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으나 2023년 2심에서 승소했다. 사회보장시스템에서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1]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상고했으나,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하여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확실하게 인정되었다.
2019년 결혼식을 올린 소성욱 씨는 동성 배우자 김용민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지만, 건보공단은 뒤늦게 동성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소씨에게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 부부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을 당하여 2021년 행정소송을 냈고, 2022년 1월 재판부는 "현행법상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동성 간 결합과 남녀 간 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게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며 건보공단의 손을 들었다.[2] 남녀 간 결합은 옳고 동성 간 결합은 틀렸다는 뜻을 내포한 판결인데도 '같지 않다'라는 표현으로 '불평등하다'라는 지적을 회피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는 남녀 간 결합이 동성 간 결합과 대체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데, 흔히 호모포비아들이 내거는 (또는 내걸기에 유일한) '생식 불가' 또는 '생식 거부'라는 사유는 이성애 불임 부부나 딩크족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이성애 부부는 어쨌거나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이러한 문제는 외면한 채 이성애 부부라면 무조건 부부의 혜택을 제공하고 동성결혼은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만일 부부에게 주는 혜택과 복지가 단지 출산을 통한 국가유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민복지의 차원이라면 동성결혼 역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건보공단은 "우리나라 민법 체계와 판례들을 보면, 혼인 개념 자체는 이성 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생활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현실이지만, 이들의 보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입법·정책적 문제"라며 [2]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 식의 책임회피를 보여주었고, 결혼식도 올리고 가족과 교류하는 원고 측을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도 동성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으나, 행정기관이 이성관계인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 자격으로 인정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서울고법 행정1-3부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동성결합 상대방도 피부양자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동성 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처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3] 건보공단은 민법체계화 판례를 근거로 정책적 문제라고 변명했지만 법원은 건보공단이 건보공단 재량으로 이성애 사실혼 관계에는 혜택을 주었던 것은 모순적임을 지적하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2]재판부는 "사실상의 (이성) 배우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호 법리에 포함해 왔는데, 이는 공단이 스스로 판단한 것"이기에 "그런 점에서 건보공단의 재량행위가 개입돼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2] 이성 간 사실혼 배우자 역시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데, 건보공단이 이 경우는 소씨 부부와 달리 피부양자로 인정해 보호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판결문 인용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 감정, 지능, 능력, 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4] - 판결문 中
부연설명
출처
- ↑ 김희진 기자 (2023년 2월 21일). “법원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첫 판결”. 《경향신문》. 2023년 2월 21일에 확인함.
- ↑ 2.0 2.1 2.2 2.3 김대현. “법원 "동성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2023년 2월 21일에 확인함.
- ↑ 김상훈 (2023년 2월 21일). “동성 부부 차별 안돼‥법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MBC》. 2023년 3월 16일에 확인함.
- ↑ 커뮤니티 알 (2023년 3월 16일). “[영상] 소주, 오소리 부부의 사랑이 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