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영어: Passing)은 주로 어떤 구성원을 특정한 범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어떤 사회에서 한 구성원이 (신체적 형태 및 언어, 행동 등의) 요소를 통해 한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말하며, 의도적이지 않게 그 상황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싶지 않은 쪽으로 인식되는 것은 빠지는 일이 많다.[주 1] 또는 주로 젠더나 성적 지향 등과 함께 같이 사용되는 말이다.
퀴어용어로써 패싱
퀴어용어로써 패싱은 주로 패싱(젠더) 또는 받아들여진 겉보기성별을 의미하며, 역시 의도치 않게 소수집단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이너리(데미걸 · 데미가이와 같은 논바이너리, 데미젠더가 아닌 여성 및 남성 젠더를 가진 일부 멀티젠더, 젠더플루이드가 아닌 기타 단일 젠더를 가진 여남)-시스 중심의 젠더이분법에서의 여성성과 남성성 등의 젠더규범성의 영향을 받는다.
대체로 패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한다고 느끼며 사는 시스젠더와는 달리, 트랜스젠더는 시스젠더에 의해 미스젠더링 및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한 타자화를 쉽게 당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 스스로 패싱과 젠더정체성 간의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사회활동을 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많은 트랜스젠더는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체적인 젠더표현으로써 패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때의 젠더표현으로써 패싱 추구를 사회적 성전환이라고 하는데, 사회적 성전환 과정은 앞서 말한 다수자 중심의 바이너리-시스중심적 젠더이분법이 아니라, 1차적으로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젠더 관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주류적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성과 남성성 개념의 재전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사회의 여성성 및 남성성 고정관념이 해체됨으로써 여성성 및 남성성 개념의 확장 및 다양화가 가능해진다.
일련의 성전환 과정이 트랜스젠더 당사자 의도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그는 성별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패싱으로 인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시스젠더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시스젠더도, 그의 정체성과 무관하게 바이너리-시스 중심의 젠더이분법적인 루키즘 기준에 따라 본인이 표현하는 신체적 형태 및 언어, 행동 등의 패싱이 다수자 기준으로 재단당한다. 시스젠더 역시 기존의 여성성, 혹은 남성성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그 스스로 고통받거나 타인이 행하는 여러 종류의 차별과 혐오의 객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패싱으로 인한 노동시장 내에서의 트랜스젠더 차별과 혐오
트랜스젠더 취업의 경우, 한국에서는 패싱의 성공여부에 따라 당사자의 직종이 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랜스젠더 본인이 원하는 패싱에 성공하면 할 수록, 본인의 법적 성별과 그의 패싱 간의 괴리가 커지는데, 성별 정정을 미처 끝내지 못한 경우 도리어 젠더규범성이 강한 노동시장에서의 취업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점에서 벗어나려면 법정성별 정정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현행법상 트랜스젠더가 법적성별 정정을 하려면 호르몬 복용 및 성기성형수술 등의 의료적 성전환 과정을 받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의료적 성전환 과정에는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법적 권리를 얻기 위한 어떠한 사회보장제도나 공적제도가 없기 때문에, 원 가정의 사회적·경제적 계급 상황과 모부의 지지 여부에 따라 각 트랜스젠더는 매우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다수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학력·경력과 상관없는 단기직업 ( 성 노동·유흥업소 같은 장소)을 통해 돈을 벌며 장기적으로 의료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생존을 위한 성별 정정을 위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트랜스젠더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우 면접을 거쳐 취업에 성공하는 것부터가 1차 관문이고, 이러한 이유로 트랜스젠더는 법적 성별의 젠더 규범에 맞추는 방식의 패싱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단지 취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젠더폭력을 계속 맞닥뜨리는 문제가 된다. 또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본인이 일하는 곳에서 각종 언어적·비언어적 성희롱, 성추행, 그리고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문제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또한 혐오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이보다 더 과하게 노동을 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검열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성 노동/유흥업소에서 일했던 트랜스젠더의 경우, 그 경력을 죄악시하는 사회풍조 때문에 재취업이 어려워져, 또 다른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기도 한다.
패싱의 젠더규범성 문제
아직까지 논바이너리로 패싱하는 사람이 가시화 되지 않아서 퀴어계에서 쓰이는 패싱 개념은 임의적으로 결정되는 겉모습에 의한 여성과 남성, 혹은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바이너리 젠더 규범성에 의한 것이며 외부자의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개념은 (주로 환경적·재정적인 문제 등의) 상황이나 조건이 맞지 않아 성전환이 어렵거나, 이 기준에 속하지 않는 일부 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및 젠더퀴어 (데미걸 · 데미가이와 같은 논바이너리, 데미젠더 이외의 여성 · 남성 젠더 일부 가진 멀티젠더, 젠더플루이드가 아닌 기타 단일 젠더를 가진 여남)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패싱되는 사람에 대한 미스라벨링과 잘못된 가정의 혐오성
상당수의 시스젠더 사람들이 가진 편견은 어떤 젠더로 패싱되는 사람은 그 젠더일 거라고, 또한 시스젠더와 분간이 되지 않으면(invisible) 그 사람은 시스젠더의 그 성별일거라고 단정하는 편견이 있다. 줄리아 세라노는 이 현상을 cissexual assump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있고, 이 중에서 A가 B를 보고 그를 여성 또는 남성으로 인식했다고 해보자.
A가 B를 여성 또는 남성으로 인식했다는 것은 A가 B의 행동이나 모습 등을 통해 B를 여성 또는 남성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B의 정체성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생존'을 위해 지정성별대로 패싱한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해 정체성대로 패싱한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다. 또는 생존을 위해 어느 한 젠더대로 패싱한 젠더퀴어일 수도 있다.
B가 '생존'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패싱을 했고 그러하기에 A가 B를 여성 또는 남성으로 인식했다면 그러한 인식은 미스라벨링, 정확히는 젠더에 대한 잘못된 판단인 미스젠더링에 해당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착각이나 인지적 편향에 불과할 수도 있기에 곧 혐오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A가 B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를 여성 또는 남성이라고 단정짓는 경우에는 B가 직접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이라고 밝히지 않는 한 B에 대해 특정 젠더 규범성을 바탕으로 그를 단정내린 트랜스 혐오를 한 것이다.
또한, B가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주체적인 패싱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A가 B를 여성 또는 남성이라고 인식하여 그렇다고 단정짓는 경우 역시 그는 B에 대해 특정 젠더 규범성을 바탕으로 그를 단정내린 트랜스 혐오를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체성에 맞는 주체적인 패싱을 한 사람을 그 사람의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인식하더라도, 그 사람을 시스젠더로 단정짓는 경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지우고 그 사람의 성별을 단정지은 트랜스 혐오를 한 것이다. 논바이너리가 특정 패싱을 했으나 (시스) 여성과 남성중 하나로 단정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트랜스젠더나 비이분법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겨 두고, 특정성별로 패싱되고 트랜스 여부가 눈에 띄지 않는다(invisible) 해도 시스젠더의 그 성별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성 정체성이 다르거나 아니면 젠더 이력이 다른 트랜스젠더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연 설명
각주
- ↑ juliaserano의 용어사전
- ↑ [http://transadvocate.com/transgender-pathologization_n_12247.htm Transgender Patholog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