때리고 학대할 수 있었으며, 결국 모드가 '숙녀'의 요건을 갖추게 되자 릴리는 그녀가 다른 '신사'들 앞에서 음란소설을 낭독하도록 시킨다. 신사들의 성적 쾌락을 자극하는 순결하고 온순한 요부를 연기하게 된 것이다. 릴리를 포함한 신사들이 원하는 숙녀, 바라는 여성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라 워터스는 그 당시 남성들의 이중적 욕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 작품 내에서 젠틀먼이 신사(젠틀먼)라는 호칭을 이름처럼 불리는 것도 소위 신사라는 남성들의 행태를 비꼬기 위함이다.
  • 작품의 이름 핑거스미스는 도둑이라는 뜻이지만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잘 다루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 작중에서 모드가 언급하는 텍스트는 모두 실존한다. <열정의 축제>, <여성의 쾌락에 대한 회고록>, <걷힌 커튼>, <매춘굴 잡문기>, <자작나무 부케>, <정욕에 찬 터키인> 등


(수정 및 추가바람)

4. 관련작품

[드라마] 핑거스미스

[영화] 아가씨

[책] 19가지 키워드로 읽는 핑거스미스


  • [1] 책 제목인 핑거스미스에는 소매치기라는 뜻이 담겨있다.
  • [2] 박찬욱이 이 부분을 영화화할때 이 자료들를 금병매로 치환하여 인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금병매에는 방울을 이용한 여성간의 성교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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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화

저자의 다른 책

  1. 세라 워터스 (17 February 2015). 《핑거스미스》. 열린책들. 1261–쪽. ISBN 978-89-329-6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