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노동자의 날

최근 편집: 2023년 10월 17일 (화) 14:17

매년 6월 29일은 한국 성노동자의 날이다. 2005년 6월 29일, 전국의 성노동자와 성산업 종사자 약 2,000여 명이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 야외 광장에 모여 ‘성노동자의 날’ 행사를 최초 개최했다. 이날, 전국성노동자연대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이 공식 출범하며 성매매 특별법 폐지와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성노동자의 날을 기념하게 되었다.

배경

2000년대 초반, 윤락행위등방지법과 성노동자의 죽음

2000년 1월, 서울 경찰서장 김강자 종암경찰서장은 취임 뒤 첫 순찰 지역으로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을 골라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9월 19일, 전북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무허가 건물 2층에서 불이 나 잠들어 있던 여성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사건 진상 조사 중, 피해 여성들의 생전 기록에서 감금 사실이 확인되었고, 피해 여성들이 10대에 탈가정을 했다가 인신매매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었던게 밝혀졌다. 2년 뒤인 2002년 1월 29일, 전라북도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전기 합선으로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사건 당시 14명의 여성들이 사실상 감금된 채 목숨을 잃었고, 현장에서는 차용증을 비롯해 노예각서나 다름없는 글들이 발견됐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 단속, 성노동자들 거리로 나오다

2004년, 반성매매 운동은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참사를 도화선 삼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했다. 2004년 9월 23일,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노동자 등 500여명이 생계보장 및 유예기간 요구 시위를 했다. 미아리 텍사스를 시작으로 대구 자갈마당, 평택 쌈리, 인천 옐로하우스, 부산시 완월동, 청량리 588, 영등포 집결지, 수원역 집결지, 용산 집결지 등의 집결지에서 생존권 투쟁 시위가 시작됐다. 윤락행위등방지법 시절에도 성매매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법이 존재했지만, 당사자들이 감각하기에는 2004년부터 밥벌어먹기 살기 힘들 정도로 경찰 단속이 심해졌고 그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경찰이 단속을 나와 집결지 거리의 가로등을 킬 수 없었고, 하루 수입이 0원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여성들은 경제적 빈곤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살아남기위해 거리로 나갔다. 10월 7일, 전국의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 28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04년부터 성매매특별법 시행 반대와 생존권을 요구하던 성매매 여성들은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이하 한여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터전국연합(이하 한터)’라는 이름이 ‘포주’단체로 알려지면서 한여연 역시 포주의 사주나 강압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2005년,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의 등장

그러나 한여연 성노동자 대표 20여명의 단식농성, 국회 항의방문, 삭발 및 촛불시위,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소복’ 농성을 벌이며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했고, 서서히 성매매 여성들의 ‘진짜’ 목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었다. 2005년 3월, “여성 성노동자들은 분명히 여성노동자의 일부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노동권을 요구한다. 그리고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모든 형태의 억압에 저항한다. ‘전국 성노동자 준비위’인 한여연은 성매매특별법이 대폭 개정 혹은 폐지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다.”라는 출범사를 발표하며 전국 성노동자 준비위원회(한여연)가 만들어졌다.

전국 성노동자 준비위원회(한터여성종사자연맹) 10대 규약

△성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각종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한다

△성노동자가 질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건강권 보호를 위해 투쟁한다

△성구매자인 남성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에 적극 반대한다

△성노동자와 정직한 업주간의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관계'를 추구한다

△인신매매, 감금, 갈취, 폭행 등이 개입된 범죄적인 성매매 행위에 절대 반대한다

△성노동과 탈성노동에 관한 것은 성노동자 자신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민의를 역행한 반인권 악법인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위해 투쟁한다

△성노동자들의 전국적인 조직화를 위해 노력한다

△성노동운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를 도모한다

한여연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확장되며 전국 성노동자 준비위가 생겨났고, 같은 해 6월 29일 전국성노동자연대(이하 전성노련)이 발족했다. 전성노련이 출범하여 진행했던 '성노동자의 날' 행사를 한국 성노동자의 날이라고 기념하고 있다. 전성노련의 등장으로 ‘성노동자’의 존재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또한 이를 계기로 ‘성노동’이라는 개념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2005년, 민주성노동자연대의 등장

2005년 8월, 전성노련을 탈퇴한 민주성노동자(평택)연대(이하 민성노련)이 평택 쌈리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민성노련이 전성노련을 탈퇴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성노련이 성노동 운동을 주도했지만 ‘전국’이란 이름 때문에 대표성 논란에 휘말렸고, 두 조직간의 운동 방향이 달라 민성노련이 생겨났다. 민성노련은 평택지역 업주(민주성산업인연대)와 총 28개 조항의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간의 협약을 체결하고 법외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민 성 노 련 1 2 대 강 령

1.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투쟁한다

2. 성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3.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인권유린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한다

4. 성노동자들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건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다

5. 고객인 남성을 성매매 특별법에 의거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6. 성노동자와 정직한 성산업인간의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관계'를 추구한다

7. 인신매매, 감금, 폭행 등이 개입된 범죄적인 성매매 행위에 절대 반대한다

8. 성노동과 탈성노동에 관한 것은 성노동자 자신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9. 성노동자를 억압하는 반인권 악법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위해 투쟁한다

10. 민주적인 성노동자들의 전국적 조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11. 성노동운동의 대의와 취지에 공감하는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를 도모한다

12. 한국사회의 급진적 여성주의를 개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