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위키토론:편집 지침의 토론 주제

상당수 문제는 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문제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지요. 제가 보기에는 탕수육님과 제가 "모호성을 낮추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의 기준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모호성을 위한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는 것'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출처의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아닌) 추측성 서술을 할 때에는 그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혹은 "출처의 내용을 기술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등으로 원칙을 정하는 것은 모호성을 낮춘 것이지만, 지나치게 낮추려고 노력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제가 어떤 주장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셨다고 하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페미위키의 기조와는 다른) 탕수육님이 스스로 정하신 일련의 규칙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토론을 하시니 좀 난감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저는 페미위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규율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니 말이지요.

제 주장과 탕수육님의 주장은 층위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제 주장을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는 원칙의 모호성이 낮춰져야 한다고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제 설명은 현재 페미위키 문서들의 분위기만을 반영할 것입니다.)

페미위키에서는 현재 문서에 명시된 근거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아도 페미니스트, 여성혐오자/단체/행위/언어, 안티페미니스트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중있는 이견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모호할 수도 있는 개념입니다. 당연히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여성혐오라고 규정된 수많은 행위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성혐오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보수적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저서까지 내가며 이러한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의 잣대로 보자면, 페미위키 상당수의 주요 문서(페미니즘 관련 문서)에서는 '-이다'를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페미위키의 기조는 그렇지 않으므로 이러한 문서들이 존재합니다.

원칙이 일관성을 유지하기에 어렵게 작성되어 있다면, 각각의 문서는 서로 다른 기준을 갖게 됩니다. 누군가 토론을 열었을 때, 그 토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이때는 추측성 서술이 가능했다가, 다음에는 불가능하게 됩니다. '논란의 여지가 적다'는 말뜻이 토론 당시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가부가 결정됩니다. 예외 조항임에도 예외 조항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예외 조항이 예외 조항이 아닌 대다수에 해당하는 것처럼 되었을 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예외 조항임을 강조하게 된 문서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어떤 단어나 문장을 개별적으로 읽지 않습니다. 전체 문맥을 읽습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도 법조문만 읽지 않습니다. 예전의 판결 사례도 함께 읽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장이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의미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어의 한계이자 아름다움이겠죠.) 페미위키의 어떤 문서가 읽힐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문서에서는 이러한 기조(문맥)에 따르고, 다른 문서에서는 다른 기조(문맥)을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은 더이상 페미위키를 무기로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거꾸로 페미위키를 이용하여 얻어맞을 테니까요.

예컨데, 소머즈를 생각해보면 이런겁니다. "페미위키에서 (스스로 페미니스트 단체를 부인하는)워마드도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안티페미니즘 운동한 근거도 별로 없는데) 남성연대도 안티페미니스트라고 하던데, 거기서 소머즈에 대해서는 안티페미니스트라고 단정 못하는 걸 보면 소머즈는 안티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맞네!"라고 할 때, 페미니스트들은 할 말이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페미위키에서 어떤 것이든 추측성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거꾸로 할 말이 많이 있겠지요. "그건 페미위키 문서의 서술 형태가 그렇다. 다른 문서를 봐라, 어디서 단정하는 말이 있느냐?"

문맥을 형성하고, 특정 문서가 해석되는 기반이 되는 일관성이야말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을 해도 모자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