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컴의 면도날

최근 편집: 2023년 1월 5일 (목) 19:02
Part of a page from Duns Scotus' book Ordinatio: "라틴어: 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essitate", i.e., "영어: Plurality is not to be posited without necessity"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또는 Ockham's Razor)은 흔히 '경제성의 원리' (Principle of economy), 검약의 원리, 또는 단순성의 원리라고도 한다.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며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오컴의 윌리엄 (William of Ockham)의 이름에서 따왔다. 원문은 라틴어로 된 오컴의 저서에 등장하는 말이다.

  1. "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cesitate." (많은 것들을 필요 없이 가정해서는 안된다.)
  2. "Frustra fit per plura quod potest fieri per pauciora." (보다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

간단하게 오컴의 면도날을 설명하자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given two equally accurate theories, choose the one that is less complex)', 즉 간단한 것이 진리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서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비유로, 필연성 없는 개념을 배제하려 한 "사고 절약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라고도 불리는 이 명제는 현대에도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적 지침으로 지지받고 있다.

중세의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복잡하고 광범위한 논쟁 속에서, 오컴은 1324년의 어느 날 무의미한 진술들을 토론에서 배제시켜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지나친 논리비약이나 불필요한 전제를 진술에서 잘라내는 면도날을 토론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오컴은 "쓸데없는 다수를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컴의 면도날은 다음과 같이 일종의 계율처럼 말해지기도 한다. "가정은 가능한 적어야 하며, 피할 수만 있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논리학에서의 "추론의 건전성" 개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논리학에서는 추론이 타당한 것으로 밝혀지면[1] 추론의 건전성[2]을 검사하는데, 타당한 추론이라면[3] 결론이 정당화될 수 있는 정도는 그 추론에서 가장 정당하지 못한 전제가 정당화되는 정도를 넘지 못한다.[4]

따라서 논리의 형식상으로는 타당한 논증이라고 해도,[3] 논증에 가정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논증이 건전하지 못한 논증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고,[주 1] 이를 바꿔 말하면 가능한 한 가정이 적게 포함된 논증일수록 더욱더 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적용

지동설과 천동설

천동설은 주전원(epicycle)과 이심원, 그리고 동시심을 필요로 하였지만, 지동설은 훨씬 간단하게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었다.

우주 상수

  • 우주 상수알버트 아인슈타인팽창하지 않는 우주 모형을 얻기 위하여 일반 상대성 이론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우주 상수 항을 추가하면서 도입되었다.
    우주 상수를 포함하지 않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풀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얻는데, 그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당시엔 우주 팽창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으므로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피하기 위해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우주 상수 항을 삽입하였다. 이후 1929년 에드윈 허블허블 법칙을 발표하고, 이 관측 결과가 우주의 팽창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의 도입을 "일생 최대의 실수"라며 철회하였다.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하여 '우주가 팽창한다고 말하는 방정식'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였는데, 실제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 그러나, 고전 물리학과 달리 양자장론에서는 관측값과 다르긴 하지만 우주 상수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1998년에 최초로 발표된 우주론적 관측 결과에 의하면 우주의 팽창은 가속하고 있는데, 이를 '가장 간단하게' 미세한 우주 상수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를 ΛCDM 모형이라고 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우주 상수와는 존재 이유가 다른 것으로, 우주 상수가 존재해야 가장 간단한 논리가 된다.

잘못된 이해

오컴의 면도날은 진위 판단에 관해 유효성을 가진다고 오해받기 쉽다.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히 "여러 가지 가설이 세워지게 된다면 그 중 하나를 고를 때 사용하는 일종의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컴의 면도날로 어느 가설을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가설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로, 어느 가설을 오컴의 면도날로 "잘라"버렸다 하더라도 그 가설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즉, 오컴의 면도날은 진위를 가르는 잣대가 아니며, 그저 권장되는 태도일 뿐이다.

언급

  •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에는, 오컴의 면도날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 줄리아나 마걸리스 주연의 법률 드라마 《굿 와이프》 시즌3 13화에는, 오컴의 면도날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 미드 하우스 시즌1 4편에서 오캄의 면도날에 의거해 병을 진단한다.

같이 보기

부연 설명

  1. 가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 정도는 사실이 정당화될 수 있는 정도보다 필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출처

  1. "타당한 추론"이란, 전제가 모두 참이라면 결론은 무조건 참이 될 수밖에 없는 추론을 말한다. (김광수 - 논리와 비판적 사고, 1995년 전정판, 59p)
  2. 추론의 "건전성"은, 추론에서 사용된 전제나 그 추론으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말하는 개념이다. (김광수 - 논리와 비판적 사고, 1995년 전정판, 194p)
  3. 3.0 3.1 추론이 부당하다면 애초에 건전성을 검사할 필요도 없다.
  4. 김광수 - 논리와 비판적 사고, 1995년 전정판, 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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