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미적금욕주의
여성의 미는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것에 불과하며, 그 '신체미'조차 오직 남성의 쾌락을 위한 것이라는 여성의 외모 꾸미기에 대한 이중 경멸에 대한 처방으로 욕망의 절제를 주장하는 입장. 이성중심주의 미학으로 기본적으로 욕망과 이성은 모순관계에 놓여있다고 전제한다.
전제
전제1. 여성의 미는 더이상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영혼의 미, 이성의 미라고 재규정.
전제2,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쾌감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실천
- 여성은 미에 대한 경멸의 역사에 자신의 신체를 최소화하거나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여성도 최고의 미의 상태인 정신의 미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초기 다이어트의 형태는 미적 금욕주의를 행한 거식수녀들에 의한 것이었다. 14세기 시에나의 성녀 카테리나는 육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한 스푼의 허브만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성스러운 거식증'이라 불리는 수녀들의 단식은 일생 동안 지속되었다. 카테리나의 경우 16세부터 죽음에 이른 33세까지 유일한 자양분은 성체였다고 한다. (...) 여성 수사들은 '한도를 넘는' 단식을 감행했다. 여성의 몸은 한번 더러워지는 정화될 수 없다는 식의 당대의 믿음으로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더욱 비천하게 여기게했고, 결국 여성 수사들은 정화될 수 없는 몸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남성들은 일시적인 단식을 종교적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삼았지만, 여성들은 몸의 정화를 위해 평생 단식을 했고, 대부분 죽음으로 직결되었다. 이 불행한 종말만이 역설적으로 그녀에게 성녀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거식 수녀들의 미적 처벌, 곧 여성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조종하여 구원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당대로서는 새로운 것이었다. 이는 주체적 결단이었고 여성들이 남성을 중개하지 않고도 스스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비판
미적 금욕주의는 이성 중심 전통 미학이 여성에게 강요하고 한정한 영역(감각,신체,일상)에서의 미적 욕망과 행위들을 여성 스스로가 억제하고 포기하는 전략으로, 가부장제 미학을 비판하고 저항하는 부정의 전략을 취한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페미니즘 미학이다. 이 부정의 전략은 가부장제의 '여성의 신체는 저열하다'라는 전제에 동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여성이 오직 신체미만을 가지며 여성이 미적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가부장제 미학의 전제 자체에는 도전하지 않고, 이 전제에서 야기된 실천, 여성미에 대한 경멸을 피할 1차적 전략만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금욕주의는 여성이 신체를 부정해서 이성적 미를 성취하려는 것, 즉 '여성'이 아니게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페미니즘과 무관하다. 두번째 금욕주의는 '여성이 스스로 미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가부장적 미학을 승인하고 유지하는 것이 되기때문에 문제가 된다. 미적 주체임을 계속해서 부정당하고 대상화 당하는 이의 미적금욕은 주체로써의 미적'권리' 포기일 수 있다.
나 또한 가부장적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성녀-창녀 이데올로기 속에서 자신을 버려가며 성녀임을 증명하는 방식은 최종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성에 대한 비하가 범람하는 왜곡된 사회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2차성징이 시작되던 청소년기에 '여성성'을 띄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가슴이 튀어나오기 시작할 때 가슴을 보이지않으려 등을 구부리고 다녔으며, 또 어릴 적 많은 여자아이들이 여성적이어 보이는 옷을 거부하고 캐쥬얼하고 보이시한 옷을 선호했다. 그때는 그랬다. 여성으로 보이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20대 초반에도 연애대상으로 보지 않는 내 주변 남성들 앞에서는 일부러 더 여성적이지 않으려 했으며, 그들 앞에서 일체의 외모꾸미기를 거부했다. 현대에 살고 있는 나와 많은 여자아이들은 일종의 미적 금욕주의를 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나이를 먹으며 나는 나 스스로를 위해 꾸미기 시작했다. 좀더 남성의 시선을 배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내가 정말로 꾸미고 싶은대로 꾸몄다. 예쁜 옷에도 화장이 하고싶지 않으면 하지않았고, 브라를 입기 싫으면 입지않았다. 여성은 자신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좀 더 나은 투쟁을 찾아가는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터득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참고
- 김주현.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책세상(2009).
- ↑ 김주현.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책세상(2009), 1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