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바흐 아시아 여성 성적 대상화 논란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5일 (일) 03:29
호른바흐 영상 "The Smell of Spring"

독일의 집수리 전문용품 호른바흐가 2019년 3월 15일 공개한 유튜브 광고의 주제가 아시아 여성 성적 대상화를 희화했다는 논란이 인터넷에 일었다.

광고 내용

광고의 제목은 "이게 봄냄새지"(독어: So riecht das Frühjahr) 이다. 광고는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백인 중년 남성 다섯 명이 농사를 짓고, 삽으로 흙을 퍼나르고, 나무를 뽑아 올리는 등의 육체노동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 자리에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 분위기의 두 백인 남성이 뭔가 담는 용도의 기계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오른쪽의 연구원은 아시안 같아 보이는데?) 일하던 남성들은 어떤 이는 기대했다는 표정, 어떤 이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보여주며, 땀에 젖은 셔츠와 팬티 등을 건네준다. 이 부분에서 배경으로 여성이 약간의 신음을 섞어 "말로 말로 말로"[주 1]라고 외치는 모습이 들리며, 팬티를 벗는 모습에서는 "으르르르"하며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낸다.[주 2] 이렇게 입수한 옷들은 그대로 플라스틱 봉지에 진공처리되어 비행기 착륙 소리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고 어느 다른 도시에서 자판기에서 판매된다. 이를 구입한 동아시아 여성은 다급한 듯 봉지를 열고 바로 맡게되는 냄새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 장면에서 광고의 카피인 "이게 봄냄새지"가 뜬다) 다시 봉지에 코를 파묻고 깊숙히 흡입한 후 천천히 고개를 올리다 눈을 위로 까뒤집는다.[주 3] 아시안 여성이 등장하는 모습부터 다시 아까 "말로 말로"를 외치던 여성이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 들리고, 눈을 뒤집을 때 뭔가 추가적으로 말하는게 들린다. 끝으로 로고와 함께 "항상 뭔가 할 것이 있는 곳" (Es gibt immer was zu tun) 이라는 문구가 뜬다.

공론화

독일에 거주하는 네티즌 강성운(요녀석)이 상기 영상이 왜 문제인지 분석하는 내용을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및 독어로 올렸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상징적으로 소외된 백인 노동자의 자아 존중감 충족을 위해 동아시아 여성이 그저 성적화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2. 이미 인종차별과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화가 존재하는 독일 사회 속에서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심화한다.
  3. 도구로 전통적으로 오리엔탈리즘적 대상화가 되어온 아시안 여성을 선택했다. 훨씬 더 사회적 무게에 대해 공론화가 되어있는 무슬림, 유대인, 백인, 또는 백인 어린이들이 선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시아 여성을 선택한 이유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 유튜버 "굉여"를 비롯한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 광고가 인종차별에 기반한 성적 대상화를 부추킨다고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고[1], 호른바흐측은 "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도시 주민들에 대한 사회 비판일 뿐이다. 우리는 이들 도시 주민들에게 봄의 향기를 밀봉해 판매하는 것 뿐"이라고 반박하며 "백인들에게도 적용했다"라고 주장하며 백인들이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GIF 영상을 트윗에 첨부했다.[2] 그러나 그 영상에 나오는 백인들은 원 광고처럼 성적으로 흥분한 듯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그 영상이 실제로 포함된 광고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만들지 않은 광고에 "등장"하는 신을 하루만에 제작해 바로 다음날에 올렸다는 점에서, 해당 신은 사전에 준비해둔 것이며, 이 사건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만하게 한다.

네티즌들은 #ich_wurde_geHORNBACHt 라는 해시태그 (독어로 "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의미이다)로 광고에 대한 비판과 자신이 독일 또는 서구에서 겪은 인종차별적 및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차별의 경험을 나누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DW[3], 가디언[4] 등에서 이를 다루었다. 많은 기사들은 광고에 대해 비판하는 한국의 트위터 사용자들의 트윗을 그대로 기사에 임베드 했다. 독일의 FAZ 라는 보수 언론에서는 비판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로 독자들에게 "이게 인종차별이 맞는가?"를 묻는 온라인 설문을 게시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평가를 설문 조사 따위에 맡기는 태도로 다시 한번 비판을 받았다.[5]

이게 호른바흐 측의 서구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백인우월주의에 일부 편승한 노이즈 마케팅 시도인지, 아시안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인종차별 및 여성 대상화적인 광고를 게제하게 된 것인지는 약간 모호한 느낌이다. 한편 속옷을 자판기를 통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에서 이따금 가십거리로 등장하는 일본의 소위 "팬티 자판기"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주 4]

주독 한국문화원은 4월 9일 호른바흐에 "기업광고의 일차적인 목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도 내용이 특정 인종이나 여성에게 혐오와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6]

독일 광고위원회는 15일 광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호른바흐사의 해당 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광고를 변경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면 징계할 것임을 통보했다"면서 "호른바흐사가 해당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징계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고 문화원 측은 밝혔다.[7]

문화원측은 그러나 "호른바흐사가 문제가 된 광고를 철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에 주목해 16일 2차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7]

여파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의 보도에 따르면 호른바흐는 지난(?) 1년간 기업 가치가 3분의 1로 감소했다.[8] "호른바흐가 있단 (광고를 비판한) 인터넷 집단을 진정시켰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8]

관련 정보

출처

부연 설명

  1.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2. 성적인 흥분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묘사 방법 중 하나이다. Austin Powers 같은 제임스 본드 패러디 영화에서 개그성 에로 씬 등에 쓰이는, 좀 싼티나는 묘사이다.
  3. 일부 포르노 등의 매체에서 이는 여성의 오르가슴을 표현하는 전형적 묘사로 기능해오고 있다. 아래 글의 강성운은 이를 "유럽 예술사에서 성적 엑스터시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이미지"라는 점을 지적한다.
  4. 관련 기사. 한가지 추가하자면 이 기사에서도 지적하다시피 일본에서 실제로 등장한 팬티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속옷은 서구에서 "여성이 실제로 착용한 속옷"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저 새 속옷인데 착용한 느낌만 내는 개그성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