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

최근 편집: 2019년 1월 7일 (월) 04:39

이 성분들이 스킨케어나 화장품의 필수 요소라는 데 선뜻 수긍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문의 여지없이 스킨케어 제품과 화장품들에는 방부제가 필요하다. 식물 추출물을 담고 있는 제품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냉장고 속 채소들이 얼마나 빨리 썩고 짓무르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클렌저든 로션이든, 혹은 토너나 블러셔,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그 무엇이든 방부제가 없다면 박테리아와 곰팡이, 세균 등이 번식하여 피부와 눈, 점막 등을 손상시킬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의 안전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그 나름의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반에는 포름알데히드 계열의 방부제들(예컨대 2브로모2니트로판 1-3 디올이나 디엠디엠하이단토인)은 아민(예컨대 트리에탄올아민)과 결합된다. 그 결과 니트로사민이 형성되는데, 다양한 형태를 지닌 니트로사민은 발암물질이다. 이 문제는 화장품에 있어서는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방부제의 양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유발됐다는 테스트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니트로사민의 발암 효과에 관한 연구는 실험실 쥐에게 먹이는 방식으로 진행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화장품이 "발암물질"과 관계된다는 생각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결국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포름알데히드 계의 방부제가 과거처럼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일은 없지 않은가?

또 다른 종류의 방부제인 파라벤은 포름알데히드 계열의 방부제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파라벤은 독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주제에 속한다. 파라벤에는 부틸파라벤과 에틸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메틸파라벤, 그리고 프로필파라벤 등이 있는데.이 물질들은 조금이긴 하지만(즉 제한적인 실험과 소수의 피험자로 진행된 연구, 혹은 동물 실험 결과)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이 물질들이 다소간 에스트로겐 활동을 증가시키고, 유방암 종양에서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의 정자 수도 감소시킨다. 그러니 아무리 조금이라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개략적으로 모든 화장품의 90%이상이 한두 가지의 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사실 파라벤은 세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화장품 방부제다. 파라벤이 지닌 효능과 저자극성, 그리고 안정성 때문이다.

파라벤에 대한 우려가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월에 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부터이다. 인간의 유방암 세포에서 파라벤의 에스트로겐 활동을 추적하는 논문이었다. 파라벤을 쥐에게 약물 복용과 피부주사의 방식으로 투약한 이 실험 결과 세포 상에서 경미한 에스트로겐 효과가 발견됐다. 이 물질들이 수용체 부위에 달라붙어 MCF-7 유방암 세포를 증식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단일실험에서는 환자 20명의 유선종양 샘플에서 파라벤을 발견했다. 이 실험은 일반적인 화장품이 아닌 파라벤을 함유한 방취제 사용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화장품 산업 전반에 걸쳐 같은 결과가 추론되면서 소비자들은 사용하는 제품의 성분 목록을 꼼꼼히 따져보게 되었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유성종양에 파라벤이 존재한다 해서 그것이 종양을 유발했다는 의미는 될 수 없다.

우리 안에 스며있는 공포는 이렇게 유포되는 사실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스팸성 소문들이 더 횡행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 분 아니라 전 세계 보건 기구들이 현재까지의 정보들에 대해 최종 결론이 아니며, 파라벤에 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취제를 생각해보면 파라벤은 방부제로써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9월에 실린 한 과학 리뷰 기사는 "관련 주제(방취제의 암 유발성)에 관해 이용 가능한 문헌들을 분석해본 결과,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어떠한 확실한 가설도 연구를 위한 흥미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반대로 파라벤이 피부접촉을 통해 흡수되며, 파괴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효과의 측면에서 연관성은 알려진 바가 없다.

파라벤이 가공식품에도 사용된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샘플 조직에서 파라벤이 발견된 이유는 화장품이 아니라 이러한 식품 때문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파라벤의 원료 역시 "천연" 성분이라는 점이다. 파라벤은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산 성분(피 하이드록시 벤조익애씨드)에서 만들어진다. 천연 성분이 스킨케어 제품의 유일한 답이라는 광범위한 믿음이 공허해지는 대목이다.

지금으로써는 인체 조직에 존재하는 파라벤이 식품 섭취에 의한 것인지 스킨케어 제품 사용에 의한 것인지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그리고 파라벤이 인간의 생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파라벤과 관련된 남성의 정자 수 감소 문제는 2008년 4월에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론적으로 인간 남자를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에서, 파라벤은 정자 수 감소에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 우리는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할까? 확실한 결론이 있든 없든,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방부제를 반기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질문이지만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관련 논문들도 어떤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이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고, FDA는 이 물질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나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로 파라벤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덧붙이자면, 우리 몸에 에스트로겐 효과를 내는 물질은 파라벤만이 아니다. 문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천연 에스트로겐이나 식물 추출물 종류들을 포함하여 어떤 에스트로겐 공급원이든 세포의 수용체 부위에 달라붙을 수 이;ㅆ다는 점이다. 그러면 수용체가 자극되어 천연 에스트로겐의 효과가 건강한 방향으로 모방되거나, 비정상적인 에스트로겐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약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강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커피는 유방세포에 에스트로겐 효과를 일으켜 섬유낭포성 유방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논문 몇 편을 직접 인용해보자. 비록 파라벤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긴 하지만, 인체의 천연 에스트로겐보다는 훨씬 적은 에스트로겐 작용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어 왔다. 예를 들어 1998년의 한 논문은 실험 중 테스트된 가장 강력한 파라벤인 부틸파라벤이, 체내 수분계에서 발견되는 천연 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의 일종)보다 1만 배에서 최대 1십만 배까지 적은 활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화장품에 사용되는 파라벤의 양은 매우 적다. 파라벤의 에스트로겐 작용에 관한 한 리뷰에서 저자는 일일 최대 노출량 추정치에 근거할 때 "파라벤이 에스트로겐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1]

출처

  1. 골든 외, <독성학에서의비판적고찰>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