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産業安全保健法, 약칭 산안법)은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지키기 위한 사업주와 도급인의 의무를 정한 대한민국의 법률이다. 2018년 12월 김용균이 숨진 뒤 국회를 통과한 전부개정안은 김용균법으로 불리며 2020년 1월 16일 시행되었다.

개정 과정

2018년 개정안은 28년 만의 전부개정이었다.[1]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이 여럿 발의되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심사되지 못했고, 정부는 2018년 11월 1일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책임을 늘리고 사망사고 때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며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냈다.[1]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이 숨지자 국회가 논의에 나섰다.[1] 12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정부안이 "과잉 입법"이라고 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도급 금지가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1] 민주노총은 입법예고 때 있던 징역 1년 이상의 하한형이 국회에 제출된 안에서 빠졌다며 처벌 조항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하한형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1]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은 12월 24일과 26일 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하루 종일 심사를 지켜보며 의원들에게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2] 민주노총은 자유한국당이 법안 처리를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2] 여야는 보호 대상 확대, 도급 제한, 산재 예방 책임 주체 확대, 작업중지 강화 등 8대 쟁점을 놓고 협의한 끝에 12월 27일 합의했고, 개정안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3]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고용노동소위를 통과한 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김미숙과 포옹했다.[3]

주요 내용

개정법은 도금 작업처럼 유해·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작업이거나 전문적이고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었다.[3] 유해·위험 작업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하려면 안전·보건 평가를 받아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받은 작업은 다시 하도급할 수 없다.[3] 위반하면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3]

도급인의 산재 예방 조치 의무가 있는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장소로 넓어졌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 안전·보건 조치를 어겨 노동자가 숨진 경우의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유지되었으나, 형이 확정된 뒤 5년 안에 같은 죄를 저지르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조항이 신설되었고 법인의 벌금은 최고 10억 원으로 올랐다.[3] 정부안에는 징역형 상한을 10년으로 올리는 내용이 있었으나 여야가 절충하는 과정에서 현행 상한이 유지되었다.[3]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명확히 도입되었다.[3] 일정 규모 이상 회사의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계획을 세워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3]

법의 보호 대상은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넓어져 골프장 캐디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앱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가 새로 생겼다.[4] 사업주뿐 아니라 건설공사 발주자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도 산재 예방 책임이 부여되었다.[4] 개정법은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었고 대표이사 관련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4]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유족과 노동계는 개정법이 김용균 같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5] 도급 금지 대상은 도금 작업과 수은·납·카드뮴의 제련·가공 작업, 12개 허가대상물질의 제조·사용 작업뿐이었고, 승인이 필요한 도급 작업도 시행령에서 일정 농도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을 취급하는 설비의 개조·해체 작업 등으로 한정되어 발전설비·철도·조선·건설은 포함되지 않았다.[5] 이런 이유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5]

처벌에 하한선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미숙은 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하한선이 예나 지금이나 약해 "있으나마나 한 벌"이라고 말했고, 대학교수 330명은 2019년 1월 성명에서 개정안이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5] 김미숙은 2019년 12월 인터뷰에서 개정법으로는 아들을 살릴 수 없는데 왜 김용균법이라 부르느냐고 말했다.[6]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1월 5일 개정 산안법이 미흡하다며 위험의 외주화 개선, 위장도급 근절,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6]

이후

김용균 사망 사건에는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옛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었다.[7] 법원은 옛 산안법 위반죄가 노동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았고, 한국서부발전과 김용균 사이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원청 대표 김병숙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이 2023년 12월 7일 이를 확정했다.[7] 민주노총은 이 판결이 산안법 처벌의 한계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고 밝혔다.[7]

2025년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 하청업체 소속 김충현이 작업 중 숨진 뒤에도 김용균법의 도급 금지 범위가 유해 화학물질 작업으로 제한되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8]

출처

  1. ↑ 1.0 1.1 1.2 1.3 1.4 송경화 기자 (2018년 12월 21일). “한국당 이장우 “나라 망하게 생겼다”…‘위험 외주화 방지법’ 심의에 몽니”. 《한겨레》.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2. ↑ 2.0 2.1 김규남·송경화·이지혜 기자 (2018년 12월 26일). ““왜 이리 뭉그적거립니까” 김용균법 불발에 눈물 쏟은 어머니”. 《한겨레》.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3. ↑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 3.09 김연정·이슬기 기자 (2018년 12월 27일). “28년만에 김용균법으로 재탄생한 산안법…위험의 외주화 막는다”. 《연합뉴스》.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4. ↑ 4.0 4.1 4.2 김보경 기자 (2019년 12월 30일). “[내년 달라지는 것]中企에 52시간제…일자리안정자금 지원금 축소”. 《아시아경제》.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5. ↑ 5.0 5.1 5.2 5.3 오예진 기자 (2019년 6월 22일). “[김용균법 D-208]③"정작 김용균은 법에 없다"”. 《연합뉴스》.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6. ↑ 6.0 6.1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일용직 ‘안전모 쓸 권리’도 주지 않았다”. 《한겨레》. 2019년 12월 10일.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7. ↑ 7.0 7.1 7.2 황윤기 기자 (2023년 12월 7일). “'故김용균 사건' 원청대표 무죄 확정…"중대재해법 필요한 이유"(종합2보)”. 《연합뉴스》.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 
  8. ↑ 김소연·강수환 기자 (2025년 6월 8일). “[위험의 외주화] ② 김용균법도 바꾸지 못한 현장…위험 사각지대 된 하청”. 《연합뉴스》. 2026년 11월 2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