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자유게시판의 토론 주제

국립국어원의 '여성 혐오'(두 개의 단어)는 페미니즘이 쓰는 '여성혐오'(특정 개념을 지칭하는 한 개의 단어)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은 언어를 기록하는 기관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여성혐오를 하나의 단어로 받아들일 것이구요. (페미니스트를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뜻)이라고 몇 명이 신문 기사에서 잘못 쓴 것도 하나의 쓰임새로 기록하는데, 이미 페미니즘 출판물에서도 자주 쓰이는 여성혐오를 안쓸리가 없겠죠.ㅎㅎ)

국립국어원과 상관없이 일반 대중들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오해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저도 공감합니다. 무언가 사람들이 듣자 마자 아! 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용어가 있으면 좋겠죠.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어떤 용어를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용어가 가리키는 개념이 간단하고 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면 쉽게 이해하지만, 여성혐오처럼 방대한 개념을 가진 용어는 어떤 용어를 써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페미니즘을 여성주의라고 안하고 페미니즘이라고 불러도 사람들은 많이들 오해하죠. "페미니즘? 그거 여성우월주의잖아."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자기들의 권리만 주장하는거잖아."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유리할 때만 평등을 외치는 운동이지." 등등..

그리고 이것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미소지니를 여성혐오라 부르지 말고 미소지니라 부르자'고 주장하는가?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왜 그러한 주장이 나왔는지를 조금 알 수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들 쪽에서보다는 대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잘 모르거나 안티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사람들이란 것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왜 그들이 페미니즘의 개념 중 하나인 여성혐오라는 용어를 미소지니라고 부르자고 주장할까요?

제 생각에는 미소지니 보다는 여성혐오가 훨씬 강하게 와닿거든요. 미소지니는 뭔가 와닿지 않는 개념이지만, 여성혐오는 처음 듣는 사람도 이 단어가 가리키는 개념이 무언가 반사회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걸 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있죠. 이러한 용어에 대한 첫인상은 중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저는 그래서 미소지니보다는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중들의 페미니즘에서 사용하는 개념에 대한 몰이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계속된 교육으로 타파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