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잠재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뜻하나 보통 여성대상범죄 이슈가 쟁점화되면 한국 남성들이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또는 주변 여성이 범죄에 대한 공포를 표현하면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라고 이야기한다. 이 경우 형제품으로는 “낫올맨”이 있다.
반론
- 일단 여성들이 막연한 공포를 갖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성범죄자의 80%가 아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빠, 오빠, 남동생 같은 가족과 직장 및 대학 동료와 선후배등 기타 지인에 의해서 말이다. 많은 범죄자가 주변 평판이 좋았다고 하며 피해자에게도 범죄를 일으키기 전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한다. 즉, 누가 성범죄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를 아무도 모른다. 성폭력뿐만이 아니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데이트폭력 사망자가 나온다. 가장 가까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도 두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
- 졸음운전 버스가 사람들에게 많은 공포감을 준 적이 있었다. 사고 동영상을 본 운전자는 운전을 하다가 자신의 뒤에 버스가 있다면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을 것이다. 뒤에서 운전하는 버스기사가 깨어있는지 졸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버스기사를 잠재적 살인마로 부르지 않는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 두려움은 어떤 남자가 폭력적일 때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전혀 알지 못한다.
- 즉 대부분의 여성들은 ‘잠재적 피해자’로서 살아가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고, 본인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남성들이다. 여성들은 그저 생존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표현했을 뿐인데, 남성들이 그 호소를 자신을 향한 화살로 받아들였다.
- 남성 자신도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애인에게 호신용품 사주고, 정신 잃을 때까지 술 마시면 무슨 일 생길까 걱정하고, 옷 짧게 입지 못하게 하고, 밤늦게 택시 태우면 불안해한다. 본인을 제외한 모든 남성들을 전부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 위 내용이 이해가 됐는가? 그렇다면 이제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로서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 여성들을 생각해보자. 공공장소에서 편히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여성들, 택배나 배달음식을 집 앞에 두고 가라고 하며 문 밖을 나오면서 두리번거리는 여성들, 내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고 있는 배달원에게 온 '커피 한 잔 하자'는 문자를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 즉,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마라”는 문제의 본질인 ‘여성의 공포’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발언은 수많은 성범죄자들을 방관하기 위한 발언이다. 옆에 있는 여성 대신 수많은 가해자들을 보호하는 발언이다. 방관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한다.
예외사항 - 사회적 약자
정신질환자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약자 혐오다. 실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질환자의 50% 미만이다.[1] 특히 전체 범죄에서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0.4%에 불과하다.[2]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대부분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에 발생한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정신질환의 발견과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커질수록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에이즈(AIDS)는 고혈압과 비슷한 치료방법(약만 먹으면 수치가 내려가고 전염도 되지 않음)이 있음에도 보수기독교단체의 에이즈환자혐오 때문에 에이즈 환자가 숨게 되어 문제가 더 확산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범죄 원인을 정신질환에 두면 경찰은 할 일이 없어진다. 범죄를 줄이는 책임을 경찰에게 묻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및 난민, 조선족 및 중국동포
난민범죄율은 세계적으로 낮다. 빵 하나 훔치면 우리는 최대 벌금형을 생각하지만, 그들은 추방당하느냐 아니냐를 고민한다. 난민 범죄율이 상승하는 일부 국가는 미국 흑인처럼 범죄로 몰리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혐오 문제는 난민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및 백인을 제외한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아래는 <우리 몸이 세계라면> 책에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내용을 발췌한 내용이다.
조선족 및 중국동포도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도시>, <차이나타운>, <황해>, <신세계>, <청년경찰> 등에 등장하는 중국동포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준다. 다음은 2019년 1월 대림동 방화사건 후 인터넷 기사를 발췌한 내용이다.
무슬림
흑인
범죄비율이 비당사자보다 높다면 잠재적 범죄자로 봐야 할까? 미국에서 흑인범죄비율이 백인에 비해 굉장히 높은 것이 사실인데도, 그 사실을 발설하는 순간 회사나 학교에서 징계를 받는다. 미국 사회에서는 사회 구조가 흑인을 범죄로 내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를 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
사회적 약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혐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반대로 사회적 강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기분이 나쁠 뿐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이려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일본에서 같은 말을 한다면 재일동포를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아래는 사회적 약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았을 때 일어난 혐오범죄 사례다.
미국 내의 무슬림 차별
9.11 테러 이후 무슬림 혐오범죄는 이전보다 5배가 증가했다. 테러 이전에도 혐오범죄가 존재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테러 이후 총기를 이용한 사살, 의도적으로 무슬림을 공포로 몰아넣는 일, 전철을 기다리는 무슬림을 밀어죽이는 등 수많은 무슬림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무슬림 차별과 혐오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에는 9.11테러 이후 최고 수치를 찍었다.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테러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50여 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혐오범죄로 인식하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동 이주민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고,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슬람 사원에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하여 히잡을 쓰고 방문했고, 아랍어로 인사를 하는 등 참된 리더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히잡을 쓰고 아랍어로 인사를 하면 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관동 대학살
조선인도 혐오범죄에 희생당한 경험이 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 지방에서 사망자와 행불자를 합하면 14만 명이 넘고, 부서진 건물만 수십만 채인 규모 7.9의 악몽과 같은 대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인해 340만여 명의 이재민이 생겨났다. 그리고 "조선인이 집집마다 우물에 독약을 던져 놓고 있으니, 먹는 물을 주의하라",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라는 유언비어가 퍼지기 시작한다. 화를 풀 대상이 필요했던 많은 일본인은 그 소문을 믿고 "조선인은 죽여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는 곧 인종청소로 변하고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살해당한다.
시사뉴스 이슬람 난민 혐오 기사
우리나라도 2019년 올해 관동 대지진 때의 소문과 비슷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려는 기사가 나왔다. 2019년 6월, 뉴스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보도가 잦았다.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바로 낙후된 수도관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시사뉴스에서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을 믿기도 했다. 다행히 며칠 후 기사는 내려갔지만, 이런 기사가 스스럼없이 반복해서 나오고 사람들이 선동된다면 관동 대학살의 실수가 이곳에서 반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2018년 10월 고양에 한 저유소에서 불이 났다. 호기심에 풍등을 날리던 외국인노동자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도 초기에 외국인노동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때 하마터면 “이주노동자를 쫓아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로 결론이 날 뻔했다. 시설관리 부실 문제로 실제 문제의 원인이 밝혀지고 여론도 바뀌면서 다행히도 같은 이유로 불이 날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었다.
- 덧붙여, 사회적 강자는 실제 범죄율이 높은 반면 사회적 약자는 그 위치성으로 인해 실제 범죄율이 더 낮기도 해 상대적인 강자가 약자에게 잠재적 범죄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도 하다.
출처
- ↑ 2015, 보건복지부
- ↑ (2011, 경찰통계연보
- ↑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동아시아. 162-163쪽.
- ↑ 윤홍집 김홍범 기자 (2019년 1월 31일). “"저희 범죄도시 아니에요"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속사정”. 《파이낸셜뉴스》.</ref|autho>
- ↑ 탈라트 아흐메드 , 번역 김동욱 (2018년 7월 17일). “이슬람 혐오 ― 인종차별적 편견일 뿐”.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