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개념녀의 토론 주제

뜻과 의도가 다르다는 것은 맞는 말씀입니다만, 대개 뜻은 의도와 깊은 관계를 맺으며 생성됩니다. 개념녀가 초반에 중립적인 뜻을 지녔었고, (의도가) 그렇게 쓰였던 적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그 뜻이 변경된 것은 페미니스트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했던 많은 남성들에 의해 용례가 '주류 남성이 원하는 여성'으로 변경되면서였습니다. 실은 그들이 의미를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 정확해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 맞추기를 원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구요. 이것을 지켜본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양쪽의 욕망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말씀하신 퀴어는 전유를 한 것이 맞지요. 혐오자들이 혐오스러운 의미의 '이상함'을 성소수자들이 긍정적인 의미의 '이상함'으로 가져다 씀으로써 발화의 주체를 바꾸어 그 단어를 완전히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그런데, 개념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 위에서 2~30대 여성들이 개념녀를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보여주시려고 한 것이 있는데, 제가 그 부분은 제대로 안읽었고 넘어갔었네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념녀가 부정적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지,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대중에게는 '주류 남성이 원하는 여성'인 개념녀는 긍정적인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본래 의미가 바뀌지 않아서 전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