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저너 트루스

최근 편집: 2017년 4월 25일 (화) 14:53
낙엽 봇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4월 25일 (화) 14:53 판 (분류 변경)

생애

미국의 흑인 노예로 태어난 이사벨라 바움프리(1797-1883)는 흑인 노예 제도 폐지론자이자 여성 권리 운동가로 거듭나면서 스스로 이름을‘진실에 머무는 자’라는 뜻의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로 개명하여 활동했다. 주로 대중연설을 통해 흑인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연설문

다음은 1851년 오하이오 여성권리 집회에서 그녀의 가장 유명한 연설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Ain't I a Woman?)>의 전문이다.

여러분, 이렇게 야단법석인 곳에는 뭔가 정상이 아닌 게 있음이 틀림없어요. 내 생각에는 남부의 검둥이와 북부의 여성 모두가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 백인 남성들이 곧 곤경에 빠지겠군요. 그런데 여기서 얘기되고 있는 건 전부 뭐죠? 저기 저 남성이 말하는군요. 여성은 탈것으로 모셔 드려야 하고, 도랑은 안아서 건너드려야 하고, 어디에서나 최고 좋은 자리를 드려야 한다고. 아무도 내게는 그런 적 없어요. 나는 탈것으로 모셔진 적도, 진흙구덩이를 지나도록 도움을 받은 적도, 무슨 좋은 자리를 받아본 적도 없어요.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날 봐요! 내 팔을 보라구요! 나는 땅을 갈고, 곡식을 심고, 수확을 해왔어요. 그리고 어떤 남성도 날 앞서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나는 남성만큼 일할 수 있었고, 먹을 게 있을 땐 남성만큼 먹을 수 있었어요. 남성 만큼이나 채찍질을 견뎌내기도 했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난 5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들 대부분 노예로 팔리는 걸 지켜봤어요. 내가 어미의 슬픔으로 울부짖을 때 그리스도 말고는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이런 일을 사람들이 머리와 관련해 얘기할 때 뭐라고 부르죠? 맞아요. 지성이 여성의 권리나 흑인의 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나의 잔이 1파인트도 담지 못하고, 당신의 잔이 2파인트를 담고 있는데, 당신은 내 보잘 것 없는 절반 크기의 잔을 채우지 못하게 할만큼 야비하지는 않겠지요?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말하네요. 여성은 남성만큼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요.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요! 당신들의 그리스도는 어디서 왔죠? 어디서 왔느냐고요? 하나님과 여성으로부터 왔잖아요! 남성은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죠.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여성이 혼자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만큼 강했다면, 이 여성들이 함께 세상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여성들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내 말을 들어야만 해요. 이제 늙은 소저너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그녀의 연설은 백인여성만이 ‘여성’이었던 시절에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되물음으로써 젠더가 오로지 생물학적 성에 따라 구성되지 않으며, 인종계급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임을 누구보다 먼저 강렬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남녀의 노동 분업이 적용되지 않았다. 소저너 트루스의 연설은 젠더/인종/계급이 교차되는 억압과 모순적 상황을 정확하게 언어화한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