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

최근 편집: 2024년 5월 18일 (토) 14:24

산업재해보상보험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보장 제도이다. 1963년 법률이 제정되고 1964년 1월부터 시행이 되었으니 햇수로 57년,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곧 환갑을 앞두고 있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개선을 도모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사회보장제도이다.[1]

비판점

적용범위(coverage) 측면에서 여전히 보편성(universality)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de jure) 배제되든, 혹은 제도에서 보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de facto) 배제되든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또 보호를 받는 수급자인 경우에도 산재보험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보장범위와 복지 관대성(generosity) 수준에서 부족함이 크다. 제도 운영과 관련한 반응성(responsiveness)과 사람 중심성(people-centeredness)도 미흡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험이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거나 노동시장에 대한 의존성을 약화시키는 역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징

산재보험법이 제정된 1963년 당시에는 취업자의 63.2%가 농림수산업에 종사하고 광공업 종사자는 8.7%(제조업 7.9%)에 불과할 만큼 1차 산업 중심 경제체제였다. 당시 산재보험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엘리트 관료가 주도했으며, 유럽에서 사회보장 제도 도입에 기여했던 사회개혁적 자유주의자들이나 노동자 계급은 산재보험 형성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폭압적인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사회개혁 세력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점, 급진적 노동운동이 뿌리 뽑힌 가운데 1961년 국가 주도로 조직된 한국노총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산재보험은 한편으로 군사정권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시장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발전주의 모델이 사회복지 영역까지 확장된 국가주도형 사회보험이자 노사자치주의적 요소를 배제하는 국가강화적 모델로 출발했다. 이는 국가권력 강화와 급진적 노동운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보험을 도입한 독일 비스마르크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 비스마르크의 복지모델은 시민의 ‘권리’ 담론보다는 국가 ‘강제’ 보험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추진된 일종의 ‘국가 만들기 프로젝트’이었으며, 사회보험 방식이기에 국가의 부담은 거의 없으면서 직종/직업 집단 간 불평등이 복지제도를 통해 유지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산재보험의 출발점도 이러한 특성을 공유한다.[2]

출처

  1. 노동건강연대. 《산재보험의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 – 포용적 산재보험을 위한 과제 (2020)》. 1쪽. 
  2. 노동건강연대. 《산재보험의 문 밖에 서 있는 사람들 – 포용적 산재보험을 위한 과제 (2020)》. 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