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사람의 의사에 반한 추행 및 간음 일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조항을 조항을 추가 혹은 포함하도록 개정하는 논의에 대해 다룬다.
배경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이후로 강간을 비동의간음죄로 바꾸자는 주장이 늘고 있다.허핑턴포스트 글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강간죄의 기준이 엄격한 편에 속한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에 형법 제 297조 즉 강간죄를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1] 강간죄를 인정할 매개가 너무 좁은 범위에서 인정되고(최협의의 폭행·협박으로, 강도와 같은 수준을 말한다), 준강간, 위계에 의한 간음 등 협박과 폭력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쓸 수 없는 경우에 무혐의가 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논쟁이 많다. 반대 측은 단순히 동의 없음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추가하기에는 특정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져 증거재판주의와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범죄론[2]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주장한 한국젠더법학회[주 1]에서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였다.[3]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아마도 많은 수의 사건에서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피해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 동의 여부는 피해자의 내심에 있기 때문에,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와도 피해자의 생각과 의사를 알아낼 수는 없다. 피해자가 어떻게 잘 말하고 잘 설명하고 잘 표현하는가, 어떻게 처음 고소할 때부터 재판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진술하는가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결정될 것이다. 강간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한데 강간보다 더 불명확하고 알기 어려운 '동의'라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비동의간음죄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피해자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4]
캐서린 맥키넌도 2019년 12월 한국 초청강연에서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로 바꾼다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라며 동의의 입증 책임 또한 여성이 떠맡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5] 매키넌 교수는 당시 "젠더/빈곤/인종/계층 등 강간을 가능하게 하는 권력 불균형을 고려하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5]
2018년 제364회국회 제3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를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으로 함으로써 이를 입증하는 데에 있어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강간과 결합된 다른 조항들과 특별법의 존재 때문에 강간죄를 비동의간음죄로 개정하려면 다른 조항들까지 전면 재검토하든지, 비동의간음죄를 강간죄와 따로 된 별도 조항으로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6]
이렇듯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는 입법안이기 때문에, 비동의간음죄 입법에 소극적인 입장에서는 이미 있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을 확대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선호한다. 다만 이것이 의지에 반하여 이루어진 간음을 전부 포괄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스러운데, 하필 '위계(속임수)에 의한 간음'죄가 '혼인빙자간음' 조항과 함께 묶여있다가 혼인빙자간음죄 위헌결정에 엮여 삭제되고 입법불비로 공백이 되어버린 상황이기 때문. 동아시아에선 비동의 간음죄가 시행되고 있는 영국과 미국,독일보다 여성의 적극적인 표현을 금기시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동의와 비동의가 잘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의/비동의의 기준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용하자는 입장도 있다.
비동의간음죄의 도입례
독일
- 거절 의사를 표현하였는데도 폭행이나 협박 없이 성관계를 맺으면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단, 명시적인 거절 또는 상황에 따라 묵시적인 거절이 있었음에도(상대방이 협박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처벌하지만, 거절 의사 표시가 없었으면 벌하지 않는다.[7]
- 2015년 12월 31일에 있었던 쾰른 집단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2016년 여름 비동의간음죄가 통과되었다. 그런데 기존 강간죄 규정을 기초부터 모두 바꾸는 큰 개정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지나치게 빨리 통과되었다는 점,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현재 침실은 여성에게 위험한 장소는 아니지만 개혁이 일단 통과되면 앞으로 남성에게 매우 위험한 장소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성 거절했다는 거짓말과 함께 검찰에게 거짓으로 고소하는 여성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8]
미국
- 1급 강간(우리의 강간죄 기준에 맞는 강간)이 20년 정도의 형량, 2급 강간(준강간 +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이 그 다음, 3급 강간(비동의간음죄)으로 나누어진다. 상대방이 'YES'라고 하여야만 합의된 성관계로 보고, YES도 NO도 하지 않은 경우는 거절한 것으로 보아 상대방이 YES라고 하지 않으면 모두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 미국은 주마다 법이 따로 있다. 그래서 주마다 의제강간 하한선, 강간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
스페인
- 2022년 8월 26일 스페인 의회에서는 "사건의 정황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견이, 명확하고, 자유롭게" 표현되었을 때만 유효한 동의이며, 그것이 아니면 동의라고 할 수 없음을 골자로 한 성적 자유에 대한 포괄적 보장법, 일명 'only yes is yes' 법안이 통과되었다. 스페인 형법에서 성범죄는 폭력과 강압으로 성관계를 맺은 것을 '성폭행(agresión sexual), 폭력이 없었으면 '성학대(abuso sexual)'로 정의했는데, 후자의 성학대 사건들에서 동의의 여부가 불분명해서 문제가 되어왔으며, 2016년 집단 강간 사건(Caso de La Manada)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동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모든 성범죄를 성폭행으로 단일화했다. 한국 형법의 준강간에 해당하는 범죄는 스페인에서 성학대로 처벌되었으나 신법에서는 가중사유가 된다.
한국 도입 논란
비동의간음죄 도입의 가부 논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기존 조항이 성범죄 대응에 정말로 불충분한가?
- (긍정) 우리 형법에서 강간죄에 이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란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수준'을 말하는 최협의설을 적용하는데[주 2],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강간죄의 최협의설을 충족하는 경우는 피해 사례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박사[10]
- (부정) 위력, 위계, 준강간, 미성년자 성폭행 등 우리 법이 결코 부족한 게 아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는 우리 법'을 비난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강간죄를 세분화해서 처벌하는 데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다.[주 3] 국민은 지금 (성폭력 관련)법이 없다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법을 적용하는 경찰과 검찰, 법원에게 불만이 있는 것이다.-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박사<ref name=":01">
합당한 구성요건인가?
- (긍정) 비동의 간음과 같은 성범죄는 둘만의 공간에서 비밀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물증을 내놓기 어려우므로, 양측 주장과 관련된 문맥과 정황을 따져봐야 한다. 피해자가 사건 후 어떤 태도를 취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을 합리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적용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판례나 수사기법 등이 발전해 나간다면 미국처럼 정착할 수 있을 것. 구체적으로 폭행과 협박의 정도를 완화해서 해석하도록 법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기존 강간죄를 비동의 간음죄로 대체하고 행위(폭행, 협박 등)의 정도에 따라 법정형을 가중하는 방식도 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박사<ref name=":01">
- (부정) 일방의 주장만으로는 동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인정되기 어렵다. 폭행죄라면 옷이 찢어졌다든지 하는 증거라도 있는데, 성폭력의 경우 동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법원이 알 수 없다. 또 위력에 의한 간음 사건에서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관계에 대해)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박사<ref name=":01">
실효성이 있는가?
- (부정) 영국에서 비동의간음죄를 인정한 때는 피해자가 약물에 취했다거나, 미성년자였다거나, 가해자를 남편으로 착각한 경우 등으로, 한국 현행법으로도 처벌에 문제없는 경우이다.-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박사<ref name=":01">
- (부정) 미국 일부 주들은 강간죄에서 더 이상 강요를 요구하지 않고 부동의만으로 강간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부동의 개념속에 강요를 여전히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부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성관계가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저항의 요구는 강요의 입증이 아닌 부동의를 입증하기 위해서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11]
성폭력 무고죄를 유발하는가?
20대 국회 발의안
천정배 의원 대표 발의안
다른 조항들은 그대로 두고 비동의간음·추행 조항만 신설하는 안이다. 기존 법체계와 충돌이 가장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미 의원 대표 발의안
형법 제32장의 전면 개편안이다. 원안은 노회찬 의원의 것으로, 노회찬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저항이 곤란한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으로 경중을 나눈 것이 특징이다.
나경원 의원 대표 발의안
기존 강간죄 조항을 비동의간음죄로 바꾸고 원래의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을 별도의 가중처벌 조항으로 신설하는 안이다.
- 의안번호: 15354
- 발의연월일: 2018년 9월 6일
- 발의자: 나경원, 송희경, 김삼화, 윤종필, 김현아, 신보라, 김승희, 신용현, 김수민, 김정재, 이은재, 남인순, 조배숙 (1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