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공판과 역사 바로 세우기(1996)

최근 편집: 2019년 7월 16일 (화) 17:09
김갑송 (재미한국청년연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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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국에서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두 대통령을 포함한 16명의 피고인들이 법정에 선 이른바 '12.12, 5.18' 공판이 진행 중아다. 지난 해 말부터 ‘역사 바로 세우가 란 유행어를 퍼뜨리며 오늘에까지 이른 '5.18 특별법 정국 은 이제 현실 속의 역사적 심판을 위한 구체적 싸움에 들어간 것이다.

16년 세월이 흘렀다. 광주 학살이 저질러진 뒤 16년, 세월만 마냥 흐르지는 않았다. 조국의 민주화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 느끼고 있었다. 민주화의 첫 발걸음은 5.18 문제 해결에서 시작된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이 해결의 방법이었으나, 이 간단한 논리는 지난 16년간 먹혀 들어 가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지난해 공소시효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책임자들이 체포됐다.

아직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5.18 문제는 역사의 심판 에 맡기자"던 문민 대통령과 "성공한 쿠데타는 심판할 수 없다"던 검찰이 자신들의 논리를 뒤집으며 만들어 낸 특별법과 책임자 구속, 재판이기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조국역사 바로 세우기에 늘 함께한 해외동포

지난 10여년간 이곳 미국 땅에서도 5.18 문제해결을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이 있다. 전두환, 노태우가 미국을 방문하면 어느 도시에 가든지 동포들의 규탄 시위, 집회가 열렸다. 그 바람에 두 전 대등령은 시위대를 피해 뒷문으로 다니느 라 미국에서 한번도 제대로 정문을 이용해 호텔이나 행사장 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해마다 5월항쟁 기념행사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으며, 언제나 5.18 진상규명, 책임자 처 벌의 의지가 담긴, 조국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성명서가 채택되었다.

이렇게 조국을 사랑하는 재미동포들의 마음속에도 5.18 문제 해결 의지는 분명히 새겨져 있었다.

재미한국청년연합은 지난해 미국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5.18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을 타 해외청년운동단체들 과 함께 벌였다. 그리고 단 2냉주만에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조국에 직접 전달했다. 우리둘이 서명을 받을 때, 동 포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반옹은 거의 모두가 같았다. 특별 법은 만들어야 하고, 전두환, 노태우는 잡아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국과 해외동포사회, 온 누리 우리 겨레가 사는 어느 곳에서든 학살 책임자는 잡아넣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래서 이제 그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 엄벌 말고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없고, 나와서도 안된다. 역사 를 절대로 거꾸로 돌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역사 바로 세우기란, ‘과거 청산이란 겨우 이 정도 일인가? 여기까지 오는 데 엄청나 게 힘들었다고, 여기서 만족할 일인가?

얼마전 조국의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5.16은 5.18과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이 5.16을 쿠데타라고도 말하 지만 분명히 혁명아다." 물론 5.16 쿠데타에 참가했던, 그 래서 군부독재의 막을 열었던, 그리고 아직도 지도자로 군림하는 이름 있는 정치인이 한 말이다.

또 이런 소식도 들려 온다 ...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휘어잡은 이들에게 아부하고 빌붙어 살아왔던 문화인, 언론인, 지식인, 종교안 등 사회 각계 각층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반성의 목소리는 작은 반면, 전직 두 대통령 임기 시 출세가도를 달린 탓에 지금도 사회 고위층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 들은 전혀 반성의 기색 없이 당당하게 삼아가고 있다. 끝 으로 가장 기가 막힌 사실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친일파 푹 미군정 시대에는 친미파로, 군부 독재시대에는 친군부, 친정부로 살아온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 아직도 지도충 행 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동포사회도 한 번 돌아보자. 수많은 조국의 국민둘 이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을 홀리고 있을 때, 이곳 미국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환영회를 주최하고, 그들과 악 수를 나누며, 적지 않은 이권을 챙기던 사람들이 얼마나 반 성을 하고 있는지. 혹시 그들이 아직도 동포사회 유지로 행 세하며 코리안을 대표한다고 어디 가서 연설을 하고 있지나않은지. 끔찍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 바로 세우기’란 ‘과거 청산’이란 무엇 인지 되씹어 보아야 한다. 물론 재판 한번으로 될 일어 아 니다.

그리고 법으로만 처리해야 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과거를 청산 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16년전이 아니라 50여년전 임에서부터 다시 되짚어와야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반성하고, 억울하게 당한 사람둘은 명예를 회복해 주는 등 사회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와 ‘과거 청산’이 있어야 한다.

과거청산은 철저한 역사적 반성을 요구

끝으로 반어민공세와 불경기에 시달리는 동포사회는 5월 항쟁을 이야기하며 항상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하 나는 항쟁에 참여했던 광주 시민들의 뜨거운 대동정신이며, 또 하나는 철저한 ‘잘못된 과거 청산’ 정신이다. 그런 자세 들로 동포사회의 어려운 역경을 이겨나가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조국의 미래를 염려하고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는 건강한 동포사회로 자라나야 한다. 동포사회가 조국의 정 치상황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계절 따라 옷 바뀌 입듯아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는 환영준비를 하다가 이제는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바람에 덩달아 춤추는 기회주 의적인 작태여서는 안된다. '과거 청산’은 철저한 역사적 반성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