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아니라 "젠더 이퀄리즘"

최근 편집: 2016년 12월 28일 (수) 23:41
탕수육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2월 28일 (수) 23:41 판 (→‎기타 대체어: 인본주의, 평등주의: 섹션 제목 변경)

"페미니즘이라고 하지 말고 양성평등이라고 합시다"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여러 문제를 담고 있다. 비슷한 주장으로 평등주의(이갈리타리아니즘, 이퀄리즘)나 인본주의 등을 페미니즘의 대체어로 쓰자는 주장이 있으나 적절치 않다.

특히 나무위키에서는 젠더 이퀄리즘이라는 정체 불명의 용어가 페미니즘의 대안이며, 엠마 왓슨이 2014년 UN Women 연설(HeForSee)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날조이다. 관련 내용은 나무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용어 논란을 참고하자.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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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좋은 의미로 사용했을지라도, 세상에 이분법적으로 명확하게 정해지는 두 성만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며 근본적으로 두 성 이외의 성을 배제하는 표현이다.

다양한 의미와 종류의 성적 평등을 표현하고 싶다면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고 써야 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음

페미니즘은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 억압과 차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였으며,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론 내지 세계관으로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페미니즘은 현실과 분리된 막연한 이론적 공간에서 그저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이란 무엇인가를 고상하게 고민하는 학문이 아니다.

'양성평등'이라는 중립적 표현은 페미니즘의 출발, 페미니즘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 인식론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여성과 소수자라는 방점,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실천으로서의 역할 등을 희석시킨다.

기타 대체어: 인본주의, 평등주의, 젠더 이퀄리즘

양성평등 이외에도 인본주의, 이갈리타리아니즘(평등주의) 같은 말을 페미니즘 대신 쓰자는 주장이 있지만 적절치 않다.

  • 인본주의(humanism):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라는 말은 주로 신과 같은 초자연적 대상이 아닌 인간, 인간의 이성, 경험주의적 방법론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쓰여왔다.
  • 이갈리타리아니즘 또는 평등주의: 이 용어는 평등함을 강조하는 정치철학의 한 사조를 뜻하며,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주로 소득 및 부의 평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게다가 이 용어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자유주의(libertarianism) 같은 다른 정치철학의 용어들, 또는 정치적-경제적 평등권 같은 개념들을 상기시킬 뿐 가부장제와 성적 억압, 소수자 인권 같은 페미니즘의 주요 관심사들을 떠올리게 만들지 못한다. 굳이 페미니즘 대신 이갈리타리아니즘이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면 젠더 이갈리타리아니즘(gender egalitarianism)이라고 구체적으로 '젠더'를 명시하는 편이 좋다.
  • 젠더 이퀄리즘(gender equalism): 이런 용어는 학술 논문, 일반 저술, 일상 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나무위키에서 이런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근거가 없으며 2014년 UN Women 연설(HeForSee)에서 엠마 왓슨이 이 용어를 썼다는 주장은 날조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용어 논란을 참고하자.

즉 인본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스트이거나 이갈리테리안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스트일 수는 있겠으나, 페미니스트라는 말의 대체어로 인본주의자나 이갈리테리안을 쓰자는 주장을 잘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