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SIU의 월요 웹툰. 방대한 세계관과 오류 없는 설정,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전장에서의 짜임새 있는 전개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다.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품성
캐릭터의 입체성
자하드 왕가와 변화를 일으키는 세력이라는 선악구도는 존재하지만 각 캐릭터의 삶과 가치관 등은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개연성 있게 시시각각 변화하며,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네이버 3대 악녀' 중 하나로 꼽히는 라헬 역시 스물다섯번째 밤과의 숨겨진 과거사가 언급되면서 입체적인 캐릭터로 탈바꿈했지만, 오히려 많은 독자들의 수준은 작가의 의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라헬은 주인공을 단순히 음해하고 끌어내리려 하는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와는 결을 달리 하는 악역이다. 라헬은 주인공 일행의 성장을 자극하는 어떤 도구로서 스토리에 등장하지만, 그 '도구됨'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이를 부정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
스토리의 여러 갈래를 주도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포진해 있으며 캐릭터마다 세세한 과거사가 존재한다. 외양 역시 전형적인 성역할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성별이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작품의 설정은 작가로부터 나오기에 성씨에 대한 설정은 현실의 주류를 따른 부계사회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의 탑은 그렇지 않다. 연 가문, 하 가문, 유라시아 가문 등 가주가 여성인 가문의 후손들은 가주의 성을 따른다. 성별이 아닌 강함 등 다른 기준으로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10가주끼리의 직계후손인 유라시아 엔 자하드는 어머니 유라시아 블로섬의 성인 유라시아를 따랐다. 또한 혼인 시 배우자의 성을 따르는지의 여부도 가문마다 다르다. 10가문 중에서는 연 가문만이 유일하게 혼인 시에 배우자의 성을 따라야 하는데, 연 가문은 모계 중심 가문이므로 아내의 성을 따른다.
우렉 마지노, 펜타미넘, 자하드, 베이로드 야마 등 어떤 세계나 집단의 최강자로 이름지어지는 자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표현되는 불균형이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자하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가문의 10가주들 중에도 여성 인물들이 존재하고, 자하드 왕가 직속부대의 총사령관 아도리 자하드, 지옥의 에반켈, 유라시아 엔 자하드 등 전설과 같은 위력을 지닌 여성인물들도 등장해 여타 작품들과 달리 성별 균형이 심하게 깨어지지는 않는다.
백델 테스트, 섹시한 램프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한다.
하지만 신의 탑이 2011년에 시작하여 이제 2020년에 접어든바, 현실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 보편적 성감수성이 증대된 것과 맥을 같이하여 작품 상의 여성혐오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부, 2부에는 여성혐오가 적었다고 할 수 없다.
사채업 러커&캐시 사장의 아들인 프린스는 사채빚을 진 연 이화의 어깨에 억지로 팔을 두르려 하고, 21층의 시험인 펀치게임을 앞두고 "이번 테스트에서 1등 하는 사람에게 우리 연이를 주겠다"고 하거나(2부 6화), 자신의 펀치 점수가 연 이화의 점수보다 높게 나오자 "내 품으로 돌아오라"고 말하는(2부 7화) 등 그녀가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위 사채업체에 빚을 진 이들은 자왕난, 냐 니아, 김 럭커를 비롯해서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인 연 이화에 대해서만 트로피처럼 자랑하려 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연 이화는 자왕난으로부터 자기보다 실력 없는 선별인원이라는 취지로 까임을 당하자 얼굴을 붉히며 "가.. 가슴.. 너보다 가슴이 크잖아"라고 말하고, 이에 반발한 자왕난은 "웃기지 마, 여자가 무슨 벼슬이냐"라고 응수한다(2부 8화). 여자가 벼슬이냐는 말은 남자가 자기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취지로 말할 때 전형적으로 쓰는 헛소리 중 하나이다. 또한 자왕난은 연 이화에 대해서 "화염방사기 같은 년"(2부 1화)이라거나 "그 년 성질하고는"(2부 26화)라고 혼잣말하는 모습을 보인다.
혼 아크랩터는 모피 옷을 두르고 비싼 반지를 많이 한 여자 선별인원(성명 불상, 이하 '요구르트아줌마')이 여 미생을 요구르트로 꾀어내어 속인 후 방을 빼앗으려 하자, "반지 두 개 이상 낀 여자 말은 절대 안 믿는다"라며 경멸한다(2부 13화). 반지를 두 개 이상 끼고 있다는 말은 불륜녀 또는 꽃뱀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여성이 외모를 수단으로 남성을 꼬여낸다는 전형적인 프레임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