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페미니즘

최근 편집: 2018년 4월 3일 (화) 07:28

뿌리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바로 잡으려 노력하는 페미니스트.

급진적 페미니즘 또는 래디컬 페미니즘(영어: Radical feminism)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성차별만이 아니라 가부장제 자체가 여성 억압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즘의 한 갈래이다. 서양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은 1960년대의 리버럴 페미니즘에 대응하여 제 2물결 페미니즘으로 부상하여 여러 학파로 갈라졌으며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주요 이론으로 주목받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래디컬'의 의미

래디컬(Radical)이라는 단어는 뿌리와 근본(root)을 뜻하는 라틴어 라딕스(radix)에서 유래했다. 이에서 따온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의 뜻에는 다음의 두 가지 해석이 있다.

  1. 여성 억압의 근본 원인을 짚어 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래디컬 페미니즘 내부에서는 이러한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주의 여성주의'라는 뜻으로, '여성주의'의 핵심 가치가 여성인권이 아니게 된 것이 아이러니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2. 제도적 결함만을 지적하는 리버럴 페미니즘, 여성 억압을 다른 계급 체제의 부산물 정도로 보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달리 사회 체제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급진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자 번역은 '급진적'이라는 뜻으로 한정되었다.[주 1]

주요 사상

공통 이론

다음은 래디컬 페미니즘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이론이다.

  1. 여성은 역사적으로 최초의 피지배 집단이다.[1]
    여성은 흑인, 장애인,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중 최초로 차별받고 억압받고 지배받고 착취당해온 집단이다.
  2.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여성억압은 사실상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1]
    고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부터 스웨덴까지, 통시적·공시적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존재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3. 여성억압은 가장 근절하기 어려운 억압 형태이며 계급사회[주 2] 철폐만으로는 제거할 수 없다.[1]
    가부장제를 전복시키는 개혁이 있어야만 한다.
  4. 여성 억압은 양적•질적으로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나, 그 고통이 압제자와 피해자 모두의 성차별적 편견으로 인해 종종 인식되지 못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1]
    당사자인 여성조차, 태어날 때부터 수없이 당한 가스라이팅으로 인하여 스스로가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며 극심한 억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5. 여성 억압은 모든 다른 억압 형태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모델을 제공한다.[1]

즉 래디컬 페미니즘은 단지 공적인 영역인 법과 제도의 결함을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뿌리깊은 여성억압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여성억압의 근원인 가부장제와 성별 체계 자체를 전복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주요한 의의는 이전의 1세대 페미니즘(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여성 참정권과 같은 제도적이고 명시적인 여권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달리, 비가시적인 여성억압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가정, 연애, (여성의) 신체와 같은 사적 영역이 비정치적 영역으로 취급받는 것, 때문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했던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일들─생리, 강간, 임신, 낙태,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이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것을 비판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감춰져 있던 문제들을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었다. 여성들의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에 이름을 만들어내어 여성의 고통과 권리를 최초로 가시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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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연대 강조

우리는 …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여기서 얻은 것, 이를테면 자아의 해방, 내면의 평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여성 모두에게 느끼는 진정한 사랑 등은 모든 여성과 나눌 만한 것이다. 우리 모두 여성이지 않은가.[2]

래디컬 페미니즘은 여타 페미니즘에 비하여 가장 자매애를 강조하는 페미니즘이다. 이는 대표적으로 로빈 모건의 도서 「Sisterhood Is Powerful」에서도 알 수 있다.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던 "수많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맺은 인종 의식적인 '자매 결연'"의 시연은, 흑인 래디컬 페미니스트와의 연대를 위한 것이다.[3]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에서도 이들은 여성들만의 분리주의 공동체를 추구하였으며 이성애자 여성들과의 연대를 인정했다. 또한 여성의 사적인 경험을 정치화하기 위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수많은 모임들을 결성한 다양한 의식 고양 운동은 래디컬 페미니즘이 그 무엇보다 여성 간의 연대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언어적 남성 권력을 앗아 오는 전략

여성의 사적인 경험을 정치화하고 공론화하는 것과 더불어, 래디컬 페미니즘은 (특히 한국) 사회에 만연하던 여성혐오 사상에 대응할 방법을 고안해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미러링을 통하여 남성이 저지르던 여성혐오 발화를 정면으로 반박하였으며 다음을 참고할 것 미러링#남성권력을 앗아 온 미러링 '여남', '모부'와 같은 남성 중심적 언어 표현을 여성 우선적으로 전환함으로써 남성 권력을 앗으려고 노력해왔다. 다음을 참고할 것 미러링#디폴트를 전환한 미러링

래디컬 페미니즘은 또한 여성의 신체와 생리 현상을 칭하는 단어 보지월경이 터부시되는 사회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다. 남성의 생리 현상(발기 등)과 자위에는 관대하면서 여성에게만 성적인 분야에서의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의 유리천장을 격파하기 위해, 이들은 적극적으로 '보지대장[주 3]', '보토피아', '보르가즘', '보멘' 등의 단어를 발화한다.
트위터 내에서는 생리 공론화 계정이 생성되어 생리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금기를 깨기 위해 월경혈의 사진을 공유하고 '#생리는_부끄러운게_아니다'와 같은 해시태그 운동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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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에 내재된 성차별주의에 대한 인식

래디컬 페미니즘은 여성혐오가 문화의 주조를 이루기 때문에 사회의 그 누구도 성차별주의적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주장한다. 때문에 여성혐오를 재생산하여 스스로 여성인권을 하락시키는 행위를 하는 여성 역시 이들은 비판한다. `지`라는 신어가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다. 래디컬 페미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러한 성향은 래디컬 페미 내에서 서로의 여성혐오를 침묵하는 '친목'을 경계하는 성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을 참고할 것 여성혐오 다음을 참고할 것 여적여 다음을 참고할 것 모성신화 다음을 참고할 것 코르셋(프레임)

분리주의 페미니즘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은 그 근원대로 다른 것이 아닌 여성인권과 관련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장애인 여성과 퀴어 여성, 흑인 여성, 이중적인 약자의 위치에 처한 여성을 위한 복합적인 페미니즘을 전개하되, 이러한 운동에 남성 약자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분리주의 페미니즘에 반대하며 남성 페미니스트들과도 연계하여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을 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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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레즈비어니즘

남성의 역할을 축소 혹은 남성과의 비연대를 주창하는 분리주의자매애를 중요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경향은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촉발시킨다.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은 성적 지향이 정치적이고 여성주의적인 '선택'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부장제의 이성애와 남성중심 연애·혼인에 복무하지 않는 여성과의 성애와 사회를 지향한다.

분리주의 즉 여성의 삶에 남성이 필요없다는 주창은 대표적으로 래디컬 페미니즘의 "비비탄(혼·출산·탄대로)"이라는 표어에서 드러난다. 여성에게 매우 불리한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강요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남성과의 비연애와 비혼 선언은 여성 개개인이 가부장제의 영향과 구속에서 크게 벗어나는 방법인 동시에 가부장제를 거스르고 저항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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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비평적 페미니즘 (Gender-Critical Feminism)

래디컬 페미니즘에 속한 이들 중 젠더 비평적 페미니스트(GCF)들은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 등을 포함한, 가부장제하의 모든 젠더적 범주에 비평적이며 그러므로 이들은 젠더 개혁가이기 보다는 젠더 폐지주의자들이다. 이들 사상에 따르면 가부장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역할이 없다면 모든 사람은 어떤 형태의 의복이든 행위든 어떤 신체적 형태를 갖추든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사회의 모든 인간을 태생부터 여성 또는 남성의 신체로 나누어 범주화하고 남성적 신체를 가진 이들을 남성적(masculinity)으로 사회화하는데 이는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인간상을 구현케한다. 반면 가부장제하에서의 여성적 신체를 가진 이들은 어린 시기부터 심리적 억압을 기반으로 하는 순종 또는 복종을 의미하는 일련의 여성스러움(femininity)을 내면화하도록 사회화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젠더 비평적 페미니스트는 새로운 젠더의 범주를 늘려나가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가부장제의 부패하고 잔인한 권력적 설정을 거부하고 해체하여 젠더 자체를 소멸하는 것을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의 최종 목표라 여긴다. 따라서 젠더 비평적 페미니즘은 종종 오해되듯이 트랜스젠더 혐오적이라기 보다는 젠더 소멸 운동에 가깝다.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급진파 여성주의 진영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견해로 분류되며 그 생물학적 성별 여하에 상관없이 가부장제하에서 강요된 모든 여성스러움(femininity)를 거부하는 방향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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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제 2의 물결

래디컬 페미니즘은 흔히 제 1물결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자유주의 페미니즘 이후, 제 2세대 페미니즘으로서 부상했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또한, 68혁명에서 혁명가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정작 여성문제에서는 보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하였다[주 4][주 5].

섹슈얼리티에 대한 태도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즘은 모든 섹슈얼리티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다.[4] 이들은 남자들이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포르노, 매춘, 성희롱, 성폭행, 여성 구타, 중국전족, 아내 순사, 부녀자를 남에 눈에 뜨이지 않게 하는 제도, 음핵제거 수술, 마녀 화형부인병학을 만들고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지배했다고 주장한다.[4] 그러므로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즘은 여성은 혼자서 또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진정한 섹슈얼리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고 여성이 모든 성적 경험을 거부하고 독신 생활을 하고, 자기 성애와 동성애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4]

생물학적 어머니에 대한 태도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어머니 역할은 여성의 힘의 원천이라고 믿었다. 생물학적 어머니란 인간 종족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이므로, 이러한 생명 부여의 힘을 수비하고 찬양해야 한다고 말했다.[4]

성별 억압의 해결 방법에 대한 태도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즘은 사회가 성별을 이분한 뒤 여성성에 낮은 가치를 부여했다고 여겼기 때문에, 성별억압의 해결 원인은 이러한 가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 믿었다.[4]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즘은 여성성 자체를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는 사회의 성별 구조를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적 가치도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여성성에 새로운 여성중심적 의미를 부여하여 성별 억압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자연 이론"을 빌려, 가부장제가 부여한 '허위의 자아'가 아닌 진정한 여성적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4]

남성성에 대한 태도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남성성을 띄기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여성성을 신봉하고 찬양하며 권장해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4] 이들은 여성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문제는 이들을 저급하고 격하된 것으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에 있다고 보았다.[4] 이들은 따라서 여성 해방을 위해서는 오히려 남성성을 배척해야 한다고 보았다.[4] 이소영의 번역에 따르면 로즈마리 퍼트남 통은 이를 양성보유를 권장한 자유의지론적 래디컬 페미니즘과의 큰 차이점으로 보았다.[4] 물론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도 일부는 양성성을 권장했지만, 이 경우에도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일한 선상에 보는 일은 없었으며 남성성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였다.[4]

기타

  • 대부분의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지상주의적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스트인 게일 루빈[주 6]과 대조적으로 남성 섹슈얼리티는 내재적으로 잘못된 것이므로 그것을 거부하라고 여성들에게 경고했다. 그들은 여성 섹슈얼리티가 남성 섹슈얼리티보다 내재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했다.[4]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성으로부터 남성들은 "힘과 오르가즘"을 여성들은 "상호관계와 친밀성"을 원한다고 주장하며, 가부장제 내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성애 관계들은 여성들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결론내렸다.[4] 이성애는 남성 지배와 여성 종속과 관련된다.[4] 그리하여 문화적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에 의하면 여성 해방을 위한 열쇠는 "모든 가부장적 제도들(예를 들면 포르노 산업, 가정, 매춘, 및 강압적 이성애)과 성적 객관화를 발생시키는 성적 실천들(사도마조히즘, 어슬렁거리며 손님을 찾기, 성인/어린이 그리고 동성애에서의 남성역할/여성역할 관계)을 제거하는 것이다.[4]

업적

이와 같은 탄생 초기, 래디컬 페미니즘이 비가시적이고 사적인 분야에서의 성차별에 투쟁하기 위하여 시도한 전략과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성폭력에 대한 공론화 : 시위를 통해 사적이며 비정치적인 것으로 간주되던 성폭행 범죄를 여론화·공론화하였다.
  2. 여성에 대한 교육 지원 : 여성이 여성의 시각에서 역사나 다른 주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여성학 프로그램을 대학에 개설하였다.
  3. 여성에 대한 피해 지원 : 여성 상담 센터를 설립하거나 학대받는 여성의 피신처를 개설하여 여성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4. 여성 해방 단체의 설립 : `레드스타킹`, `페미니스트들`, `뉴욕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과 같은 의식 고양(CR)단체와 여성 해방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이들은 시민권 운동과 같이 1960년대 초 미국을 휩쓸었던 급진 사회 운동[주 7]에 참여하였다.
  5. 문화적 투쟁 : 래디컬 페미니즘은 법과 제도뿐 아니라 사회의 '문화'를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은 사회 구조적으로 매우 은밀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고 주장해왔다.
    예컨데 '사랑=섹스' 혹은 '섹스=사랑'이라는 공식을 깨트려보면, 포르노가 여성을 (인격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이 든 여자가 현명하게 그려지는 법이 거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래디컬 페미니즘은 법적·제도적 차별의 철폐와 더불어 광범위한 문화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에 걸맞는 이론을 전개해 나간 것이다.

한국의 래디컬 페미니즘

한국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의 직접적 계기가 되는 것은 1970년대에 활발히 전개되었던 리버럴 페미니즘과 1980년대에 페미니즘의 주류를 이루었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래디컬 페미니즘은 이 세 가지 흐름을 '페미니즘을 독자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 사회운동 속에서 위치짓는 남성들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고 지적하면서 나타났다. 마녀돌꽃모임과 같은 래디컬 페미니스트 소모임은 이런 경향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다.[5]

2010년대에 래디컬 페미니즘적인 성격을 띄는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로는 여성시대, 워마드 등이 있다.[주 8] 하지만 여타 페미니즘이 그렇듯 래디컬 페미니즘은 다른 페미니즘과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현 세대의 한국의 페미니스트 대부분은 래디컬 페미니즘적 사상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가부장제 종식에 의한 성차별 타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쭉빵카페, 인스티즈 등 다른 여초카페에서도 래디컬한 성향이 종종 드러나며, 대한민국의 여성인권단체(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온라인 사이트에서 태동하여 페미니즘의 재부흥을 불러온 메갈리아는 전형적인 래디컬 페미니즘의 한 조류이다. 다음을 참고할 것 메갈리아 다음을 참고할 것 워마드

비판

  • 여성은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당하고 남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억압하는 위치에 선다는 본질주의적 함정에 빠져들게 하며 초역사성을 너무 강조해서 역사적 맥락과 사회, 문화적 조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 허나 다른 어떤 사회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이 여성이라' 억압당하고 '남성이 남성이라' 젠더 권력을 지닌다는 점은 명시적이다.
  • 래디컬 페미니즘은 여성을 너무 쉽게 하나의 통일된 집단으로 처리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흑인 여성들의 이러한 지적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을, 탈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의 이러한 지적은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을, 젠더이분법에 맞지 않는 수많은 퀴어들을 지운다는 지적은 트랜스페미니즘을 대두시켰다.

기타

  • 가끔 페미니즘에 무지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페미니즘 갈래를 지칭해야 할 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아마도 이것이 제일 급진적(변혁적)인 페미니즘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급진적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예컨대 20세기에 진행된 호주제 폐지운동에서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진짜 페미니즘이 아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라 그런 주장을 하는가"와 같은 말이었다[주 9].
  • 나무위키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가장 비판받는 페미니즘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가장 비판받는 페미니즘은 없다, 단지 서로끼리 상호비판만 있을 뿐이다.[주 10] 이러한 페미니즘 상호 간의 비판은 진화론, 사회주의와 같은 여타 학문과 같이 논쟁과 교류를 통해 페미니즘의 발전을 이를어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같이 보기

부연 설명

  1. 이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공격적인 사상으로 몰아 침묵시키려는,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둔 여성혐오적 공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
  2. 공산주의와 같은 것.
  3. 여장'부'에서 남성 중심 한자 '부'를 제거한 것
  4. 지금과 다를 바가 없군!
  5. 68혁명은 "나는 혁명을 생각할 때마다 섹스가 떠오른다."는 문구로 대표되는, 성 해방을 위한 혁명이기도 했다.
  6. 앤 퍼거슨이 가장 자유의지론적 래디컬 페미니즘의 이데올로기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한 인물.
  7. 시민권 운동, 신좌파 정치, 평화 운동 등
  8. 래디컬 페미니즘의 부흥을 불러온 메갈리아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9.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
  10. 상호교차성 페미니즘래디컬 페미니즘을 보고 여성의 개인적 특성과 PC(정치적 올바름)를 무시한다고 비판하고, 래디컬 페미니즘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이 '여성성'을 지향하는 남성 퀴어들의 여성혐오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묵인하며 결론적으로 가부장제 강화에 일조한다고 비판한다.

출처

  • 테렌스 볼, 리처드 대거. (2006). 현대 정치사상의 파노라마. 아카넷
  • 이재경. (2007). 여성학. 미래M&B.
  • 페미니즘 사상 -종합적 접근-. 로즈마리 퍼트남 통. 한신문화사(2000)
  1. 1.0 1.1 1.2 1.3 1.4 Alison Jagger& Paula Rothenberg, 1993
  2. “페미니즘 선언”. 한우리. 
  3. “위키피디아 Sisterhood Is Powerful 페이지 20:22, 14 January 2018판”. 《WIKIPEDIA》. 2018년 2월 14일. 
  4. 4.00 4.01 4.02 4.03 4.04 4.05 4.06 4.07 4.08 4.09 4.10 4.11 4.12 4.13 4.14 4.15 페미니즘 사상-종합적 접근-. 로즈마리 퍼트남 통. 한신문화사
  5. “아버지의 ‘순리’를 거역한다”. 《한겨레21》. 1998년 7월 9일. 2017년 12월 1일에 확인함.