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최근 편집: 2023년 11월 25일 (토) 00:38

눈사람은 눈을 뭉쳐 만든, 사람 모양의 조각이다. 동양은 두 덩이 눈사람, 서양은 세 덩이 눈사람을 주로 만든다.

남이 만든 눈사람 부수기

남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행동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전부터 자신이 만든 눈사람을 누가 부수고 갔다거나 하는 식의 게시물은 왕왕 업로드되었지만, 이것이 크게 화제가 된 것은 2021년부터다. 대전대 명물로 소문났던 '엘사 눈사람'을 누군가가 고의로 부수고 간 CCTV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적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인해 데이트 폭력까지 담론이 확장되었다. '눈사람을 부쉈다고 사람을 일반화하지 말라'거나 '남성혐오를 부추기지 말라'며 이러한 플로우 자체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2022년 12월에도 어김없이 '눈사람 부수는 사람'이 화제가 되었다.

관련 사건

엘사 눈사람 사건 (2021)

대전시 대전대 부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은 폭설이 내린 2021년 1월 8일에 엘사 눈사람을 만들어 자신의 카페 문 앞에 배치했다. 당시 이 눈사람은 높은 완성도로 화제가 되었고 '대전대 명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카페 사장은 자신이 만든 눈사람이 부서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그는 CCTV를 확인해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남성이 이 눈사람을 부수는 CCTV 영상을 올렸다. CCTV를 보면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눈사람 근처로 접근한 뒤 눈사람의 얼굴 부분을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남성은 눈사람 얼굴이 떨어져 나가자 빠르게 도망간다. 카페 사장은 "표정이 너무 거슬렸나 보다. 뺨을 찰지게 날리시네요"라며, "그만큼 잘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넌 형 얼굴 좀 보자"며 "엘사 없어요. 여러분 날 추운데 헛걸음하지 마세요"라고 썼다.[1]

이적 '눈사람' 게시물 이슈화 (2021)

가수 이적이 업로드한 글.

가수 이적은 엘사 눈사람이 부서졌다는 글이 올라온 다음날인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눈사람'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작문해 올렸다.[1] 전문은 아래와 같다.

A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눈이 와주었던 게 어쩌면 다행었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

'눈사람을 부수는 남자친구를 보고 이별을 결심한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쓴 글'로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해당 글에는 화자가 여성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하여 래퍼 최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적의 글을 사진으로 게시하며 글로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적 님이 쓰신 글을 보고

그에 달린 댓글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은 그녀를 위해 눈사람을 치워준 거라 생각하는 사람

-어쩌면 저 여자는 개인사, 가족사로 인해 트라우마가 미리 있지 않았나 짐작하는 사람

-이해가 안 된다며 동물 도살자들을 예로 들어 그럼 이 사람들 다 여성폭력 저지를 수도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

-저 여자는 현명한 게 아니라 남을 쉽게 판단한다고 비판하는 사람

-눈사람은 여자도 부수니 성별 이중잣대라는 사람

-폭력에는 남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 저런 행동 하나에 이별 결심하는 여자 만나지 말라는 사람

등등등 등등등

나는 댓글을 읽고 이적 님의 글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A 씨가 여성이라는 부분은 어디에 나와있는가 A 씨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을 뿐이다. A 씨는 자신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폭력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동성애 지우기 일까 피해자는 여성일 것이라는 비약일까 둘 다 인가 그렇다면 왜 그런 식으로 사고가 흐르게 될까?

사람들은 사실은 알고 있다.

즉 이적의 글에서 '남자친구'를 가진 A씨의 성별을 여성으로 당연히 생각하는 것은 동성애혐오적이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고'라는 부분이 말하는 '자신(데이트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가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가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자주 행사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플로우 자체가 '남성 혐오'와 '남녀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선동 기사라는 식의 논리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엘사 눈사람은 부서지기 전부터 대전대 명물로 유명해진 상태였기에 부서진 것도 이슈화된 것이다. 또한 엘사 눈사람을 만든 카페 사장도 남성이었으므로 이 시점에서 '남녀'의 구도가 들어갈 일은 없다. 또한 가수 이적의 게시글 역시 래퍼 최삼의 지적처럼 글의 주인공 A씨가 여성이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으며 글을 게시한 이적부터가 남성이므로 여기에서 역시 '남녀'의 구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만일 여론이 이적의 게시물에서 논의를 파생하여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성'을 논하고 있었다면 실제로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여성 폭력 피해자의 주요 가해자가 남성이라는 통계적 '사실'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를 '선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전남대 예대 눈사람 사건 (2022)

2022년 12월, 전남대에서 '예대 눈사람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업로드되어 각종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안내판이 안 보이게 만든 눈사람이 더 문제"라는 의견, "부순 인간이 이상한 인간"이라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다만 2021년 눈사람 플로우 당시 '데이트폭력의 징후' 플로우가 함께 돌았던 것과는 달리 2022년에는 남성들이 반감을 느끼거나 지레 찔려할 만한 맥락이 없어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큰 편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눈사람을 부순 심리에 대하여 '정신병자'와 같은 정신질환 혐오발언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기도 하다.

여론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트 폭력의 징후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정도의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 중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며,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에 찬성하거나 이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아래에 서술한다.

  • 생물-무생물 논점
    •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용인파')
      • 무생물을 부수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폭력성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말은 비약이다.
      • 눈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는 것인가. 눈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반대파')
      • 논점은 생물과 무생물이 아니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논점이다. 다른 사람이 공들여서 만든 결과물을 부순다는 것은 공감능력이 결여되었다는 뜻이다.
      • 논점은 생물과 무생물이 아니다. 부수는 행위가 논점이다. 재미있다고 다짜고짜 물건을 던져 부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게임 비유
    • 용인파
      • 게임에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이 폭력적이거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반대파
      • 게임은 서로 죽일 수 있다는 규칙 아래에서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다. 힐링 게임에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욕 먹고 영구 정지 당하기 십상이다. 특정 게임을 가지고 와서 비유하는 것은 논점 이탈이다.
      • 롤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 죽이고 살아남으라고 만든 것이지만 눈사람은 부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 어차피 녹아 사라진다?
    • 용인파
      • 눈사람은 어차피 녹아서 없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사라질 눈사람을 부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하다.
      • 눈사람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맞다. 누구라도 부술 수 있고 부서질 위험이 많은 공간에 눈사람을 노출시킨다는 것이야말로 눈사람이 소중하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 반대파
      •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지는 것이 눈사람의 특성인 것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눈사람이 부서지는 것을 기대하고 만들지는 않는다.
  • 표현의 자유
    • 용인파
      • 눈사람을 길에다 놓는 것이 자유라면, 눈사람을 부수는 것도 자유다.
    • 반대파
      • 눈사람을 부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유라면, 눈사람을 부수는 것을 쎄하게 느끼는 것, 이를 비판하는 것, 이로 인해 개인적으로 이별을 고하는 것도 자유다.
  • 인간성
    • 용인파
      • 눈사람을 부수는 것을 가지고 사람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나갔다.
    • 반대파
      •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에 목도리를 둘러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의 인간성이 더 나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깡통이나 눈더미를 차는 것에서보다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부수는 사람도 결국 눈사람을 만든 이의 정성과 즐거움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폭력적이라 보기에 충분하다.
      • 남이 정성 들여 만든 것을 망쳐 버리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것 아니냐? 그것이 인간성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유튜버 '오마르의 삶'의 오마르는 눈사람을 다룬 영상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타인과 외부 세계에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눈사람을 보기보다는 아파트 단지 앞에 세워두고 사진도 찍으며 스스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눈사람을 박살내는 일은 그래서 그(눈사람을 부순 사람)에게 짜릿한 것이다. 그가 진심으로 즐거워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정성과 즐거움을 파괴함으로써 타인과 외부 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말해 화제가 되었다.

법리적 견해

법조계의 중론으로는 눈사람 파괴에 손괴죄를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한다.[2]

  • 눈사람은 손괴죄의 객체가 될 재물인가?
    • 눈사람은 재미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이고, 녹아 없어질 것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부수더라도 그 눈사람에 대해서 법적인 소유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손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모래성 또한 재물이 아니다.
    • 다만 업체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제작한 눈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손괴죄 적용은 물론 업무방해죄도 물을 수 있다. 홍보를 위해 만든 눈사람이라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고, 용역을 줘서 비용까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눈사람 부수는 사람 응징을 위해 딱딱한 물건 집어넣기

남이 만들어 둔 눈사람을 부수는 심보가 괘씸하여 눈사람을 만들 때 돌덩이, 볼라드 등 딱딱한 물건을 넣고 눈사람을 만들어 응징하자는 반응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이 해결책에 통쾌해 했다. 눈사람에 물을 살살 부어서 얼음사람을 만들어 강화하는 방법도 있는데, 돌만큼 단단하게 만들기는 조금 어렵다.

법리적 견해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눈사람을 단단하게 만들면 파괴를 시도한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돌이나 볼라드 등으로 강화한 눈사람을 부수다 다친 사람이 제작자를 고소하거나 배상을 청구하여 이기기는 어렵다. 누가 부수라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진짜로 경찰서에서 진술하게 되었다면, 누군가의 파괴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최대한 어필할 필요가 있다.

  • 참고로, 눈사람이 아니더라도 방범장치로써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은 원래 폭행죄상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 예로, 러시아에서 농부가 감자밭에 지뢰를 매설하여 감자 도둑을 다치게 하였는데, 그는 상해가 아닌 불법무기소지 및 불법공사로 기소되었다.[3] 한국에서도 이 법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뾰족한 담장에 도둑이 걸려 다쳐도 집주인에게는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